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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꽃 피었던 자리 어디였나 더듬어 본다'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3. 5. 26. 20:41
꽃을 꺾자 꽃나무의 뿌리가 어두워진다
꽃나무는 얼른 다른 꽃을 밀어 올린다
스스로 환해지기 위해
내 오른쪽 늑골 아래
환하게 밀어 올려지지 못한 꽃들이
수북하다
누가 저곳에 저리도 많은 꽃 버렸을까
이제는 그리워하지 않아도 될 것들 너무 많아져
마음 걸 곳 찾을 일 참으로 없어
오래되었구나
어느 생에선가 마음 한 번 베인 후로
꽃의 안부 묻지 않은 것이
늑골의 통증이 그냥 통증이 아니었지만
오늘 밤 꽃이 바람에 스치는 것
꽃 지는 의미 알라는 것 아니겠는가
꽃 피었던 자리 어디었나 더듬어 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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