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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캄캄한 밤
    하루하루기록 2023. 9. 22. 15:31

    오후에 이상한 사람과 미팅을 하고 스트레스를 받아서 그런가 급체로 머리도 눈도 아픈데 두통약이 잘 듣지 않았다. 눈이 아프다고 하니 딸이 you have a stomachache in your eyes? 라고 해서 조금 웃었다. 일어나면 낫길 바라면서 아이가 잠든 시간에 나도 일찍 몸을 뉘였다. 머리가 깨질 것 같이 아파 눈을 떠보니 새벽 1시. 눈도 잘 못 뜨겠는데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일어나서 소화제를 찾아먹었다. 나아지긴 커녕 속이 미식거려 화장실에 가서 약을 토했다. 초록색 약. 차라리 음식도 같이 게워내서 체기가 내려갔음 했는데 맑은 초록 물만 나왔다. 방에서 버기! 그린버기!라는 딸의 잠꼬대가 들리는가 싶더니 딸이 잠에서 깼다. 꿈에서 벌레를 봤나.. 베개를 들고 방에서 나와 거실 불을 켜달란다. 소파에서 책을 읽어달라더니 이내 내게 기대 잠들었다. 머리가 아파 눈물이 줄줄 났다. 아픈 것도 사치라는 게 이런건가. 자주 체하곤 하는 내가 소화가 안 돼 힘들어할때면 따뜻하게 손발을 주물러주던 남편이 옆에 없는 게 섧다. 내일이 지나면 온몸으로 딸과 놀아줘야하는 주말인데. 무슨 일이 있어도 내일 컨디션을 끌어올려놔야 한다. 힘들때면 한국의 장소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간다. 도곡역 사거리, 을지로 뒷골목, 보라매공원, 판교 빨간버스 정류장, 몽촌토성역.. 별다른 의미가 있다거나 특별히 자주 간 곳만 생각나는 게 아닌 걸 보면 그저 지친 뇌가 랜덤하게 꺼내놓는 기억의 파편들 같기도. 왜 하필 장소인지, 사람도 사연도 아닌 어떤 장소가 왜 사진처럼 정지화면으로 떠오르는 건지는 모를 일이다. 소파에서 자면 땀나서 힘들어하니까 방으로 옮겨줘야지. 안 깨게 조심조심.. 엄마 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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