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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기록 2010. 10. 5. 13:55
아주 가끔- 욕이든, 더러운 얘기든 다른 사람 신경쓰지 않고 큰 소리로 외치고 싶은데, (예를 들어 갑자기 '똥!!!!!!!!!!!!!!!!!!!!' 하고 외치고 싶어지는 것이다) 밤길에서 내가 어찌 보일까 걱정 없이 춤추고, 노래를 흥얼거리고 머리 휘날리는 거 신경쓰지 않고 전속력으로 달리고 싶은데. '500일의 썸머'에서 사람들 많이 지나다는 공원에서 애인과 함께 penis라고 외치며 아이처럼 즐거워하던 썸머처럼. 'Friends'에서 괴상한 모습으로 조깅하는 걸 보고 레이첼이 피하자 이 편이 훨씬 재밌으니까- 라고 말하는 피비처럼. 이따금씩 다른 것 제쳐두고 정신을 놓을 시간이 필요하다. 미칠 기회, 미칠 명분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래서 알코올은 내 친구) 규칙, 체면, 이미지, 부끄러움, 자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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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선워커홀릭인척 2010. 10. 3. 22:50
서울의 멀티숍 문화에 불을 지핀 10코르소 코모. 이 곳의 VMD인 김재선은 VMD로서의 탄탄한 경력은 물론 바이어 경험도 가졌다. 그는 10코르소 코모에서 비주얼 머천다이징과 광고&프로모션을 담당하고 있다. 당신의 커리어가 궁금하다. 어떻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되었나? 대학에서 의상을 전공하고 샤넬의 VMD로 4년 정도 일했다. 그 후 뉴욕 파슨스에서 패션 마케팅을 공부했고 프라다에서 '꿈에 그리던(?)' 바이어로 일하다가 2007년 10월 10코르소 코모에 합류했다. 바이어로 일하다가 다시 VMD로 전향하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나? 멀티숍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10코르소 코모가 쇼핑의 최종 목적지가 되자'라는 마케팅 전략도 마음에 들었다. 10코르소 코모는 상업과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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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만호 '인연이 아니라는 말'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0. 9. 19. 22:26
당신을 보내고 천 년을 살았다는 제주도 비자나무 상록의 활엽을 보네 잎잎마다 바라보는 향이 다르다지만 모두가 저렇게 푸르다면 분명 시간의 국경을 넘어온 천 년의 이파리가 저 잎들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 혼자서 바라보았을 천 년의 석양과 천년의 밤하늘과 천 겹의 적막을 생각하며 나라는 나라와 당신이라는 나라의 국경을 생각하며 인연이 아니라는 말은 얼마나 억울한가 우연에 기댄다는 말은 얼마나 쓸쓸한가 조용히 중얼거리며 과장없이 무너져 우는 그늘 속에서 천년의 이파리가 가만히 그 울음을 듣고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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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연스님 '가벼운 걸음으로(다 바람같은 거야)'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0. 8. 30. 18:25
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이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거야. 가을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뜨리듯, 덧없이 바람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무얼 그리 아파하며 번민하니,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니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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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법'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0. 8. 27. 18:39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작은 몸짓 거기에 삶의 찬란한 의미를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배어나오겠지 세상의 모든거리, 세상의 모든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