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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일상 - 임신 28주차
    캐나다임신출산육아 2020. 10. 5. 00:35

    평온한 주말! 새로 주문한 테이블보를 깔고 에그인헬, 오버나잇오트밀, 과일 등 든든하게 아침을 챙겨먹고 쉬는 중. 레체 복지를 위해 워터파운틴을 깨끗이 닦고 필터를 갈아줬다. 창 밖은 완연한 가을이다. 임신 기간 중 이런 저런 기록을 많이 남길 줄 알았는데 시간이 넘 빠르네 ㄷ ㄷ 어느덧 임신 후기에 접어들었다.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면 내 임신 기간은 꽤나 평화로운 듯 하다. (knock on wood) 임신 기간의 증상들은 엄마를 닮는다던데 새삼 마미한테 고맙네. 복 받은 듯! 임신 초기 입덧이나 크게 당기는 음식이 없이 가끔 체하고 머리 아픈 정도의 증상만 있었고, 중기에는 배가 나오고 밥 먹는 양도 잠도 늘었지만 그 외에 생활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었다. 그래서 조금 자만 혹은 방심했었나. 엊그제 밤에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잠에서 깼다. 찾아보니 가진통 증상이라는 듯 하다. 배가 너무 아픈데 달리 할 수 있는 건 없는 상황. 이번 주 패밀리 닥터를 만났을 때 수축이나 인대 통증이 올 수 있는데 물을 많이 먹는 게 가장 도움이 된다고 했었다. 가끔 수축이나 배뭉침을 겪어봤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별로 주의깊게 듣지 들었는데 이건 전과 다른 통증이었다. 잠에서 깰 정도니 뭐.. 두 시간 가량 몇 번의 통증이 반복되다 다시 잠들었다. 그 외에 증상으로는 앉았다 일어날 때 꼬리뼈가 아픈 것, 한 방향으로 누워있다가 다른 방향으로 돌아 누울 때 골반 쪽 통증, 발바닥이나 종아리에 쥐가 종종 나는 것 정도. 찾아보니 임신 후기에 흔한 증상인 듯. 이제 진짜 래똥이를 만날 날이 머지 않았나보다 싶다. 

     

    나는 온타리오 의료보험인 OHIP이 있고, 패밀리닥터가 있는 상태에서 임신을 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경우 패밀리닥터와 임신 후기에 접어들 때까지 정기적으로 만나면서 필요한 검사를 진행하고, 임신 후기부터는 패밀리닥터가 연결해준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나게 된다. 나는 다음 주 화요일에 처음으로 빅토리아 병원에 방문해 산부인과 전문의를 만날 예정이다. 한국에서 아기를 가져본 적이 없어서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온타리오에서 여태까지 진행한 주요 검사는 다음과 같다.

