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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1209 짧은 일기 - 아이의 첫 생일/ 동료와의 대화
    캐나다에서의삶 2021. 12. 10. 13:13

    오늘은 아이의 첫 생일이다. 자려고 누웠는데 피곤한데도 잠이 잘 안 오길래 기록을 남겨보려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반짝반짝 빛나는 날들. 나중에 다 잘 기억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던 오늘 저녁. 생일 기념으로 미역국을 끓여서 아이와 먹었다. 아이 먹을 건 작은 냄비에 간을 하지 않고 따로 끓이고 우리는 큰 냄비에 간을 해서 만들었다. 심심해서 좋아할까 싶었는데 (사실 안 좋아할 것 같아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다른 음식 먹일 것도 준비했었다) 밥이랑 한 그릇 뚝딱 맛있어하며 받아먹어서 기분이 좋았다. 데이케어에서 데려올 때 자다가 나온 거라 울면서 나왔는데, 분명 몹시 피곤한 상태일텐데 해사하게 웃으며 밥도 잘 먹고 저녁 내내 컨디션이 좋았다. 밥 먹고 소화시키기 위해 잠시 같이 노는데 피곤하니 우리한테 다다다 다가와서 다리에 폭 머리를 기대며 눕는다. 나한테 왔다가, 아빠한테 갔다가. 웃으면서 다가오는 얼굴이, 다가와서 기대 눕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마음이 뜨듯해지는 느낌. 아이가 잠들고 난 뒤 웃는 아이의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봤다. 행복하다. 

     

    생일을 여러 사람과 더불어 기념하고 싶어 아침에 데이케어 선생님들께 작은 간식을 사드렸다. 오후에 아이를 데려오는데 마주치는 선생님들마다 생일 축하한다고, 간식 고맙게 잘 먹었다고 인사해줘서 기뻤다. 생일이라 특별히 챙겨준건지, 오미크론 때문에 안 나오는 아이들이 있어 여력이 좀 있는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선생님들이 아이 사진을 여러 장 보내주어 마음이 흔연했다. 11월에는 보름이 넘도록 한 장도 보내주지 않은 적이 있었다. 업데이트가 없으면 너무 바쁜 모양이라고, 사진을 잘 보내주는 것보다는 아이를 잘 봐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사진이 오면 참 반가운 건 사실이다. 

     

    이번주 초에 회사에서 내 포지션이 바뀐다는 공지가 떴다. 같이 일했던 사람들과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 사람들로부터 많은 축하 메일을 받았다. 친하게 지낸 팀원으로부터 문자가 와서 얘기를 나누다 조만간 커피챗을 하자고 했던 걸 오늘에야 급 시간을 잡아 온라인으로 영상통화를 했다. 다른 팀원들 얘기, 회사 얘기, 우리집 고양이와 그 집 개를 포함한 가족들 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재미있었다. 육휴 기간동안 더 줄어든 나의 어휘와 문장 구사력에 앞날이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곳에서 지낸 기간이 꽤나 길어져서, 이제는 내가 영어권이 아닌 한국에서 나고 자랐다는 게 내 부족함에 대한 핑계가 되지 못한다. 새로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 내 이전 삶에 별로 관심도 없는 것 같은데, 상대에게 배려를 바랄 순 없는데. 새로운 팀에서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된다. 10월 내내 즐겨본 스우파에서 리정이 내가 어떤 모습이더라도 나를 온전히 사랑해줄 수 있는 게 진짜 자신감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는 그 말이 참 마음에 와 닿았다. 나도 그 자신감을 갖고 싶다. 내가 나의 아이에게 대하듯 나 스스로에게도 너그럽고 따듯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무래도 2022년 목표에 (예전에도 비슷한 목표가 있었던 것 같지만) '내가 못난 모습이더라도 나 스스로를 사랑해주기'를 포함시켜야겠다. 육휴 기간동안 내 인생의 우선순위가 명확히 재정립되었다고, 그 우선순위에 따라 휘둘림 없이 잘 행동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눈앞에 뭔가가 닥치면 거기에 훅 빠져들어버리는 게 여전하다. 회사 일에 너무 감정 소모하지 말자, 결국 남는 건 사람이라는 마음으로 일을 대하자. 내 부족함을 마주하면 변명할 거리를 찾기보단 모르면 모른다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와달라고 하자. 

     

    내일은 어느덧 금요일. 이번주도 정신없이 바쁘게 지나갔다. 주말에는 한국에서 온 한복을 아이에게 입혀 예쁘게 사진을 찍어줘야지. 주말에 아이와 신나게 노는데만 집중하려면 금요일에 온갖 정리와 청소를 해놓는 게 좋다. 주말 내내 먹일 것도 어느 정도 미리 만들어놓으면 편하다. 아이가 데이케어에 다니기 시작한 후 만들어진 루틴이다. 당장 다음주부터는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집안일을 처리해야한다. 고작 한 달 남짓 얼마 안 된 루틴에 불과한데 깨질 걸 생각하니 막막하다ㅠㅠ 적응에 제법 시간이 들 것 같은데 우리 가족에게 필요한 그 적응의 시간을 짜증 없이 잘 보낼 수 있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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