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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에서의삶 2021. 4. 6. 11:31

    여느 날과 같이 어제도 동네 산책을 하는데, 집집마다 드라이브 웨이까지 차가 몇 대씩 더 서 있고 맛있는 냄새가 나고 뒷마당에서는 정다운 말소리가 들리더라. 이 곳은 크리스마스, 추수감사절과 마찬가지로 부활절에도 가족들이 기념하며 함께 모이곤 한다. 온타리오를 포함한 캐나다 전체는 금요일이 공휴일이고, 몇 개 주는 월요일까지도 쉰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런 날이면 다른 사람들이 가족끼리 모인 걸 볼 때면 조금 쓸쓸한 느낌이 들곤 한다. 한국에 있을 때라고 설이나 추석에 반갑고 즐겁기만 했던 것도 아닌데. 

     

    캐나다에 처음 오기로 했을 때 뭔가 큰 결심을 하고 온 건 아니었다. 그저 새로운 삶이 재미있을 것 같았다. 신혼여행을 마치고 런던에 도착해 열흘 정도 지났을 무렵이었을까, 불현듯 깨달았다. J를 제외하고는 내가 좋아하는 모든 것들을 두고 왔다는 걸. 도시의 분주함, 부르면 당장이라도 만날 수 있는 친구들, 그런 친구들과 함께하는 한 잔의 술과 이야기, 평범한 날 엄마와 나누는 대화. 그 전까지는 내가 무엇을 얻게 될 지, 잃게 될 지 (물론 미리 다 알 수도 없었겠지만) 전혀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일기에 자기 충족적 예언처럼 '곧 여기에서도 많은 것들을 좋아하게 되겠지. 분명 그럴 거야.'라고 적어놓았더랬다.

     

    3년 반이 지난 지금 그 때 내가 예견했듯 이 곳에서도 많은 것들을 좋아하게 되었다. 끝이 있는 머무름이기에 적극적으로 친구를 만드려고 한 적 없음에도 너무나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겨울을 싫어하던 내가 (아직도 여름을 더 좋아하긴 하지만) 겨울의 청량감을 즐기게 되었다. 보통의 하루를 보내다 문득 이 날들을 그리워하리라는 걸 꽤나 분명하게 예감하고는 한다. 팀원들의 시답잖은 농담이라거나 이 곳에서 발견한 숨은 맛집이라거나 늘 산책하는 곳의 풍경이라거나.. 그런 작지만 소중하게 이 곳에서의 하루하루를 채워주고 위로해주는 것들. 

     

    내가 아기를 낳는다는 소식을 듣고 대학원 선배 언니가 이것저것 소포로 부쳐주셨었다. 여기에서 내가 드릴 건 마땅치 않고 감사한 마음에 편지라도 적어 보냈었는데, 잘 도착했다며 언니가 해 준 따스한 얘기가 마음에 남는다. 미국에서 살 땐 외롭기도 하고 힘들 때도 많았는데 돌아와서 그 시간을 떠올려보니 길고 긴 여행을 다녀온 것 같다는, 캐나다에서의 생활이 하루 하루 추억 가득한 여행이 되길 바란다는 말. 30년 가까이 있는지도 몰랐던 도시인 캐나다의 런던은 이미 서울을 제외하면 내가 가장 긴 시간을 지낸 곳이 되었다. 둘이 시작한 여행 중 동행이 늘어 넷이 되었다. (레체까지^ㅠ^) 긴 여행, 하루하루 추억 가득한 여행. 부활절이라 쓸쓸한 마음이 들어 글을 쓰기 시작했는데 적다보니 하나도 쓸쓸하지 않게 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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