    • 임신 사실 확인을 위한 피검사 (5월 16일 토요일): 집에서 임신테스트로 두 줄 확인 후 패밀리닥터가 준 신청서를 가지고 피검사를 진행한다. 코로나 때문에 패밀리닥터와 만나지는 않고 전화로 얘기를 했고, 메일로 검사요청서를 보내줬다. 패밀리닥터가 있는 병원이 아닌 전문검진센터(?) 같은 곳에 요청서를 가져가서 (팸닥이 직접 팩스로 특정 지점에 보내주기도 함) 검사를 받는데, 런던에는 Lifelabs나 Dynacare에서 받으면 된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라이프랩스에 갔었는데, 요청서 종이 하나가 누락되어 아쉬운대로 빵집만 들르고 집에 옴 ㅠㅠ 팸닥한테 연락해서 빠진 요청서를 받은 뒤 다음 날 다시 방문했는데 하필 빅토리아데이 직전 토요일이라고 쉰단다.. 아오.. 전화로 오픈한 Dynacare를 찾아 방문했는데 집에서 좀 멀긴 했지만 엄청 친절하고 좋았다. 피를 6통이나 뽑았는데 바늘 꽂을 때 따갑지도 않고 멍도 안 남았다. 검사를 마치고 며칠 후 패밀리닥터가 전화로 검사 결과를 알려준다. 피검사는 정상인데 소변검사에서 당이 나왔다나? 그래서 다시 한 번 피를 뽑아야 했다. 라이프랩스에 가서 네 통을 뽑았는데 바늘 꽂을 때도 아프고 멍이 들었다. 팸닥이 내가 건강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샘플이 오염된 게 아닐까 얘기했었는데 그 말이 맞았다. 내 아까운 피 ㅠㅠ 모든 게 정상인 걸로 나옴. 그나저나 코로나 때문에 외출을 거의 삼가던 때라 검사 받으러 갈 때도 좀 두려웠는데, 다들 관리를 철저히 하고 있어 안심했다. 오히려 코로나 전보다 안전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 첫 번째 초음파 검사 (5월 22일 금요일): 임신 8주차쯤 첫 번째 초음파 검사를 진행한다. 자궁 내 임신인지, 마지막 생리일로 파악한 예정일이 잘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게 주된 목적으로, dating ultrasound라고 부른다. 피검사와 마찬가지로 패밀리닥터로부터 받은 요청서를 가지고 전문시설에 가서 검사를 받는다. London X-Ray Associates에 미리 전화로 날짜 예약을 잡은 뒤 방문했다. 초음파 테크니션과 초음파를 찍은 뒤 나와서 기다리면 의사가 와서 간단히 결과를 얘기해주고, 검사 며칠 후 패밀리 닥터가 전화로 더 자세히 결과를 설명해준다. 생리가 규칙적이라 그런지 예정일은 예상한 날짜 그대로였고, 엄마가 꾼 태몽 때문에 혹시 쌍둥이인가 생각했는데 쌍둥이는 아니었다.ㅎㅎ 첫 번째 초음파 때에는 사람들이 흔히 gummy bear라고 하는 형태의 꼬물꼬물한 생명체를 보게 되고, 엄청나게 빠르고 우렁찬 심장 소리도 듣게 된다. 처음으로 실감이 나던 신기한 순간! 코로나 때문에 남편 없이 나 혼자 들어가서 보고 들어야 해서 너무 아쉬웠다. 
    • 임신 확인 후 패밀리닥터 첫 번째 방문 (6월 10일 수요일): 소변검사, 몸무게 및 혈압 측정, 문진을 하고 심장 소리를 확인했다. 팸닥한테 부탁해서 심장 소리 들을 때 J도 같이 들어와서 들을 수 있었다:) 보통 4주에 한 번 팸닥과 만난다는데, 코로나 때문에 6주 후에 다시 보기로 약속을 잡았다. 
    • 두 번째 초음파 검사 (6월 19일 금요일): 임신 12주차쯤 두 번째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가장 큰 목적은 목투명대 두께 확인을 통한 다운증후군 고위험군 여부 파악. 보통 이 두 번째 초음파를 EFTS (Enhanced First Trimester Screening)라고 한다. 첫 번째 초음파와 프로세스는 거의 같은데, 그 때보다 훨씬 사람같은 형태로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에 신기하고 신났던 경험. 목투명대 두께도 성장 속도도 모두 정상이었다. 
    • 패밀리닥터 두 번째 방문 (7월 21일 화요일): 문진 내용 외에는 첫 방문과 큰 차이가 없었다. 바로 전주부터 태동이 느껴지기 시작했던 기억이 난다:) 
    • 세 번째 초음파 검사 (7월 29일 수요일): 임신 18주차쯤 세 번째 초음파 검사를 받는다. 보통 Anatonic ultrasound라고 하는데 특정 장기나 혈관이 잘 있나 보고, 손가락 발가락을 세고, 머리 둘레 팔 다리 길이를 재는 등 장기를 하나하나 확인하고 측정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오래 걸린다. 들어가서 기다리다 초음파 찍고 나오기까지 총 한 시간 넘게 걸린 듯? 침침한 방에서 아기 형태가 보이는 화면보다 뭐가 뭔지 모를 흑백 화면을 오래 보게 되기 때문에 좀 피곤했던 기억이.. 성별을 알고 싶은지 물어본 뒤 알려준다. 특별한 이상이 없다면 이 세 번째 검사가 임신 기간 중 마지막 초음파 검사이다. 매 초음파 검사마다 4장의 사진을 뽑아주는데, 아가엄빠 입장에서 사실 사진을 더 갖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 알고보니 온라인으로 가입 후 5불을 내면 전체 사진을 다운받을 수 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첫 초음파 때 가입하고 돈을 냈으면 매 초음파 때마다 새로 돈을 내야 했던 것 같다. 나는 세 번째 초음파 후에야 알게 돼서 가입했는데, 5불만 내고도 최근의 초음파 기록을 다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뭐 큰 돈은 아니지만 최적의 타이밍에 가입한 듯!
