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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일상 - 지난 한 달의 기록
    캐나다에서의삶 2019. 9. 9. 10:51

    너무 글이 뜸했다. 시간이 무섭도록 빨리 간다. 그간 있었던 크고 작은 일들을 잊기 전에 짧게 기록해두고자 창을 열었다.

    8월 중순에 J 컨퍼런스 겸 보스턴에 5일 정도 다녀왔다. 시골쥐의 도시 탐험! 한강, 특히 강북에서 여의도를 바라보는 것과 넘 비슷한 느낌이 드는 찰스강. 아름다웠다. 도시가 크지 않아서 (서울의 약 1/3 사이즈?) 꽤 많은 곳을 걸어서 다녔다. 찰리카드라고 일주일 교통패스를 끊어서 피곤할 때 꽤 유용하게 활용했다. 교통비는 비싸지 않은 편인 듯. 보스턴퍼블릭가든, 보스턴커먼을 비롯해 부두 근처와 길게 뻗은 그린웨이까지. 녹색의 풍경과 그 위에 널부러져(?) 있는 사람과 강아지들이 좋았다. 비록 가보고 싶었던 이자벨라 스튜어트 가드너 뮤지엄은 못갔지만 뮤지엄오브파인아트에서 오랜만에 문화 충전도 좋았고. J 친구랑 만난 것도 뜻밖에 별로 어색하지 않고 재미있었고 랍스터롤과 클램차우더는 역시 맛났다. (근데 왜때무네 랍스터롤 한국이 더 싸요?) 포터 항공 처음 타봤는데 만족스러웠다. 그렇게 빡세게 다닌 건 아닌 것 같은데도 너무 피곤해서 다음 날은 재택근무..

    보스턴 다녀온 다음 날 WFH한 이유 중 하나는 저녁에 팀장이 집으로 초대해서.. 회사를 가면 그걸 빠지게 될 것 같길래 그냥 일을 집에서 하기로. 뭐 나름 재미있었는데 뒤뜰에서 배구하다가 양쪽 엄지손가락을 삐어 며칠 고생했다. 나중에는 다 팔로 받았는데 처음에는 어케 해야할지 몰라서 자꾸 손을 뻗게 되더라고.. 오른손은 완전 보라색으로 멍이 들고 왼손은 통증만 있었는데 막상 왼손 통증이 더 오래갔다. 오른손을 더 조심하고 왼손은 그냥 막 컴퓨터하고 그래서 그런 듯. 

    8월 말에 토론토에 1박 2일로 출장을 다녀왔다. 아 생각해보니 아직도 비용 처리 안 했네.. 생각난 김에 지금 모바일로 처리. 아마존 오피스쪽이랑 THI 쪽 SVS 두 팀이랑 광고팀까지 총 3개 미팅이 있었다. 미팅은 나름 잘 한 듯.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잠도 좋은 곳에서 자지만 그래도 출장은 가능하면 좀 덜 갔으면..ㅎㅎ 화요일 오전 8시 30분에 회사에서 모여서 출발해서 수요일 저녁 11시 30분에 런던에 왔다. ㅠ.ㅜ 돌아오는 길에 콜린이 너의 첫 번째 차종은? 네가 가장 좋아하는 밴드는? 네가 제일 좋았던 콘서트는? 가장 좋았던 여행지는? 따위를 물어보며 토크쇼 진행하듯 와서 도로 공사 때문에 길어진 복귀 시간이 그래도 즐거웠다. 

    동명이네 초대받아서 거의 한 1년만에? 주영 박사님 부부를 뵈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아가들은 참 부지런히 자란다. 목도 못 가누던 애가 막 뛰어다니고, 이제는 낯을 가릴 줄도 알아서 우리를 보면 엄마한테 달려간다. 

    어제는 결혼하고 토론토에 온 승이와 부부 저녁 식사를 했다. 캐나다에서 만난 인연들을 제외하면 내 친구 부부와 커플로 보는 건 처음인 것 같은데 뭔가 새로운 느낌이었다. 해외에서 친구를 보니 반가웠다!ㅎㅎ 감기몸살에 갑자기 생리 시작하고 컨디션은 최악인 날이었지만 지나고 보니 좋았다. 

    수요일에는 우리 팀이 비즈니스 그룹 전체에 내년 플랜을 발표한다. 어카운트 별로 돌아가면서 하루종일.. 일만 잘 하면 되지 일 한 걸 &일 할 걸 공유하고 발표하고 몇 번을 하는건지! 거기에 소비하는 시간이 아까워서 좀 짜증이 났는데 (지금도 사실 하기 시름 ㅠㅠ) 여러모로 불확실한 현재 상황에서 입지를 다지려는 팀장 마음이 이해 되긴 함.. 뭐 열심히 잘 해내줘야 되겠지 ㅜㅜ 여러 사람들 앞에서 발표 잘 해내면 나한테도 좋을 거고.. 좋게 좋게 생각하자. 

    최근에 '센서티브'라는 책을 읽었는데 (원제는 Highly Sensitive People in an Insenstivie World) 그걸 읽고 나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나는 늘 자책하고 내가 이상한 건가, 뭔가 부족한 건가 생각했는데 그저 남들보다 조금 민감할 뿐이라는 걸 알았고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위안을 받았다. 어렵지 않은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까 삶이 조금은 편해진 느낌. 첫 번째 예: 토론토 출장 때 아마존 팀과 회식으로 오락식+펍인 Rec Room에 갔는데 다들 식사한 뒤 나뉘어서 돌아다니면서 게임을 했는데 솔직히 너무 피곤했다. 다들 각자 돌아다니며 게임에 심취해 있을 때 나는 남들과 같아 보이려고 어색하게 게임을 하기보다는 그 시간동안 혼자 바에 앉아서 맥주 한 잔을 하고 끝날 무렵 합류했다. 두 번째 예: 어제 첫 차 타고 토론토 갔다가 막차타고 돌아와서 넘 피곤하던 중 아부지와 통화. 이전 같았으면 넘 졸려도 아부지 마음 상하실까 아부지가 끊자고 하실 때까지 붙잡고 있었겠지만 어제는 너무 졸려서 이만 자야겠다고 하고 끊었다. 별 거 아닌 일이지만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일들. 사실 그럴 수 있는지 그래도 되는지 몰랐던 일들. 과도한 자극을 받으면 나는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기운을 내고 다음의 대화, 그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한국 갈 날이 얼마 안 남았다. 설레면서도 막상 가려니까 괜히 가기로 했나 싶기도 하고 그랬다. 그래도 즐겁게 다녀와야지. 내가 편하고 즐거운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야 상대방과의 관계도 건강하게 유지될 수 있다! (뜬금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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