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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근교 여행 - 9개월 아기와 사니아 1박 2일 (Sarnia, ON)
    캐나다에서의삶 2021. 9. 12. 04:03

    작년 캐나다에도 코로나가 덮치고 재택근무를 시작한 게 3월 중순. 가장 최근 런던을 벗어난 건 아마도 재작년 12월 말 떠나 작년 1월 초에 돌아온 플라야 델 카르멘 여행이었던 듯하다. 1년 반이 넘는 시간동안 런던에서, 그것도 집 코앞에서만 왔다갔다 산책이나 하며 지냈다. 당시 정보가 부족했던 코로나에 걸리는 것도 무서웠고 게다가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게 되면서 특별히 더 조심하게 된 것도 있는 듯. 곧 복직도 다가오고 날씨도 선선해지고 남편과 나 모두 백신 접종을 완료했으니 짧게나마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아이가 있어서 많이 돌아다니긴 힘들 것 같아 호캉스를 테마로..ㅎㅎ 백신을 맞았다지만 아직 겁이 나서 사람들과 마주쳐야 하는 곳은 피하고 싶었다. 처음 알아봤던 건 뷰가 좋은 나이아가라 호텔이었다. 나이아가라는 울 집에서 두 시간 정도 차로 가야하는데 막상 첫 여행으로 떠나기엔 살짝 부담이 되어서 더 가까운 곳으로 찾아봤다. 결국 우리가 가기로 한 곳은 미국과 캐나다 국경에 있는 작은 도시인 Sarnia. 우리 집에서 차로 한 시간 정도 서쪽으로 가면 된다. 짧은 여행에 아이까지 같이 가기 때문에 여러 액티비티를 할 생각은 없고 그저 워터프론트 구경 한 번 하고 근처에 괜찮은 미술관이 있다니 거기 구경이나 한 번 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사니아로 향했다. 

     

    숙소는 전에 인스타 광고로 알게된 The Insignia Hotel by Marriott에 묵었는데 대만족이었다. 회사 출장 때 주로 힐튼에 묵어서 혜택을 더 쌓기 위해 힐튼 계열로 갈까 살짝 고민했지만 넘 잘한 선택인 듯! 새로 지어서 깔끔하고 인테리어도 마음에 들었다. 아가가 우리보다 훨씬 일찍 잠들기 때문에 침실과 거실이 분리되어 있는 넓은 룸으로 예약했다. 위치도 좋고 아가를 위해 팩앤플레이를 침실에 미리 설치해줘서 좋았다. 미리 챙겨간 이불을 하나 더 깔아서 재웠는데 다행히 집에서처럼 푹 잘 잤다. 3층짜리 호텔로 층당 객실 수는 대략 15개 정도인 듯 했다. 사람이 많지는 않았는데 코로나 때문도 있겠지만 우리가 비교적 자유로운 신분인지라 평일에 다녀와서 더 그랬던 듯. 주차는 선착순이라고 안내 받았는데 주차 공간이 아주 넉넉해서 차를 못 댈까봐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https://www.theinsigniahotel.com/

     

    Insignia Hotel

    A sophisticated hotel experience. With incredible dining and lounge on site right in the heart of downtown Sarnia.

    www.theinsigniahotel.com

    사진 오른쪽에 보면 침실에 그라코 팩앤플레이를 설치해줬는데 아가가 쿨쿨 잘 잤다. 거실 사진은 인물샷밖엔 없네ㅠㅠ

     

    도착하자마자 아가 점심을 먹이고 남편은 나가서 우리의 점심을 테이크아웃 해왔다. 나는 아가랑 침대에서 뒹굴뒹굴 놀멍쉬멍 기다림. Personal Touch Eatery라는 곳으로 케이터링도 하는 곳인 듯. 오늘의 스프랑 버거, 푸틴, 타코를 사왔는데 다 맛있었지만 커리 쉬림프 타코가 아쥬아주 맛있었다. 츄릅..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 아주 흡족.

