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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세랑 '시선으로부터' 中
    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20. 4. 23. 10:32

    4.

    예민해서 아름다운 사람들이었다는 건 압니다. 파들파들한 신경으로만 포착해낼 수 있는 진실들도 있겠지요. 단단하게 존재하는 세상을 향해 의문을 제기하는 모든 행위는 사실 자살을 닮았을 테고요. 

    명혜는 명은더러 다른 모두가 더하기의 인생을 살 때 혼자 빼기의 인생을 산다며 감탄인지 빈정거림인지 알 수 없는 말을 했었다. 명은은 자신이 택한 빼기의 인생이 싫지 않았다. 

     

    5.

    어릴 때는 그 삶을 원했던 적도 있는 듯한데, 이제는 이 삶이 아닌 삶을 상상할 수 없으니 짐작 불가능한 시간을 저도 모르게 통과해온 셈이었다. 

     

    12. 

    누구든 언제나 자기방어를 제대로 할 수 있는 온전한 상태인 건 아니라고 항변하고 싶었다. 그러니 그렇게 방어적으로 쓰지 않아도 된다고, 기억을 애써 메우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17. 

    어떤 말들은 줄어들 필요가 있었다. 억울하지 않은 사람의 억울한 말 같은 것들은.

     

    18.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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