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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의 11년 전 이메일
    하루하루기록 2021. 6. 1. 10:51

    어제 Lady Bird라는 영화를 봤는데 모녀지간에 대한 얘기가 주를 이뤄서 그런가? 샤워하다 갑자기 이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이디버드가 엄마한테 "I wish that you liked me."라고 하자 엄마는 "Of course I love you."라고 답하고 레이디버드는 "But do you like me?"라고 되묻는다. (뒤에 이어지는 대사는 "I want you to be the very best version of yourself that you can be." "What if this is the best version?"...) 그냥.. 이 장면이 마음에 남아서 기록.

    대학교 3학년 때 아세안 관련 3주짜리 태국 연수 프로그램에 지원해서 비행기값을 제외한 금액을 지원받아 다녀왔었다. 내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프로그램인데다 혼자 가는 첫 해외 여행이기도 했고 촉박한 일정에 비행기표를 꽤나 비싸게 주고 사야했기 때문에 가기 전엔 아빠가 여러모로 걱정이 많으셨지만 돌이켜보면 참 잘한 일, 여태까지 살면서 손꼽히는 즐거웠던 추억으로 남아있다.

    얼마 전 오래된 메일들을 정리하다 그 시절 엄마가 내게 보냈던 이메일을 발견했다. 아마도 태국에 도착하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 (그 다음 이메일은 우리말인 걸로 보아 며칠 후에는 방법을 찾은 모양이지만) 태국에서 우리말로 메일을 보낼 수 없고 우리말로 온 이메일은 다 깨져서 보여서 영어로 보낸 이메일에 엄마가 영어로 답신을 보냈던 모양이다. 잘 할 거라고, 나를 믿는다고. 기분이 좋아서 몇 번을 다시 읽었다. 엄마한테 서운했던 일 상처받은 말은 오래도록 마음에 머무는데 이런 따스한 말들은 왜, 언제 사라져버린걸까? 나는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고 사는 걸까. 앞으로는 섭섭한 일보다는 즐겁고 행복한 일들만 마음에 오래오래 남기면서 살고 싶다.

    고딩동생의 반삭 소식 ㅋ.ㅋ
    편지가 반가웠단 말도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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