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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 페이스
    캐나다에서의삶 2019. 9. 30. 06:07

    최근 트뤼도가 과거 교사 재직 시절,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블랙페이스 분장한 것이 보도되며 물의를 빚었다. 며칠 전 밥을 같이 먹은 한 친구는 그게 왜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역사적으로 과거 코미디 쇼에서 흑인 분장을 하고 우스꽝스러운 연기를 한 백인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블랙페이스=흑인을 희화화하는 것, 즉 인종차별로 여겨진다. 역사적인 맥락을 모르더라도 '흑인 분장'을 한다는 것 자체가 좀 이상한 것 같다. 분장의 대상이 누구건간에 흑인이니까 검게 분장하고 또 그것을 유머로 소비한다니? 영화에서 한국인 역할을 맡은 백인 배우가 찢어진 눈 분장을 하고 연기를 한다면? 회사에서 어떤 분이 나를 같은 층에 있는 다른 동양 여자인 에밀리로 착각하고 말을 걸었을 때 느꼈던 약간 불쾌한 느낌. 팀장과 1:1 대화를 할 때 문화적 차이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처음에는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 고맙다고 느꼈지만 점점 좀 찝찝하게 느껴졌던 것. 문화적 차이가 없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은 그저 나 개인의 성격과 특징일 뿐인데 아시안이라 그렇구나, 코리안은 그렇구나 또는 아시안이라 이렇겠구나, 내가 전에 만난 코리안은 이랬으니 너도 이렇겠구나, 일반화하는 건 불편하다.

    에릭이 몇 달 전 곰이 많은 BC주로 휴가를 간다며 메일을 보냈을 때, 팀장이 흑곰 이미지를 첨부해 잘 다녀오라고 전체 회신을 보냈다. 대충 보고 넘겼는데 몇 시간 뒤 갑자기 자리로 찾아오더니 할 말이 있는데 지금 잠깐 회의실에서 둘이 볼 수 있냐는거다. 올해 연봉 얘기는 이미 며칠 전에 했는데 저 심각한 표정은 대체 뭐람.. 하며 따라갔더니 떨리는 목소리로 사과를 하더라. 알고 보니 흑곰 짤에 써있는 문구가 '내가 북극곰이었다면 이것보다는 나은 서비스를 받았을텐데'였고, 그건 명백하게 인종차별이었다며 팀원 한 명 한 명에게 사과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은 그저 BC주에 간다고 하니 곰 이미지를 찾아서 복붙한 것이고 그런 문구가 써있는 지 몰랐다며 그럴 의도가 없었다며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그저 웃어 넘겼는데, 사실 웃어 넘길 일인가? 나의 둔감함에 새삼 놀랐다. 에릭은 누군가 조금만 그런 발언을 해도 '어, 그거 성차별이네', '인종차별이네' 하고 지적하는데. 그런 민감함은 타고나는 것일까, 훈련되는 것일까? 아무래도 교육되고, 훈련되는 것이겠지. 나는 많은 경우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느끼지 못하거나, 조금 불편하더라도 웃어 넘기는 쪽이었다. 어쩌면 에릭은 백인 남성이고, 그래서 보통의 경우 그런 언동의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나서서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아무튼 무딘 날을 날카롭게 벼리고 싶다. 캐나다에서는 차별 발언을 하는 사람은 미개한 사람, 무식한 사람으로 여겨지고, 팀장이 그랬듯 바로 확실하게 사과해야 한다는 점, 그 당연한 일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는 점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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