    • 패밀리 닥터 세 번째 방문 (8월 31일 월요일): 역시나 이전 방문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의사 선생님이랑 얘기하고 심장 소리 들으면 안심이 되긴 하지만 별다른 업데이트가 없다보니 팸닥 만나러 가기 점점 약간 귀찮아지는 느낌.. 
    • 임당 검사 (9월 18일 금요일): 임신 26주차쯤 임신성 당뇨 확인을 위한 피검사를 받는다. 마찬가지로 요청서를 들고 센터에 방문하면 글루코오스 음료를 주고, 5분 안에 들이킨 뒤 1시간 대기 후 피를 뽑는다. 금식이 요구되지는 않았고, 코로나 때문에 센터 안이 아닌 차 안에서 대기하도록 안내 받았다. 블로그에서 워낙 임당 재검에 대한 글을 많이 읽어서 유일하게 두려워했던 검사.. 임당 며칠 전부터 살짝 스트레스를 받고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은 단백질 위주의 식사를 한 뒤 방문했다. 아니 다들 무슨 검사를 그렇게 받는 거에요?? 문 여는 시간에 갔는데도 내 앞에 10명이 넘는 대기자가 있었다. 같이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무슨 검사든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늘 같이 가서 같이 줄 서고 기다려주는 고마운 J. 그리고 다음 날 걸려운 팸닥 전화 재검 당첨 ㅠㅠ..
    • 임당 재검 (9월 22일 화요일): 팸닥이 최대한 빨리 다시 검사 받으라고 하길래 오전 미팅이 있던 월요일을 제외한 가장 빠른 날짜인 화요일에 다시 라이프랩스 방문. 재검은 8시간 금식 후 공복 채혈, 글루코오스 음료 마신 뒤 1시간 뒤 채혈, 2시간 뒤 채혈 총 3번 피를 뽑는다. 오히려 재검해야한다고 하니 마음이 비워지더라. 임당이면 오히려 알고 가는 게 낫겠다 싶어 식단 관리 없이 그냥 평소처럼 먹고 생활했다. 지난 번 1시간이 넘는 줄서기를 반복하기 싫어 문 열기 30분전에 가서 1등으로 대기했다. 금식하고 가서 그런가 음료 마시고 차에서 대기하는데 미식거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좀 들었다. 역시나 다음 날 걸려온 팸닥 전화. 3번의 검사 결과 모두 기준치 미만으로 통과! 오예 넘 기뻤다. 바로 배달음식 시켜서 조촐한 파티를 벌였다 호호
    • 패밀리 닥터 네 번째 방문 (9월 29일 화요일): 마지막 팸닥 방문! 아기가 태어나면 팸닥한테 보일건지, 소아과에 데려갈건지 정하고 소아과에 데려가고 싶은 경우 소아과 의사를 소개해준다. 지금 의사 선생님이 나쁘지 않아서 아기도 쭉 같이 갈 생각이었는데, 소개해주려고 했다는 의사 이름을 살짝 찾아보니 울 집에서 훨씬 가까운 병원이라 그냥 소아과로 갈까 생각 중.. 팸닥이 소아과로 데려가든 자기한테 데려오든 자신한테는 아무 차이가 없다고 거듭 강조해서 마음 편히 소아과 소개 받아도 될 것 같다. 아기가 태어나면 바로 팸닥 혹은 소아과에 연락해서 출산 3일 정도 후에 예약을 잡아야 한다고 한다. 그 작은 아기를 데리고 병원에 가야한다는게 두렵지만 아기 몸무게가 잘 늘고 있는지 등 체크해야 하기 때문에 (특히 모유수유할 경우) 아기가 태어나고 바로 예약을 잡는 게 아주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부터는 아기가 태어날 때까지 팸닥이 연결해준 산부인과 의사를 만나게 된다. 다음 주 처음 방문하게 될 빅토리아 병원, 처음 만나 뵐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기대된다:)

     

    막상 적어보니 많은 일들이 있었네. 패밀리닥터한테 물어보니 특별한 이상이 없는 한 출산까지 피검사와 초음파는 더이상 없을 것이고, 주요 검사라고 하면 30주차쯤 vaginal swab, 백신 접종만 하면 될 거라고 한다. 코로나라 훨씬 유연해진 출퇴근 덕분에 몸도 마음도 편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아 새삼 감사하다. 처음 겪는 일이라 비교 대상은 없지만 전반적으로 모든 과정이 순조로운 것 같아 (knock on wood again) 다시 한 번 감사. 전에는 어떻게 사람이 아기를 낳고 키울 수 있는지 너무 두렵고 무서웠다. 아직도 내 안에 아기가 있다는 사실이, 아기를 곧 만난다는 사실이 잘 믿기지는 않지만 활발한 래똥이 태동을 느낄 때면 얼른 만나고 싶은 생각이 더 크다. 무사히 건강하게 만나자 래똥아~~ 

    피검사하러 가는 Lifelabs. 접수하는 곳과 대기하는 공간이 있고 안쪽에 여러 개의 작은 방이 있다. 순서가 되면 알려준 번호의 방으로 들어가 피를 뽑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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