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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rming exchange
    하루하루기록 2023. 9. 18. 13:36

    참 긴 하루였다. 딸이 새벽에 깼는데 아빠가 없는 걸 여기저기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아빠 밤에 간다고 얘기를 해서 그런가, 눈 뜨지마자 아빠 보고싶다고 엉엉 울었다. 어제 내가 눈물 찔끔 흘릴 때는 나를 안아주고 쿨하게 마미 이츠오케!! 대디 윌 컴 쑨!! 하던 딸인데. 찡했지만 그 이후로는 별로 찾지 않았다는^^;; 엄마랑 아빠 둘 다한테 애착 형성이 잘 된 것 같아 좋다. 

     

    수요일 밤에 왔던 남편이 오늘 새벽에 떠나고 다시 딸과 둘이 보내는 시간. 아빠딸, daddy's girl이던 딸이 내 쪽으로 조금 넘어오는 것 같아 나쁘지 않기도 하고ㅎㅎ 남편은 못 보는 딸의 하루하루의 성장을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소중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겨우 버텨내고 있는 것 같은 나날이다. 얼른 자야 내일을 또 잘 보낼텐데. 머리도 덜 말랐고 마음도 헛헛해서 이러고 있다. 

     

    러프한 밤을 보내고 일부러 아침에 축구 수업 시간보다 좀 일찍 나왔다. 아무래도 집에 있는 것보다는 밖에 나오는 게 시간도 빨리 가고 집도 덜 난장판이 되니께..ㅎㅎ 커피와 아이 간식을 사서 축구 수업이 있는 공원에 주차를 했다. 딸이 옆에 주차된 차에 앉아있던 사람한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더니 이런 저런 얘기를 했는데 (창이 닫혀있어서 얘기가 들리지는 않았겠지만) 내가 차에서 내리니 몇 살이냐며, charming exchange였다고, 너무 귀엽고 so charming하다며.. 딸을 차에서 내려주고 바로 공원으로 달려가느라 빠빠이도 못하고 고맙다는 말도 미처 못 했는데 아쉽네. 딸이 보이는 관심과 표현을 무시하지 않고 따스하게 봐주고 반응해주는 사람들이 참 고맙고 귀하다. 

     

    어제는 남편이 나 좀 쉬라고 혼자 데리고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만난 이웃 할머니가 딸이 너무 귀엽다며 쿠키를 줘도 되냐고 집에 잠깐 들르라고 했단다. 할아버지와 사별한 지 10년 정도 되었다 뭐 그런 얘기를 남편과 할머니가 하고 있는데 딸이 듣더니 "Is he on the way?"라고 해서 할머니가 눈물을 왈칵 쏟으셨다고. 내가 할아버지한테 가고 있는 중이야- 라면서 딸이 어쩜 이렇게 스마트하냐고, 덕분에 하루가 특별해졌다며 내일도 또 오라고, 언제든 놀러오라고 하셨단다. 들으니 나도 마음이 찡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딸은 어른들끼리 말하고 있으면 꼭 끼어들고 싶어하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했는지 참 영특하네. 나의 보물, 나의 자랑. 오늘 비슷한 시간에 그 분 댁에 들르려고 했는데, 런던 생활 6년만에 처음으로 가 본 Western Fair에서 딸이 도저히 집에 돌아오려고 하지 않아서 가지 못했다^_ㅠ 한 두 시간만 치고 빠지려고 했는데 아기돼지에 푹 빠져버린 딸 때무네 오후를 내내 보내고 왔네. 덕분에 젖소 우유 짜는 구경도 하고 나도 새로운 것들을 배웠다. 빅토리아 할무니 댁에는 이번주 중에 기회 봐서 찾아뵈어야지.

     

    비자도 슬슬 진행되고 있고, 좋은 일만 남았다. 이츠오케!! 대디 윌 컴 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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