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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맞은 네 살 생일파티미국에서의삶 2024. 12. 10. 12:21
주말에 처음으로 친구들을 잔뜩 불러 생일파티를 했다. 작년에 친구들 말고 공룡들을 초대하고 싶다고 해서 공룡 풍선과 케이크를 준비해 집에서 가족끼리 파티한 기억이 불과 얼마 전 같은데, 공룡 토퍼 여분이 아직 서랍 속에 고이 있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 올해는 엔칸토 테마로 생일파티를 하고 싶다기에 평소 다니는 체육관에 2시간짜리 생일 파티를 예약했다. 데이케어 같은 반 친구들과 한국인 친구들, 전에 생일 파티 초대해줬던 친구들 이렇게 저렇게 초대하다보니 스무 명이나 부르게 됐다. 일이 있어서 못 온 친구도 있지만 형제 자매와 온 친구들 덕분에 스무 명이 조금 넘는 아이들이 와서 축하를 해 줬다. 좀 뛰어놀다가 앉아서 케익 불고 피자 먹고 또 놀고. 친구들이 와서 같이 노니까 즐거워하긴 했지만 작년 생일 케익을 보고 지었던 미소가 더 행복해보였던 것 같기도.. 다같이 어울려 놀 땐 좋아하는데 혼자 주목받아야 하는 순간에는 수줍어하고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서 새로웠다. 딸의 성격을 조금 더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달까. 파티가 끝나고 뭐가 제일 좋았고 뭐가 싫었냐니까 자꾸 선생님들이 자기한테 아유오케이 물어보는 게 싫었단다. 아무래도 생일자니까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려고 자꾸 딸에게 와서 이거 할까? 허락받고 진행을 했는데 그게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 피자 먹으러 자리잡을 때도 가장자리 친한 친구 옆에 가서 앉았는데 선생님들이 가운데로 와야한다고 해서 자리 바꿀 때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고. 이번 생일 파티가 딸을 진정 위한 게 맞았나 돌이켜보게 된다. 좋아한 부분도 많지만 딸에게 베스트 생일파티는 아니었지 않나 싶다. 나의 미니미 같으면서도 결국엔 별개의 한 인간인 딸의 성격 생각 기분 선호 그 섬세한 구석구석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케이크 말고는 다 알아서 준비해줘서 편했지만 한 달 전에 예약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전에 주스박스가 부족하다며 물만 제공한 점이 - 뭐 애들 건강을 생각하면 이게 더 좋긴 하지만 그래도 살짝 언짢았다. 피자도 애들 먹기 편하게 16등분으로 시켜달라고 했는데 8등분으로 주고ㅡㅡ 우리 딸이 좋아하는 선생님인 샘이 아니라 다른 선생님이었던 것도 살짝 아쉬웠다. 다음 생일파티는 이 짐에서 안 할 것 같지만 만약 한다면 샘의 스케쥴을 먼저 파악하고 샘이 있는 날로 고를 듯ㅋㅋ 진행해 준 선생님들한테 현금 팁도 주고 비용 계산할 때도 팁을 얹어줬는데 많이 준 건지 이게 맞냐고 물어보고 거듭 고맙다고 하더라. 캐나다 처음 갔을 무렵 여러 나라 애들과 팁 문화에 대해 얘기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프랑스 애가 자기는 그 식당 음식이나 서비스가 마음에 안 들어도 팁은 잘 주고 그냥 다음에 다시 안 간다고 한 게 당시에는 신선했는데 나도 어느덧 팁 문화에 익숙해졌나보다.
백프로 만족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거웠던 생일 파티 끝! 다들 시간 내서 와 주고 축하해줘서 감사한 하루였다. 같이 온 형제 자매들이 참 귀여워서 애들은 몇 살까지 귀여운걸까 생각하기도 하고. 하나도 겹치지 않는, 마음을 담아 고른 흔적이 보이는 선물들도 참 감사했다. 딸이 올해 생일파티를 커서 기억하려나 모르겠네.ㅎㅎ
오늘 저녁에 딸이랑 놀다가 다음 생일파티는 어떻게 하고 싶냐고 슬쩍 물어보니 친구 다섯 명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단다. 일단 넓은 집을 사야하는 걸로..🤣'미국에서의삶'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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