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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 회사 생활 - 11번가 MD
    워커홀릭인척 2018. 9. 30. 12:03

    11번가에서 사람을 뽑는지 유입키워드가 온통 11번가 공채, 11번가 분할, 11번가 분사, SK플래닛인데.. 왠지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을 것 같아 한국에서 일한 경험에 대해 짧게나마 적어볼까 한다. 나는 SK플래닛에 있는 동안 2년간은 패션 카레고리에서 MD직무를 수행했고, 6개월은 중국TF에 투입되어 중국 시장 진출에 대해 패션MD로서 관련 전략을 수립했다. 마지막 6개월은 중국TF가 사드 등 이슈로 와해(?)된 뒤 TF에서 날 좋게 봐 준 팀장님을 따라 전략 부서에 와 SK플래닛의 데이터 전략을 수립했다. 이번 글에서는 11번가 MD에 대해 살짝쿵 얘기해보려 한다. 퇴사한지 벌써 1년이 넘어서 좀 달라진 부분이 있을 수 있음. 

    나는 의류학과 경영학을 복수전공했기 때문에 졸업하기 전에도 MD에 대해 많이 들었음에도 정작 무슨 일을 하는지 잘 몰랐다. (나만 그랬나..) 지금 와 기억나는 건 MD는 '몽땅 다'의 줄임말이라는 선배들의 농담 정도..? 다 같이 MD라고 불림에도 불구하고 회사마다, 업종마다 MD가 하는 일이 천차만별이라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 11번가에서 뽑는 MD의 대부분은 유통MD에 해당된다. 만약 PB (자체제작상품/브랜드) 관련 부서라면 기획MD의 업무를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수는 굉장히 소수이고 신입을 뽑을지 잘 모르겠다. 제조업체/브랜드/벤더회사에서 뽑는 기획MD, 바잉MD, 생산MD 등과는 성격이 상당히 다르니 이 부분을 미리 알아두면 도움이 되겠다. 나는 의류학을 전공하고 패션 카테고리에 있긴 했지만, 동기들만 봐도 공대, 인문대 등 전공이 다양했다. 카테고리에 대한 이해가 깊으면 도움이 되겠지만 꼭 해당 분야를 전공해야지만 잘할 수 있는 건 아니다. 

    패션/디지털/마트/리빙/레저 등으로 크게 부문이 나뉘어져 있고, 하위 카테고리마다 담당 MD들이 존재한다. MD마다 관리하는 업체가 있어 그들과 상품 등록, 프로모션 협의 등을 함께 하고, 새로운 업체를 영입하기도 한다. 행사 상품 일 판매액 얼마- 를 찍으면 스타 MD가 되곤 하지만 카테고리마다 개단가가 다르기에 꼭 판매액으로 잘하는 MD를 가를 순 없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잘하는' MD들은, 스테디셀러를 보유하고 있거나 이미 잘 하는 업체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트렌드에 늘 민감하고 혹시 문제가 생기면 그들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 새로운 업체를 발굴해서 잘 키워내는 MD들? 잘 하는 업체들은 상품이 좋다는 건 일단 차치하고라도 광고, 상품 관리 등의 노하우를 가지고 있고 사이트 내 검색 결과 순서에 영향을 미치는 판매량, 상품평 등의 히스토리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업체들이 치고 나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내가 일하면서 인상 깊었던 말 중 하나는, 'MD는 다 다르다'였나..? 막상 쓰려니 정확히 기억이 안 나네.. 모두 다른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것이 특별히 좋다고 할 수 없다. 어떤 업체는 좋다고 생각하는 면이 다른 업체는 꺼리는 면일 수 있기 때문이다. 뭐 그런 얘기다. 업체와 같이 커뮤니케이션 할 때 외에도 MD로서의 각자 다른 강점이 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내 강점은: 1) 늘 가지고 있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반영하고자 한 점. 대부분의 MD들이 아침에 오자마자 하는 일이 전 날의 판매 데이터를 뽑아보는 일이다. 그 땐 몇 가지 불만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데이터가 참 잘 되어있었다. 아무튼 데이터를 어케 활용하느냐는 MD마다 다르니까! (참고로 엑셀은 브이룩업, 이프, 썸이프 함수 잘 쓰고 피벗테이블 만드는 정도만 하면 되고 매크로는.. 할 줄 알면 본인이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정도지 몬해도 치명적이진 않다.) 2) 바쁜 일과 중에도 상품이 괜찮은 새로운 업체가 나타났는지 우리 사이트/경쟁사 사이트를 둘러보는 시간을 따로 가졌던 것, 발견한 업체에게 콜드메일을 두려워하지 않고 엄청 많이 꾸준히 보낸 것..?ㅎㅎ 단호하게 11번가 할 생각 없다고 했던 업체도 설이나 추석을 빌미로 연락해보면 생각이 바뀐 업체도 있고 그렇다. 약점은 솔직하게 적어보자면 내 성격ㅡㅜ..? 어디 가서 깎아달라고도 안하는데.. 휴 가격 협상하는 건 늘 좀 어렵게 느껴졌다. 그래도 어린 나이에 업체 분들 사장님들과 동등한 자격으로 미팅할 수 있다니, 좋은 경험이었다. 미팅은 업체에 찾아가는 경우도 있고 11번가로 와 주시는 경우도 있다. 모든 업체와 프로모션마다 시즌마다 미팅을 하는 건 아니고, 전화나 네이트온!으로 얘기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다. 신기하게도 업체들이 네이트온을 많이 쓴다. 

    11번가는 이런 문화가 좋다 이런 건 나쁘다 하는 내용은 의도적으로 별로 적지 않았다. 그건 어디 한 번 직접 겪어보라고..ㅎㅎㅎ 흐호흐흐 농담이고 다들 잡플래닛에서 단점 이미 다 읽었겠지 뭐.. 그래도 하나 적자면 11번가는 공채를 잘 챙겨주는 편인 것 같다. 이직자에게는 안 좋은 점일 수 있겠으나 나는 좋았다. 동기들끼리 서로 의지가 되기도 하고. 나는 동기들이 참 좋은데 그들의 생각이 어떨지는 모르겠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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