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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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배우는 나이 2.9살하루하루기록 2023. 11. 14. 14:04
그동안 적지 못한 얘기가 많은데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일단 생각나는대로 대충 끄적여놓기로. 어제는 딸이 데이케어 친구네 집에 급 초대받아 놀러갔다왔다. 딸만 데려다놓고 두 시간쯤 후에 오라길래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서 생각해보니 데이케어 말고는 엄마 아빠 없이 낯선 곳에 있는 게 처음이다. 플레이데이트를 하더라도 늘 엄마나 아빠도 같이 있었는데. 데려다주고 차를 빼서 나오는데 어딜 가야하나 뭘 해야하나 약간 횡재한 기분이 들면서 설렜다. 막상 특별한 거 없이 그냥 산책 좀 하고 책을 읽다가 딸 먹을 저녁을 만들었지만 혼자만의 시간 없이 오후 내내 같이 보냈다면 저녁까지 딸에게 아주 상냥하긴 힘들었을지도. 감사히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다.ㅋㅋ 딸은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잘 논 듯? 애들끼리 벌써 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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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자란다하루하루기록 2023. 10. 24. 22:12
오늘 아침에 딸을 데이케어에 데려다주는데 스니커즈 말고 크록스를 신고 싶다고 하더라. 크록스는 인도어용이라 야외활동용 스니커즈를 챙겨가서 사물함에 넣어주고 반에 가서 선생님한테 인사하는데 언제 갈아신었는지 반에 놔두고 다니는 인도어 스니커즈를 이미 신고 있는 거?? 이미 친구들에게 가서 놀려고 하는 딸한테 크록스 어디다 벗어놨냐고 하니 사물함에 놨다고 해서 엥?? 어리둥절하면서 반을 나왔는데 진짜로 크록스가 사물함에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물어본 말에 맞게 대답해줬던 거다. 언제 벗었지? 언제 넣어놨지? 언제 혼자 신었지?? 선생님이랑 잠깐 인사한 시간 빼고는 계속 보고 있었는데. 날랜 친구. 어제는 웨건에 팔이 꼈다고 낑낑하길래 놀래서 가서 후다닥 빼주고 살펴보고 안아주고 뽀뽀해줬는데 조금 지나서 내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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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잔여에너지가 있는 날하루하루기록 2023. 10. 15. 11:58
결혼하고 처음으로 같이 보내지 못하게 된 남편의 생일. 다행히 좋은 분들과 즐거운 하루 보낸 것 같아 마음이 놓인다. 생일축하해~~🥲 오늘은 애를 재우고도 모처럼 잔여에너지가 살짝 있다. 쿠킹클래스도 리틀짐도 제시간에 맞춰가고 낮잠도 밤잠도 잘 재우고 밥도 간식도 잘 챙겨먹이고. 오전에 너무 피곤했는데 딸 낮잠 자는동안 나도 살짝 눈을 붙이고 체력을 회복한 덕인 듯. 물론 망아지처럼 말 안 듣는 순간들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손에 꼽을 정도로 흡족한 하루. 어느덧 남편이 먼저 이사간지 한 달 반이 되었다. 말이 이제 좀 통하고 나름 루틴이 생기니 할만하기도 하고 또 그러다 죽겠다 싶으면 중간중간 남편이 와줘서ㅋㅋㅋ 그럭저럭 버티고 있네. 어제 드디어 수퍼바이저가 비자 관련 필요 자료 로펌에 넘겼다고 하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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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캄한 밤하루하루기록 2023. 9. 22. 15:31
오후에 이상한 사람과 미팅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급체로 머리도 눈도 아픈데 두통약이 잘 듣지 않았다. 눈이 아프다고 하니 딸이 you have a stomachache in your eyes? 라고 해서 조금 웃었다. 일어나면 낫길 바라면서 아이가 잠든 시간에 나도 일찍 몸을 뉘였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 눈을 떠보니 새벽 1시. 눈도 잘 못 뜨겠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일어나서 소화제를 찾아먹었다. 나아지긴 커녕 속이 미식거려 화장실에 가서 약을 토했다. 초록색 약. 차라리 음식도 같이 게워내서 체기가 내려갔음 했는데 맑은 초록 물만 나왔다. 방에서 버기! 그린버기!라는 딸의 잠꼬대가 들리는가 싶더니 딸이 잠에서 깼다. 꿈에서 벌레를 봤나.. 베개를 들고 방에서 나와 거실 불을 켜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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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rming exchange하루하루기록 2023. 9. 18. 13:36