    배고팠던터라 급히 찍고 후루룩 흡입

     

    남편이 점심 테이크아웃하러 갔을 때부터 아가는 방에 설치된 팩앤플레이에서 쿨쿨 잠들어서 평화로운 점심시간을 보냈다. 나는 점심먹고 좀 쉬다가 아가가 깨기 전에 근처 산책을 다녀왔다. 호텔이 강변에 있어서 강변을 쭉 걸었는데 날씨도 기분도 아주 굳굳. 평일인데도 걷거나 앉아 쉬는 사람들이 몇몇 보였다. 삼십분쯤 걸었으려나? 아가가 깼다는 메시지를 받고 호텔로 복귀. 남편이 아가 밥을 먹이고 있어서 다 먹인 다음 아가 컨디션 좋을 때 가족 사진 몇 개 박고ㅋㅋㅋ 다같이 근처 미술관으로 갔다. 

    나홀로 산책 중 찍은 사진. 호수가 아니라 바다 같다.
    호텔 방에 있던 사진집에서 본 분수와 조우

     

    Judith & Norman Alix Art Gallery라는 미술관인데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듯. 입장료도 따로 없는데 전시도 좋고 팜플렛도 잘 만들어놨더라. 입구에 안내하는 분이 아가를 보더니 '평론가를 데려오셨네요'라고 해서 웃겼다.ㅎㅎ 2층과 1가지, 3층에 2가지 전시를 하고 있었고 규모는 크지 않지만 즐겁게 구경했다. 나는 Susan Dobson의 사진 기반 작품들의 색감이 아름다워서 좋았고, 남편은 자수 패치를 디자인하고 재해석한 Lee Henderson의 작품을 재미있어했다. 아가 역시 3층의 두 전시를 2층 전시보다 더 좋아했기 때문에 3층은 찬찬히 구경하고 2층은 후루룩 지나쳐나왔다..ㅋㅋ 들어갈 때 우리에게 말을 걸었던 직원 분이 전시 어땠냐고 물어서 대화를 잠시 나눴다. 패치 디자인 관련 전시에 작품을 시작한 계기(?)로 캘거리에 밴드 이름을 베트콩이라고 지은 밴드에 대해 적혀있었는데, 실제로 밴드 베트콩의 멤버가 여기 구경을 와서 작가에게 연락하고 싶다며 연락처를 받아갔다는 뒷 얘기를 해줘서 흥미로웠다. 직원 분은 헤어스타일에 힘을 좀 준 남자 분이었는데 울 아가 귀엽다며 헤어스타일이 넘 멋지다고 부러울 정도라나 뭐 그런 이야기를 하고..ㅎㅎ 아무튼 기분 좋은 시간이었다.

    https://www.jnaag.ca/

     

    Home

    Learn about County of Lambton's Judith and Norman Alix art gallery

    www.jnaag.ca

     

    다행히 날씨도 우리의 체력도 따라줘서 강변을 따라 북쪽으로 쭉 더 산책을 하고 호텔로 돌아왔다. 아이 밥을 먹이고 씻으면서 호텔 1층에 있는 Legacy 레스토랑 픽업 주문을 했는데 가져다준다고..^ㅠ^ 오셔서 친근하게 대화를 마구 거시며 스파클링와인 병을 따주셔서.. 안 그래도 비싼 저녁 식사였는데 별 수 없이 팁을 더더 드렸다고 한다..ㅎㅎ 그래두 넘 맛있었던 저녁 식사! 램이랑 시푸드 스파게티였는데 둘 다 맛있었다. 시푸드 스파게티는 왠지 모르게 싱가 울 기숙사 앞에서 먹었던 완탄누들맛이 났다ㅎㅎ 재료를 보면 아시안 테이스트를 낼 만한 게 딱히 없는데 신기. 램도 진짜 먹어본 램 중에 역대급! 넘넘 맛있어서 늦은 시간인데도 다 먹어부렀네. 

