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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루하루기록 2017. 10. 16. 11:54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가고 같은 요일이 다시 돌아온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기록해두지 않으면 어쩐지 금세 모두 잊어버릴 것 같아 몇 자 적어둔다.

     

    요 며칠간은 계속 비가 내리고 있다. 날이 추워지고 있다. 

    지난 주말과 이번 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엘리라는 이웃집 고양이를 맡아주었다.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릴 때부터 내가 동물을 키우면 학대하지 않을까 하는 터무니 없는 걱정이 있었는데 다행히도 괜한 걱정이었다. 

    심장에 무리가 갈 정도의 사랑스러움. 뭔가를 더 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아이를 낳으면 이렇겠구나 싶었다. 

    두 번째 헤어지고 나서는 엉엉 울었다. 

    다시 보려면 놀러 가서 볼 수 있으니 못 보는 것 때문에 운 건 아닌 것 같고, 엘리가 나를 잊는 게 왠지 서글펐던 것 같다. 

     

    내일부터는 뮤지엄에서 하는 아트 클래스에 간다. 

    평일 낮에 하는 수업이라.. 내가 늘 갈망하던 삶이다ㅎㅎ

    꽤 비용을 투자했으니 부디 즐겁고 유익한 수업이면 좋겠다.

     

    J의 생일 전날 저녁에는 집 근처의 레스토랑에 가서 재즈 음악을 듣고 식사를 했다. 

    생일날 아침에는 엘리 덕분에 일찍 깨서 미역국을 만들었다. 

    마미북에 적힌 대로 만들었는데 중간에 고난이 있었지만 완성하고 나니 그럭저럭 괜찮았다. 

     

    친구들이 카톡으로 집은 잘 갖춰졌나 이런저런걸 묻는다. 

    한국에 있었다면 친구들을 불러 집들이 하고 놀았겠지. 

    나를 생각하는 마음에 하는 질문이지만, 아니면 인사치레로 하는 질문일지도. 그렇지만 대답하기에는 음, 

    사실 나는 임시의 삶을 살고 있는 걸. 보여주기는 왠지 아직도 조금 부끄럽다. 

     

    11월에 있는 봉사활동 관련하여 준비 동영상을 4개나 보았다. 다 합쳐서 5시간 정도 걸린 듯.  

    학교 임직원이 들어야하는 교육을 똑같이 들은 건데, 주로 일터의 안전과 접근성에 대한 내용이었다. 

    아무튼 지루했지만 나름 유익했다. 영어 공부한다고 생각하며 스킵하지 않고 들었다. 인상깊은 내용을 몇 가지 적자면 

    -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수업, 행사 등에서 동등한 기회를 갖도록 건물의 접근성을 확보하고 임직원의 교육에 힘쓰는 모습. 나는 고작 일주일 봉사활동 할 텐데 장애의 다양한 종류에 대해 배웠고 그들에게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처음으로 알았다. 장애와 관련하여 이런 체계적인 교육은 살면서 한 번도 받아본 적이 없는 듯. 그 사실이 새삼 신기할 정도. accommodation과 accessibility의 차이에 대해 얘기하는데, 전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의 요구에 의해 수동적으로 돕는 행위라면, 후자는 미리 모든 건물, 수업, 행사 등이 불편함 없이 사용 가능하도록 설계되고 준비되는 것을 의미한다. 또 눈이 아예 안 보이는 장애인은 시력 장애인 중 소수에 불과하고 다들 어느 정도는 보인다는 점, 그들에게 본다, 읽는다와 같은 단어를 사용할 때 망설이지 말고 얘기해도 된다는 점이나 말을 더듬는 등 말하는 데 장애가 있는 사람을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과 같이 대우해서는 안된다는 것, 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는 한 번에 한 가지씩 천천히 말해주면 받아들이기 쉽다는 점. 도와주는 사람이 있더라도 그 사람한테 얘기하기보다 장애를 가진 사람에게 직접 소통하도록 노력하라는 점이나 모든 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기 전에 어떤 도움이 필요한지 먼저 물어보라는 점 등은 살면서 꼭 필요한 지식이 아닌가 싶었다. 

    - 일터에서 동료가 남자친구나 남편에 의해 학대당하고 있지 않은지 여러 정황을 잘 살펴보고 도움을 주라는 내용이 있다. 한국에서는 어쩌면 왜 여자에 대해서만 내용을 만들었냐고 할 지도 모를 내용. 멍이 들었는데 물어보니 감춘다거나, 남자친구가 일터로 자꾸 전화하고 찾아온다거나, 실제로 폭언을 하는 걸 목격하는 건 보다 분명한 증거지만, 최근 우울해보인다거나, 업무 실적이 현저하게 줄었다거나 하는 등의 모습도 허투루 넘겨서는 안된다는 내용이 있다. 누군가의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 비극적인 사건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보다 가까이 있을 수 있다. 대처 방안으로 연락처를 바꾸고 주차를 건물 가까이 하고 다른 사람과 동행하는 등의 구체적인 내용을 제시한다. 주변 사람들은 그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점을 상기시켜 주고, 학교 내에 마련된 센터의 도움을 받도록 돕는다. 

    - 일터에서 상사가 뭔가 집어 던진다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걸 목격한 경우, 피해자와 함께 우선 그 장소를 피하고 911에 전화하라는 내용. 학기 시작하고 사이렌 소리가 많이 들려서 뭔가 했었는데 조금 이해가 되기도 한다. 119에 장난전화 하지 말라는 얘기는 자라면서 늘 들었지만, 어느 상황에서 전화해야 하는지에 대해 배운 적은 없는 것 같다. 불이 났을 때 외에 또 어떤 상황에 119에 전화하면 되는지,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말이다.  또 학교 내에 police가 있어서 학교 내 전화로 911에 전화하면 바로 그 쪽으로 상시 연결된다. 휴대전화로 할 경우에도 학교를 얘기하면 바로 연결. 인구 30만의 도시에 이 학교 학생이 4만 명이니 그런가 싶기도 하고.. 

     

    코스트코에서 잔뜩 산 고기로 미역국을 만들고, 구워먹어도 남아서 반은 장조림을 만들고 반은 양념에 재워두었다. 

    장조림은 만들 때마다 맛이 다른 게 신기하다. 이번에는 거품을 잘 걷어냈더니 간장이 맑고 깔끔하게 돼서 좋다. 

    불고기용 고기는 아니지만 재워둔 양념 고기 일부는 팽이버섯을 사서 국물 뜨끈한 불고기를 해볼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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