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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산부에게 죄책감 권하는 사회
    캐나다임신출산육아 2020. 6. 29. 0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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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래똥이에게는 몇 가지 다른 태명 후보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한방이.. 당연히 탈락한 이름이지만 아무튼 주변에서 오래 아기를 기다리며 힘들어하는 얘기들을 꽤 들어온 나로서는 아기를 가져볼까? 하자마자 찾아와 준 래똥이가 마냥 신기했다. 나야 계획하던 임신이니 다행이지만 임신이 이렇게 쉽게(?) 될 수 있는 거였다니 조금 소름돋는달까.. 말하기 어려운 미묘한 감정이 들었다. 테스트기로 임신인 걸 확인하고 패밀리 닥터와 통화할 때 가장 먼저 들은 질문은 내 결혼 여부도 마지막 생리일도 아닌, 내가 원하는 임신인지 이 임신을 유지하고 싶은지에 대한 것이다. 낯설었지만 안도했다. 캐나다에서 임신중절은 합법이다. 한국에서도 작년에 낙태죄 헌법불합치 판결이 났으니 올해 안에 개정안이 나오겠지.. 어릴 적 학교에서 성교육이랍시고 보여줬던 낙태 영상이 생각난다. 배 속에서 도구를 피해 도망치는 듯한 아이의 모습. 뭘 배우길 바라는 거야.. 제발 피임 방법이나 제대로 가르쳤으면.. 부모나 파트너의 동의 없이도 임신 초기 몸에 무리가 가장 적은 방식으로 중절이 가능하고, 장기적으로 투약해야하는 사전 피임약은 의사 상담 후 처방받아야 살 수 있지만 긴급하게 먹어야 하는 사후 피임약은 약국에서 처방없이 바로 살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들이 한국에서도 빠른 시일내에 가능하면 좋겠다. 

     

    다들 그렇겠지만 뭔가 궁금한 게 있을 때 네이버와 구글 둘 다 이용한다. 찾고자 하는 게 뭔지에 따라 어떨 땐 네이버가 어떨 땐 구글이 더 적절한 정보를 준다. 임신 관련 정보를 검색하다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해서 기록해본다. 먼저 카페인 관련. '임신 중 카페인'이라는 키워드로 검색 했을 경우 가장 먼저 나오는 검색 결과를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스크린샷은 네이버, 구글에서 우리말로 검색,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 순. 

     

     

    네이버: '임신 중 카페인' 검색결과. 돌연사와 상관관계가 높으니 최대한 삼가라고 함.
    구글: '임신 중 카페인' 검색결과. 저체중아 위험 높아진다는 무서운 제목이지만 하루 권장 섭취량을 안내함.
    구글: '임신 중 카페인' 영어 검색결과. 하루 권장 섭취량과 그에 해당하는 커피 잔 수를 안내함. 

     

     

    네이버에서는 하루 권장량은 알려주지 않고 최대한 삼가라는 말이 나온다. 구글에서는 우리말, 영어 검색 결과 모두 하루 권장량을 제시하긴 하지만 영어로 검색한 결과에서만 인스턴트 커피 2잔이라는 보다 실질적인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스벅이나 팀홀튼에서 주문할 때 많은 메뉴가 디카페인으로 변경 가능하고 특히 스벅의 경우 decaf, 1/2 decaf, 1/3 decaf, 2/3 decaf 옵션도 가능하니 커피마시는 임산부 볼 때 잔소리는 참아주길.. 참고로 스벅 앱에서 모든 음료의 카페인 함유량을 확인할 수 있으니 신경쓰이는 사람은 살펴보면 좋을 듯. 다음은 '임신 중 탄산음료'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역시 네이버, 구글에서 우리말로 검색,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 순. 

     

     

    네이버: '임신 중 탄산음료' 검색결과. 아토피, 알레르기 발병률과 상관관계가 높다고 함.
    구글: '임신 중 탄산음료' 검색결과. 인지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함. (핵잼은 무슨 노잼이거든요..)
    구글: '임신 중 탄산음료' 영어 검색결과. 하루 권장 섭취량과 그 이하로 섭취한다면 안전하다고 알려 줌.

     

     

    네이버에서는 임신 중 탄산음료 섭취 시 아토피,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결과를, 구글 한글 검색에서는 인지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후덜덜.. 한편 구글 영어 검색에서는 탄산음료 섭취가 문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카페인과 연관이 있으며 카페인 검색 결과에 나왔듯 하루 권장량이 200mg 정도라는 것과 탄산음료 한 잔이 카페인 40mg 정도를 함유하고 있다고 알려주고 있다. 커피 차 초콜렛 등 다른 음식에도 카페인이 들어있을 수 있으니 계산해서 마셔야겠지만 하루에 탄산음료 한 두 잔은 문제가 없을 거라는 얘기. 마지막으로 '임신 중 자위' 키워드 검색 결과로 역시 네이버, 구글 우리말 검색, 구글 영어 검색 순. 

     

     

    네이버: '임신 중 자위' 검색결과.. 한숨이 나온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결과 뭔데요? 그 아래로는 경험담 공유 블로그.
    구글: '임신 중 자위' 검색결과. 성관계와 자위가 가능하다고 알려주며 본문에서는 위험할 수 있는 경우를 안내.
    구글: '임신 중 자위' 영어 검색결과. 안전하다고 하며 본문에는 좋은 점, 부작용, 위험할 수 있는 경우를 안내.