    강변으로 가려면 작은 기찻길을 넘어가야 한다. 돈스탑러빙<3
    사진 찍기 직전에 남편이 램을 내 쪽으로 옮겨줘서 식기가 반대로 놓여있넴

     

     

    푹 자고 다음 날! 집 근처 카페에 가서 커피와 빵 몇 가지를 사와서 호텔에서 먹고 채비를 했다. 카페 홈페이지에는 평일 7시 오픈이라길래 일어나서 아가 아침만 먹고 바로 같이 나섰는데 가보니 8시 오픈이라ㅠ.ㅜ 근처를 빙빙 돌면서 강제 아침 산책을 당했다^ㅠ^ 살짝 쌀쌀했지만 걸을만했다. 호텔 옆에 런던에도 있는 체인인 커피 컬쳐가 아침 일찍부터 문을 열고 있었으나 구글 평점이 높은 Black water coffee에 굳이굳이 간 건데 분명 맛은 있으나 너무 기다려서 그런가 그렇게 인상깊지는 않은데~_~ 훔냐

    사진은 못 남겼지만 곳곳에 그래피티가 잔뜩 있었다

     

    호텔에서 마저 쉬고 아가 밥을 한 번 더 먹인 다음 짐을 꾸려 체크아웃을 하고 블루워터 브릿지로 향했다. 산책하는 사람들, 앉아있는 사람들, 수변에 차를 대고 차 안에서 쉬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우리는 블루워터 브릿지 파크쪽에 주차를 하고 워터프론트 파크 쪽으로 유모차를 끌고 쭉 걷다가 Original Albert's라는 곳에서 피시앤칩스를 사서 강변 벤치에서 냠냠 먹었다. 아가가 우리 먹는 걸 계속 기대에 찬 눈으로 바라봐서 미안했다ㅋㅋㅋ 요즘은 자꾸 우리가 먹는 걸 보면서 입맛을 다신단 말이지. 줄까지 서서 사먹었지만 뷰맛집이 대체로 그렇듯 런던의 킵스레인 피시앤칩스에 못 미치는 맛이었고 주변에 공격적인 벌들과 새들이 있어서 무서웠지만^_ㅠ 풍경이 넘 아름다웠고 날씨도 완벽했다. 왜 블루워터라고 하는지 왜 fresh water sea라고 했는지 알 것 같은 풍경들. 

    블루워터브릿지
    물색깔이 예뿌다
    저 다리 건너는 미국. 다리 중간쯤 미시간이라고 쓰여있다.

     

    아가 다음 밥 먹을 시간을 맞추기 위해 후다닥 정리하고 집으로 향했다. 차 타자마자 30분 정도 쿨쿨 자주더니 배가 고파져서 그런가 깨서 좀 칭얼거렸다. 집에 오자마자 아가 밥을 먹이고 나니 다시 거친 현실로ㅎㅎ 너무 오랜만이라 그런지 고작 하루 다녀온건데도 post-vacation blues가 살짝 있었다ㅠㅠ.. 꼭 멀리 가야만, 멋지고 유명한 관광지에 가야만 휴식이고 좋은 여행인 게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달은 여행. 가까이에 잠시 다녀왔는데도 넘 좋았고 기분 전환이 되었다. 아가 데리고 1시간 거리에 다녀와보니 제법 할만해서 또 떠날 수 있겠다는 용기도 좀 얻었고. 임시의 삶이 끝나면 어느 도시로 가게될 지 모르겠지만 가까이에 물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바다든 강이든 호수든..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다녀온 지 열흘 정도 되었는데 이제야 다 적었네. 짧은 여행인데 하나하나 자세히 길게도 적었다ㅋㅋㅋㅋ 뭐랄까.. 너무 잔잔한 일상이라 작디작은 조약돌마저 이렇게 큰 파문을 일으키는건가 싶기도ㅎㅎ 즐거웠던 사니아 여행기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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