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묵연스님 '가벼운 걸음으로(다 바람같은 거야)'

sophistry 2010. 8. 30. 18:25


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이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거야. 

가을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뜨리듯,
덧없이 바람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무얼 그리 아파하며 번민하니,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니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