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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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연스님 '가벼운 걸음으로(다 바람같은 거야)'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0. 8. 30. 18:25
다 바람같은 거야. 뭘 그렇게 고민하니? 만남의 기쁨이건, 이별의 슬픔이건, 다 한 순간이야. 사랑이 아무리 깊어도 산들바람이고, 오해가 아무리 커도 비바람이야. 외로움이 아무리 지독해도 눈보라일 뿐이야. 폭풍이 아무리 세도 지난 뒤엔 고요하듯이 지극한 사연도 지난 뒤엔 쓸쓸한 바람만 맴돌지. 다 바람이야. 이 세상에 온 것도 바람처럼 온다고 이 육신을 버리는 것도 바람처럼 사라지는거야. 가을바람 불어 곱게 물든 잎들을 떨어뜨리듯, 덧없이 바람불어 모든 사연을 공허하게 하지. 어차피 바람일 뿐인걸 무얼 그리 아파하며 번민하니, 결국 잡히지 않는 게 삶인 걸 애써 무얼 집착하니 다 바람인거야. 그러나 바람 그 자체는 늘 신선하지. 상큼한 새벽바람 맞으며 바람처럼 가벼운 걸음으로 바람처럼 살다 가는 게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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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딸에게 미리 쓰는 실연에 대처하는 방법'임시폴더/문학소녀인척 2010. 8. 27. 18:39
아무것도 아니란다 얘야 그냥 사랑이란다 사랑은 원래 달고 쓰라리고 떨리고 화끈거리는 봄밤의 꿈 같은것 그냥 인정해 버려라 그 사랑이 피었다가 지금 지고 있다고 그 사람의 눈빛 그 사람의 목소리 그 사람의 작은 몸짓 거기에 삶의 찬란한 의미를 걸어두었던 너의 붉고 상기된 얼굴 이제 문득 그 손을 놓아야 할 때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 봄밤의 꽃잎이 흩날리듯 사랑이 아직도 눈앞에 있는데 니 마음은 길을 잃겠지 그냥 떨어지는 꽃잎을 맞고 서 있거라 별 수 없단다 소나기처럼 꽃잎이 다 떨어지고 나면 삼일쯤 밥을 삼킬 수도 없겠지 웃어도 눈물이 배어나오겠지 세상의 모든거리, 세상의 모든음식, 세상의 모든 단어가 그 사람과 이어지겠지 하지만 얘야 감기처럼 앓고 지나가야 비로소 풍경이 된단다 그곳에서 니가 걸어나올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