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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슬픔을 배우는 나이 2.9살
    하루하루기록 2023. 11. 14. 14:04

    그동안 적지 못한 얘기가 많은데 머릿속이 잘 정리되지 않아서 일단 생각나는대로 대충 끄적여놓기로. 

     

    어제는 딸이 데이케어 친구네 집에 급 초대받아 놀러갔다왔다. 딸만 데려다놓고 두 시간쯤 후에 오라길래 괜찮을까 걱정이 앞서서 생각해보니 데이케어 말고는 엄마 아빠 없이 낯선 곳에 있는 게 처음이다. 플레이데이트를 하더라도 늘 엄마나 아빠도 같이 있었는데. 데려다주고 차를 빼서 나오는데 어딜 가야하나 뭘 해야하나 약간 횡재한 기분이 들면서 설렜다. 막상 특별한 거 없이 그냥 산책 좀 하고 책을 읽다가 딸 먹을 저녁을 만들었지만 혼자만의 시간 없이 오후 내내 같이 보냈다면 저녁까지 딸에게 아주 상냥하긴 힘들었을지도. 감사히 음미하며 시간을 보냈다.ㅋㅋ 딸은 걱정이 무색하게 너무 잘 논 듯? 애들끼리 벌써 다음 약속을 잡았다고...ㅋㅋㅋ 이렇게 내가 모르는 너의 세계가 점점 넓어지는 거겠지? 기대가 되면서도 살짝 섭섭하기도 하고. 

     

    너무나도 평온하던 지난 런던 생활과 다르게 요즘은 아무래도 나도 남편도 딸도 감정의 동요를 상당히 겪고 있다. 남편이 올 수 있을 때마다 캐나다를 왕복하고 와 있는 동안에는 아이 픽업도 씻기는 것도 도맡아 하려고 하고 있다. 딸은 아빠가 오면 참 좋아하면서 잠도 덜 자고 아빠와 놀고 싶어한다. 아빠가 가면 또 그냥 그런대로 잘 지내서 괜찮은가보다 생각하고 있었는데. 최근에 집에서 같이 그림을 그리며 노는데 아빠한테 펜을 가져다주며 Daddy picks me up and I say I love you daddy 하는 걸 그려달라고 해서 아빠도 엄마도 눈물 찔끔. 남편은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펑펑 울었다고..ㅠ.ㅜ 아빠 간 다음에 왜 아빠랑 같이 못 가냐고 나도 같이 가고 싶다고 물어봐서 마음이 참 그랬다. (근데 아빠랑 영상통화 하면 왜케 비협조적인지?) 아빠가 가서 그런건지 하루이틀 데이케어 안 가고 집에 있겠다고 하고 러프한 모습을 보였다. 그 후 얼마 되지 않아 다행히 미국 비자 인터뷰 일정을 당길 수 있었고 드디어 이 버티는 시간도 끝이 보인다. 굴곡 없이 살아온 내 인생에서 참 제일 힘든 시기가 아니었나 싶네. 어쩔 수 없이 일을 많이 내려놓다보니 자존감이 떨어지고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남편한테도 딸한테도 가끔 감정의 바닥을 보인 것 같아 부끄럽고 미안하다. 내일의 나를 돕는 건 오늘의 나라는 거, 육아는 무엇보다 체력이라는 걸 다시금 깨달은 나날들.ㅎㅎ 지난 여러 선택에 괴로워하고 후회도 많이 했지만 돌이켜보니 딸과 둘이 이렇게 밀도 높은 시간을 (아마도 다신 없을) 보낼 수 있어서 참 뜻깊다. 아직은 말이 안 나오지만 좀 더 지나면 참 좋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아ㅋㅋ

     

    요즘은 늘 본인이 빅걸이라며, 머리를 양갈래로 묶어주려고 해도 빅걸포니 원포니를 해달라고 한다. 그러다가도 가끔은 자신이 베이비라며 품에 파고드는 건 안 비밀. (이거 너무 옛날 말투인가)

     

    아주 아가 때 고모가 선물해 준 우리말 동요 나오는 장난감이 있는데, 그걸 가지고 놀면서 해피추카함미다~ 라거나 반짝반짝 리틀스타~ 하고 섞어서 노래를 부르더라. 아 이 시기를 놓치면 안되겠다 뇌가 스펀지처럼 빨아들일 때 얼른 우리말을 가르쳐야겠다 싶어 조바심이 든다. 말이 더 잘 통하니까 나도 남편도 심지어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딸한테 영어를 주로 쓰는데 ㅜ.ㅜ 슬슬 의식적으로 노력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은 치과에 체크업 다녀왔다. 단 걸 좋아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 상태가 아주 좋고 어릴 때 걱정했던 텅타이 립타이도 심하지 않다고, 그냥 지켜보면 될 것 같다고 해서 좋았다. 요즘 아이들은 입 천장이 좁은데 동굴처럼 넓은 것도 좋고 (? 뭐가 좋은 건지는 모름) 이 사이 공간도 충분해서 걱정 없다고 하더라. 어쩜 그렇게 의젓하게 시키는대로 아~, 이~ 하고 잘 하는지 뿌듯했다. 예쁘고 멋진 내 딸. 오후에 픽업할 땐 피곤해서 그런가 우기고 우겨 팀홀튼에 가서 우유와 베이글을 먹더니만 신발 양말 벗고 돌아다니다 달러스토어에 가서 푸푸..ㅎ 닦아주는데 자꾸 움직이고 말 안 들어서 멘붕.. 진짜 나한테 왜 이러세요 울컥 눈물날 뻔 했다. 집에 와서 목욕한 뒤 영상 보는데 스스로 잘 끄고 와서 안기니 또 참 대견하고 행복하고. 내 귀여운 똥강아지. 나를 들었다 놨다 해~~ 

     

    자기 전에 양치도 다 했는데 갑자기 사과 먹고 싶다고 하길래 책으로 주의 돌려서 잘 재웠다. 새로 빌려온 Five little monkeys play hide-and-seek 책 최고.. 시터 루루가 몽키들 숨으라고 눈 감고 숫자 104까지 셀 때 솔솔 잠이 든다. 딸을 재우고 비자 인터뷰랑 이것저것 알아보다 생각이 나서 내일 아침에 일어나면 먹으라고 사과를 깎아서 담아놨다. 보통 나보다 먼저 일어나기 때문에..ㅋㅋ 아침에 사과 보고 기뻐하면 좋겠네. 아 좋은 엄마가 되고 시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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