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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이 넘도록 아무 글도 쓰지 못했다. 10월 초에는 열흘 정도 한국에 다녀왔다. 한국에 가서 가족과 친구와 함께 보낸 시간이 참 좋았다. 다음에는 꼭 좀 더 길게 가야지. 선물로 사 온 젓가락도 다들 좋아했고. 한국에 다녀오고 한동안 우울해서 "행복한 사람은 기록하지 않는다 했던가, 그렇지만 우울한 사람은 기록을 하지 못한다" 따위의 멘트를 찌그리고 괴로워하고 뭉그적댔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다시 선순환으로 돌아섰다. 모던러브의 바-바-바이폴라걸처럼 그 오름과 내림이 느껴지긴 하는데 딱히 어쩔 도리는 없다.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 도움이 되는 작은 방법?이라고 하면, 해야하는 일들을 리스트업 한 뒤 순서대로 해내기, 좋아하는 음악을 듣기, 좋아하는 옷을 말끔히 다려서 입기, 사람들한테 다가가서 실없이 말걸기, 일찍 씻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일찍 출근하고 일찍 퇴근하기, 맛있는 걸 끼니 때 꼭 챙겨먹기 정도..? 근데 모순적이게도 선순환일 땐 너무 쉽기만 한 일들이 때로는 참 어렵다. 아무튼 지금은 선순환의 고리 안에 있다. 그간 나를 소심하고 음침하다고 생각했을 거라고 여기던 주변 사람들이 다 따스하고 좋게만 느껴진다. 나를 귀여워하는 것 같고 예의바르고 착하고 성실한 애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 같다. 느낌이 좋다. 어제 필이랑 애슐리랑 점심 시간에 얘기한 것도, 키친에서 마르셀로랑 대화한 것도 왠지 다 따스했다. 이렇게만 하면 돼. 선순환의 고리 잘 붙잡고 있자..
한국 다녀온 주 목요일에는 토론토에 미팅을 다녀왔다. 우리 쪽 마케터들이랑, 나랑 콜린 + 아마존 애드버타이징. 약간.. 딱히 꼭 필요한 미팅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밥도 같이 먹고 차에서 얘기도 무엇보다 한국 갔다 와서 피곤한데 일찍 집에 갈 수 있어서 좋았다. 금요일엔 회사에서 소셜 커미티 행사로 애플랜드에 갔었고 사온 honeycrisp 사과가 참 맛있었다. 31일엔 할로윈 겸 CBG 행사가 있었는데 우리 팀이 주관했다. 나는 커스튬 담당이라 안젤라, 페이지랑 같이 팀 커스튬 준비를 했다. 하기 싫었지만 앞에 나가서 패널로 참여도 하고.. 이런 미팅이나 행사들을 할 때면 문화 체험도 하고 재밌고 다 좋은데 일할 때는 잘 몰랐던 외로움이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면 굳이 나한테 먼저 오지 않는 사람들, 딱히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대화 주제, 뭐 그런 거지.
최근에 콜린이랑 퍼포먼스 리뷰를 했다. 이 리뷰를 바탕으로 2월에 나오는 보너스가 결정된다나. 콜린이 모든 팀원과 1:1 대화를 나눴는데, 그에 앞서 각 팀원들은 1장 짜리 1년 리뷰를 준비해야 한다. 준비하긴 했는데 대화가 뭔가 성과 리뷰라기보단 멘토링처럼 흘러갔다. 내 성과리뷰인데 왜때무네.. 콜린이 1시간 내내 주로 얘기했다. 자기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은 건지 뭔지, 요약하자면 내년에도 다른 사람들 (특히 윗사람들..?)한테 내가 하고 있는 걸 잘 어필하라는 듯. 퍼포먼스가 좋다고 쓰리엠에서 승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서, 피앤지에서 쓴다는 PIE (Performance, Image, Exposure)를 언급하며 승진을 하고 리더가 되고 싶다면 현재 퍼포먼스와 이미지는 매우 좋으나 익스포져가 좀 더 개선되면 좋을 것 같단다. 내년에 아마존 팀 조직 개편으로 다른 사람이 팀장이 되더라도 멘토링 계속 해주고 싶다고 해서 고마웠다.
골프를 시작했다. 비록 이번 주말에는 바빠서 못 갔지만.. 생각보다 재밌다. 뜻밖이다. 재밌다.
지난 주 토요일에 보러 간 집이 꽤 마음에 든다. 굳이 이사를 가는 게 맞나, 한 달에 그만큼이나 월세로 지출하는 게 맞나 고민이 되지만.. 디시워셔도 있고 인스윗 세탁기/건조기에 인도어파킹이면 우리의 삶이 진짜 많이 편해질 것 같긴 하다. 그냥 진작에 집을 샀으면 싶긴 한데 뭐 이미 지난 걸 어쩌겠어. 얼른 집주인한테 신청서 보내봐야지. 일요일에는 코스트코에서 윈터타이어로 타이어를 교체했다. 교체 전에는 한 번의 큰 눈을 제외하고는 괜찮았고, 그 후로 눈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 꽤나 적기에 교체한 듯 싶다. 이제 윈터타이어가 있으니 걱정 없어! 호호
오늘은 내가 입사하기 전에 계셨다는 한국 분이랑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지금은 싱가포르에 계시다고.. 말씀을 엄청 잘 하시는 분이었다. 내가 사람들한테 얘기 듣고 신기하고 반가워서 뜬금없이 링크드인으로 연락드린 건데 흔쾌히 오케이 해주셔서 카톡 드렸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몇 개의 사진으로 파악하기에는 캐나다에서 엄청 잘 지내셨던 것 같은데 그래도 힘든 점이 많으셨던 모양이다. 하긴 동양인도 더 적고 한국도 덜 알려졌을 때니 당연히 그랬겠지.. 얘기 듣고, 사진 보고 생각한 것보다 나이도 경력도 많으셔서 얘기 듣는 것만으로 나름의 배움이 있었달까. 새삼 회사 한국인 언냐들의 고마움을 느껴지기도 했다.ㅎㅎ
어제 팜보이에서 오리엔탈 얌을 발견하고 사와서 오늘 에어프라이어에 구워먹었는데 한국 길거리에서 파는 군고구마 딱 그 맛! 짱맛. 팜보이 필립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올해 처음 휴가를 쓴 것도 아니고, 한국 갈 때 꽤 길게 휴가를 썼는데도 아직 4일이나 휴가가 남아있다. 연말연초 애디셔널 데이에 붙여서 이틀 더 써도 이틀이 남는다. 뭐하고 놀지? 신나는 고민. 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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