     

     

    네이버 검색 결과는.. 한숨이 나온다.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 결과가 대체 뭘까? 그 아래로는 크게 정보 수집에 도움이 안 되는 경험담이 줄을 잇는다. 몇 개 페이지를 돌아다녀보니 임신 중에 자위를 하면 자궁이 수축돼 유산이나 조산 위험이 있으니 하지 않는 게 좋다는 의견이 다수. 구글에서 우리말로 검색 했을 때 부부관계 고민이라는 제목이긴 하지만 원더맘이라는 임신, 육아 관련 어플에서 포스팅 한 글이라 믿을만해 보임. 관계와 자위 모두 가능하다고 하며 위험할 수 있는 경우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한 결과는 의학 관련 뉴스 페이지가 뜨며 임신 중에 자위를 해도 안전하다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저위험군 산모에게 있어 임신 중 자위는 스트레스를 낮추고 혈액 순환을 촉진시키고 수면을 도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르가즘 이후 자궁 수축을 경험하는 경우도 있지만 문제되지는 않는다. 다만 청결은 필수이며 조산 가능성이 있거나 고위험군 산모의 경우 의사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 가지 사례로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임신 관련 정보 검색에 한해서는 구글에서 영어로 검색하는 게 가장 쓸 만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네이버에서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조심스럽고 임산부에게 제약을 많이 두는, 그래서 사실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보단 그저 겁을 먹거나 죄책감을 가지게 될 수 있는 내용부터 확인하게 된다. 물론 여러 개 글을 누르다 보면 비슷한 수준의 정보를 얻고, 유사한 결론에 도달할 수는 있다. 그렇지만 좋은 생각만 하고 마음 편히 먹어도 모자란 임신 기간에 왜 이렇게 겁을 주고 통제하려 드느냐 이 말이다. 연구 결과 하루에 탄산음료 한 잔 정도는 마셔도 괜찮다고 했으면 그 사실을 여과없이 알려달단 말이다. 하지 말라는 게, 먹지 말라는 게 왜 그렇게 많고 해야 되는 건 또 왜 그렇게 많은지. 내가 커피를, 탄산음료를 하루 몇 잔씩 벌컥벌컥 마시겠다는 게 아니다. 초기부터 아주 조심하고 있고, 임신 전엔 하루 두 잔씩 먹던 커피도 디카페인으로 한 잔 마실까 말까다. 육아용품 관련해서 유투브 하나 보는데 부부가 카페에서 테이크아웃 하는 장면 보고 어떤 사람이 커피보다는 차를 마시시지.. 이런 댓글을 달아 놓음. 복장 터진다. 일단 뭘 주문했는지 어떻게 알고 그런 댓글을 다는지? 그리고 차라고 다 좋은 것도 아님 피해야 하는 차가 얼마나 많은데.. 마지막으로 배 속의 아가를 가장 생각하고 있을 엄마가 임산부 카페인 하루 권장량을 넘기지 않는 한에서 한 잔 마시기로 결정했다면, 더구나 이미 촬영한 영상이라면 그 댓글을 안 보는 게 아가와 엄마한테 이롭습니다. 제발 오지랖 노노..


    어제 엄빠랑 통화하면서 아직 먼 얘기지만 육아용품 얘기가 나왔는데, 아빠가 유모차는 어차피 오래 안 타기 때문에 비싼 거 좋은 거 할 필요 없다, 그게 다 엄마 만족일 뿐이라고 하셔서 상당히 서운했다. 서운한 포인트는 몇 가지가 있는데, 1) 왜 엄빠 만족이 아니라 엄마 만족인가요? 무의식 중에 육아는 여자의 일이라고 여기고 계시는 건 아닌지. 2) 사람들이 많이 사는 비싸고 안정적인 건 무거워서 기동성이나 휴대성이 떨어진다 뭐 그런 이유면 이해하겠는데 비싼 유모차의 효용이 과연 정말 엄빠 만족일 뿐일까? 휴대용으로 갈아타기 전 1년 반에서 2년 정도라고 해도, 그 기간동안 아가를 데리고 다녀야하는 건 나다. 아직 유모차에 대해 알아보지도 않은 상태라 뭐 내가 비싼 걸 사고싶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절대 아니다. 짧게 쓰기 때문에 비싼 거 좋은 거 안 했을 때 불편해하는 건 래똥이고 손목 나가고 허리 나가는 사람은 나다. 그렇기 때문에 어차피 결정은 내가 한다. 검색해보고 정보를 종합해봤을 때 타는 기간에 비해 어느 가격 이상의 유모차를 살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면 그건 그 때의 내 몫이다. 내 말은, 내 편만 들어줬음 하는 엄빠한테까지 그런 말을 듣고 싶지는 않다는 거다. 알아보고 널 위해 가능한 가장 좋은 걸로 하라는 말을 해주실 순 없는 걸까. 3) 아가랑 엄빠가 쓰는 건데, 엄빠 마음에 든다는 건 남이 보기에 허영이든 아니든 사실 굉장히 큰 구매 요인 아닐까? 다른 임산부, 산모에 대해 섣불리 대신 판단하며 못마땅한 시선으로 바라본 적이 있었다면 딸이 아기를 가진 이 시점에라도 그 시선을 거둬야하지 않을까. 블로그에는 다소 거칠게 작성하게 됐지만 순화해서 잘 말씀드려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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