참 긴 하루였다. 딸이 새벽에 깼는데 아빠가 없는 걸 여기저기 확인하지 않았는데도 우리가 아빠 밤에 간다고 얘기를 해서 그런가, 눈 뜨지마자 아빠 보고싶다고 엉엉 울었다. 어제 내가 눈물 찔끔 흘릴 때는 나를 안아주고 쿨하게 마미 이츠오케!! 대디 윌 컴 쑨!! 하던 딸인데. 찡했지만 그 이후로는 별로 찾지 않았다는^^;; 엄마랑 아빠 둘 다한테 애착 형성이 잘 된 것 같아 좋다. 수요일 밤에 왔던 남편이 오늘 새벽에 떠나고 다시 딸과 둘이 보내는 시간. 아빠딸, daddy's girl이던 딸이 내 쪽으로 조금 넘어오는 것 같아 나쁘지 않기도 하고ㅎㅎ 남편은 못 보는 딸의 하루하루의 성장을 볼 수 있다는 게 매우 소중하긴 하지만 그럼에도 그냥 겨우 버텨내고 있는 것 같은 나날이다. 얼른 자야 내일을 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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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쥬금하루하루기록 2023. 8. 30. 11:31
딸이랑 보내는 시간이 증말루 행복한디 그건 분명한데도 때로 쥬글맛일 때가 있다.. 뭐 오늘은 그래도 나름 할만했고 행복이 더 컸던 듯. 데이케어에서 데려오면서 같이 마트에 들러 우유를 사고 집에 와서 씻기고 밥을 먹었다. 만두를 같이 먹을 생각으로 쪘는데 너무 좋아하면서 잘 먹길래 딸 다 먹으라고 줬다. 나는 점심 때 먹고남은 닭갈비를 데워와서 먹으려는데 마지막 만두를 나에게 건네면서 you eat 하더니 너무 예쁘게 웃는 거다. 내가 아냐 00먹어~ 했더니 you can eat 이러고 또 웃어서 야미~~ 엄마 나눠줘서 고마워~~ 하고 먹었다. 다 먹고 좀 놀더니만 만두 더 달라고 하길래 (이미 많이 드셨는데요..?ㅋㅋ) 새로 더 쪄서 줬는데 먹으면서 또 나를 주더니 don’t eat spicy f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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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소소한 기록하루하루기록 2023. 8. 26. 13:11
오늘 저녁에 딸이 창고에서 하이체어 등받이를 찾아서 꺼내오더니 하이체어에 껴달라고 해서 놀랐다. 등받이만 보고는 뭔지 모를 줄 알았는데. 뉴본세트 껴서 앉아있던 어린 시절 기억이 난단말이여?? 신기하다 신기해. 며칠전에도 어릴 때 얘기해서 깜짝 놀란 게 있었는데 뭐였는지 고새 까먹었네. 요즘은 말이 잘 통하니까 참 좋다. 혼자 놀다가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도 장난기 넘치는 표정들도 참 귀엽고. 생일 축하 노래를 불러주면 "노 마이벌스데이이즈 디셈버"라고 한다. 디셈버가 뭔지 벌스데이가 뭔지는 알고 그러는 거니..? 재밌다. 이제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단호하게 말해주기 시작했는데 말을 제법 잘 듣는다. 아빠보다 나를 살짝 무서워하는 눈치ㅎㅎ 결국 어제 남편이 먼저 뉴욕으로 떠났는데 역시나 새삼 참 애틋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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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랑하고 맹랑한 꼬마하루하루기록 2023. 5. 26. 15:03
- 명랑하다: 흐린 데 없이 밝고 환하다. 유쾌하고 활발하다. - 맹랑하다: 하는 짓이 만만히 볼 수 없을 만큼 똘똘하고 깜찍하다. 요즘 딸이 말을 굉장히 많이 하는데 듣다보면 종종 웃음이 터진다. 엘레베이터 버튼을 내가 누르려고 하면 "No, only me push the button" 이라고 하질 않나 오늘은 마트에서 계산하고 나오는데 씻지도 않은 딸기를 꺼내 먹으며 "Don't eat the green part, only red part" 라고 하더라. 며칠 전부터는 why봇이 되어서 무슨 말에든 왜냐고 물어본다. 엊그제는 왜인지 기억이 안 나지만 뿌엥 눈물이 터졌는데 아빠가 끝까지 달래주지 않고 방에 들어가니까 눈물을 그치고 "Where is dady? I love daddy" 라고 하대. 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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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놀라움의 연속하루하루기록 2023. 5. 14. 22:44
어제 남편이 아이에게 “내일 마더스데이야~ 엄마 알러뷰 해~” 했더니 아이가 “알러뷰 마미” 하길래 “알러뷰 투 00 (딸 이름)” 하니까 “I really love you, too”라고 해서 어디에서 배웠나 너무 놀랍고 웃기면서도 감동해서 눈물이 찔끔 났다. 오늘은 아침부터 호숫가에 가려고 차를 타고 나와서는 가는 길에 마실 걸 사가려고 아이 데이케어 옆에 있는 팀홀튼으로 가고 있었는데 아이가 ”No 00 (데이케어 이름), 00 closed on Sunday”라고 해서 일요일에 문 닫는다고 알려준 걸 기억하는 게 기특하고 오늘이 일요일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신통방통했다ㅎㅎ 남편이랑 하루하루 아이가 다르다고 얘기했었는데 어제 보더니 이제는 낮잠 자고 일어나면 쑥 또 커있는 것 같다고 하더라. 정말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