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엄마아빠와의 통화
    하루하루기록 2020. 11. 15. 00:14

    캐나다에 오고 매주 한 번씩은 엄마아빠와 통화하는 편이다. 외로운 타지 생활에 큰 위로가 되고 일주일 중 기다려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통화를 하고 나면 때때로 무겁게 마음에 가라앉는 말들이 있다. 어제도 마찬가지. 

    아빠가 내가 아주 못되게 말한 적이 있다며, 엄마아빠는 삼남매를 차별한 적이 없는데 내가 어릴 적 결과적으로 차별이 없었다는 건 인정하지만 과정이 달랐다, 언니와 남동생은 그냥 얻은 것들을 나는 투쟁을 통해 얻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가 그랬었나? 라고 하니 엄마가 역시 때린 사람은 기억 못해도 맞은 사람은 기억한다나. 이 상황에서 누가 때린 사람이고 누가 맞은 사람인지 되물으려다가 말았다. 사실 나는 저 말을 했던 걸 기억하고 아직도 그 생각에 큰 변화가 없다. 엄마아빠는 내게 분에 넘치는 많은 걸 줬고, 차별이 있었다 해도 기대나 애정의 상대적 결핍이 내게 오히려 약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괜찮다. 그렇지만 왜 괜한 얘기를 꺼내서는 투쟁해야만 했던, 그냥 말해서는 들어주지 않아서 울고 소리를 질러야했던 지난 일들을 생각나게 하는지. 

    엄마아빠의 삶을 매우 존경하고 엄마아빠가 내 엄마아빠라서 좋고 자랑스럽지만, 아빠가 엄마를 존중하지 않고 하대할 때는 좀.. 엄마가 말실수를 해도 창피하지 않은데 아빠가 엄마의 실수를 그렇게 대할 때는 솔직히 조금 창피한 마음이 든다. 그리고 그럴 때 가만히 있는 엄마, 정의보다는 가정의 평화를 중요시하는 엄마. 100% 이해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번 주에 회사 예전 팀 멤버가 아기용품을 이것저것 물려줬다. 엄마가 저번에도 유모차 같은 건 물려받아서 쓰는 방법도 있다고 하더니 이번에 선물 받은 얘기를 듣고는 좋아하면서 아기용품은 물려받아서 쓰는 게 좋단다. 물려받는 게 싫다는 게 아니라, 이번에 정말 예상치 못하게 너무 감사하고 따스한 선물을 받았지만 나 여기 정말 뭔가를 물려받을만큼 친한 사람이 거의 없는데. 가족도 친구도 친척도 없는 타지에서 누구한테 뭘 물려받으라는건지. 그리고 주면 그냥 감사히 받는 거지 그게 방법이 될 수 있나? 남들이 나한테 주는 걸 내가 계획할 수 있나? 물려달라고 하고 다닐 수 있냐고. 내가 못 먹고 못 벌고 지내는 것도 아니고 흥청망청 낭비하는 스타일도 아닌데 왜 그러는거야 참. 

    마음에 가라앉은 말들이 고여있지 않고 얼른 떠내려가기를.

    '하루하루기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글 애드센스 연동 승인  (3) 2021.02.23
    2020년, 2021년.  (1) 2021.02.04
    COVID 19이 바꿔놓은 일상  (2) 2020.04.13
    WFH 2주차  (0) 2020.03.30
    와인 테이스팅 - 2018 Inniskillin Late Autumn Riesling  (0) 2020.03.22

    댓글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