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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책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7. 11. 1. 23:52
일을 쉬면서 매월 최소 2권은 독서를 하자고 마음 먹었다.
큰 계획이 아닌데도 정신 놓고 살다보면 한 달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9월에는 ESL용으로 가벼운 책들을 읽었다. (The spider bites, Four weddings and a funeral)
10월에는 빌린 지 2주가 지났지만 읽다보면 자꾸 집중이 안 되어서 겨우 끝낸 Charles Dickens의 Great Expectation과
올해 초에 시작했으나 왠지 진도를 못 나가고 지지부진 했던 조승연의 플루언트를 읽었다.
Great Expectation, 위대한 유산으로 주로 번역되며 막대한 유산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책.
20살 무렵 영국에서 찰스 디킨스 생가에 방문했을 때 이런 고전(?)들을 좀 읽고 교양을 쌓아야지 했던 기억이 나서 집어들었다.
초반에는 계속 말투, 행동, 옷차림이나 식사예절 등 배운 사람과 아닌 사람에 대한 비교가 많아 좀 루즈하다.
그래서인지 두껍지 않은 책인데도 빨리 읽어내려가질 못하다가 중간에 스토리가 진행되면서부터는 흥미로워서 금방 읽었다.
대장간에서 자라던 Pip이라는 소년이 영국의 귀족 사회에 눈 뜨고, 익명의 누군가로부터 돈을 지원받아 런던에서 gentlemen으로 살게 되는 이야기이다.
자신에게 돈을 준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이 어릴 때 도와준 범죄자였고, 그 사람이 알고보니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의 친부였다거나 하는
뭔가 중간부터 약간 막장드라마 느낌이 나는 연결고리들이 발견되고 마지막엔 갑자기 11년 후.. 이런 식의 전개라 좀 허무했다.
19세기 영국 사회에 대해 알 수 있다는 점은 좋았다.
플루언트를 읽으면서 계속 든 생각은 조승연이 진짜 지독한? 대단한 사람이라는 점.
언어 공부 방법에 대해 큰 틀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실천 가능한 세세한 과제들을 함께 제안한다.
몇 가지 인상 깊은 것을 적자면,
- 사전을 잘 활용하라. 단어의 뿌리에 대한 지식이 생기면 새로운 단어를 만났을 때 유추가 쉬워진다.
- 시를 낭송하고 원서를 읽어라. 해당 내용이 반영된 2차 제작물을 접하라.
- 철학, 예술, 종교 등 지식을 쌓아라.
전부 공감되는 내용이다. 실천하고픈 내용을 기억해 옮겨 적었지만 사실 그대로 하기는 쉽지 않다.. 노력은 해 봐야지.
이 책을 읽고 구글에서 단어를 찾을 때 늘 단어의 어근도 확인하곤 한다. 조승연처럼 맵으로 그리는 건 아직 안 해봤지만..
초반에 영어적 사고와 한국어적 사고의 차이점에 대해 분석한 내용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새롭고 좋았다.
영어가 불규칙, 예외가 많은 게 아니라 다른 언어를 빠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뿌리가 다양하고, 그 뿌리에 다른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라는 것도 알았다.
우리가 고급 단어라고 생각하는 것들은 대체로 라틴어에서 온 것이라는 점도 알게 되었다.
월 2권이 목표라니 조금 부끄럽지만 그래도 11월에도 잘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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