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 H1B / L1B / Green Card..?
    캐나다에서의삶 2023. 7. 12. 14:25

    속이 쓰려서 잠이 안 온다. 오늘 낮에는 뛸 듯이 기뻤는데 밤이 되니 속이 무지 쓰리다. 

     

    남편이 취업 준비를 시작하던 작년부터 우리의 관심사는 '남편이 다른 국가에 취직하더라도 내가 계속 일할 수 있을 것인가' 였다. 때문에 캐나다 학교에 지원을 많이 한 것도 사실. 그렇지만 미국에 좋은 학교가 많으니 미국에 갈 확률이 높고 회사 본사가 미국에 위치해있기 때문에, 아직 자세한 사항은 모르나 다음 해 여름쯤 미국에 가게 될 가능성이 높은데 내부 트랜스퍼가 가능한지, 관련하여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미리 회사에 문의를 해두었다. 회사에서 엔지니어 등 아주 특수 케이스 말고는 영주권을 지원해주는 사례가 거의 없다는 얘기를 들었고, 아직 급하지 않기에 그렇구나 하고 말았다. 

     

    우리의 미국행이 결정되고 나서 남편의 H1B 취업 비자에 같이 나오는 배우자 비자인 H4 비자가 일할 수 없는, 소위 말하는 시체 비자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러나 자비롭게도(?) 남편의 학교에서 취업 비자와 동시에 그린 카드 (영주권) 절차를 진행해주기로 하였고, 영주권이 나오기 전에 그 과정에서 취업 허가증만 받으면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구체적인 타임라인을 문의했더니 추가 비용을 들여 프리미엄 프로세스로 빠르게 진행해준다는 대답이 왔다. 회사에는 이러이러하여 비자는 문제 없을 듯 하니 내부 트랜스퍼를 진해해주십사 연락을 했다. 어차피 나는 이미 미국 고객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세금이나 혜택 관련해서 내부 행정적인 처리만 이루어지면 되었다. 그 사이 회사에서는 대규모 구조조정이 있었고, 나는 일하는 내용은 거의 동일하지만 소속에 변화가 생겼다. 

     

    이 때 제시카가 다른 직책을 맡게 되어 제시카 이전 나의 팀장인 필이 다시 나의 수퍼바이저가 되었다. 제시카는 새로운 팀을 꾸리게 되어 팀원을 뽑기 위해 내부에서 지원을 받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는 제시카랑 일하는 게 너무 좋았기 때문에 몹시 고민하다 지금의 일을 좀 더 계속하는 것이 내 커리어에 좋을 것이라는 판단에 지원하지 않았다. 경쟁이 치열했다는 걸 알기에 김칫국일 수 있지만 지원을 했다면 분명 뽑혔을 거라는 생각을 은밀하게 하곤 했다. 내 선택이 좋은 선택이었을까,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막연한 궁금증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 팀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아쉽다는 생각도. 그치만 종종 역시 지금 일이 더 재미있다고 배움이 클 거라며 생각을 치워버렸다. 

     

    아무래도 이런 저런 서류를 준비하고 절차를 밟다보니 취업 결정 후 두 달 가량이 지나서야 영주권 프로세스가 대략 1년 반에서 2년이 걸릴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야기를 들은 게 정확히 3주 전. 듣자마자 팀장한테 상황이 이렇게 됐다, 영주권 지원은 어렵다고 들었지만 혹시 H1B 지원이 가능한지, 어차피 재택 근무인데 캐나다 직원 자격으로 미국에서 일한다면 기간이 얼마나 가능한지 문의했다. 회사 사이트에 최대 30일이라고 적혀있지만 혹~시 유동적으로 조절이 가능한지 말이다. 필이 알아보고 있다고 했고, 나는 그 말을 믿고 기다렸다.

     

    3주간 마음을 졸이며 회사에서 올라오는 잡 포스팅을 살펴보면 H1B 비자 지원이 불가능하니 미국에서 일할 자격이 되는 사람만 지원하라는 문구가 꼭 적혀있어 조금씩 희망을 내려놓고 있었다. 비자 문제가 바로 해결이 안 되면 남편과 이산가족으로 몇 개월을 지내야하나? 그렇다면 중간에 둘째를 가지는 게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회사를 그만두고 갭이어를 가져볼까? 1) 그만둔다 vs. 계속 다닌다 / 2) 둘째를 가진다 vs. 만다 - 2X2 매트릭스를 그려놓고 장단점을 비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이 시점에 회사를 그만두는 게 아쉬워서 나랑 아이는 캐나다에서 더 있어야겠구나 마음을 먹었는데 생각만으로도 너무나 스트레스였다. 그래도 그렇게 결정한다면 어떻게 헤쳐나가야할지 대책을 세워보고 있었는데.. 며칠 전 친한 언니와 얘기를 나누다보니 갑자기 내가 왜 그랬지? 하는 생각이 들더라. 뉴욕에서 백수로 1년간 지내볼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다고, 행복한 걸 모르고 고민을 했네.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그만둬야겠다고 마음 먹었고, gap year 후기를 검색해보며 그 마음을 다졌다. 

     

    오늘 구조조정 후 팀장과 첫 1:1이 있었다. 3주간 감감무소식이었기 때문에, 설마 잊혀진건가 싶어 미리 어제 메일로 내가 논의하고 싶은 사항들을 보냈고 거기에 비자 이야기도 포함시켰다. 사람들이 많이 나갔기 때문에 적응은 어떤지, 필요한 건 없는지 얘기를 나누고 업무 관련 얘기, 다다음주에 가는 출장 얘기도 하고 마지막으로 비자 얘기를 하는데 알아보고 있는데 아직 진전이 없다는 뉘앙스. 본인의 수퍼바이저인 티나와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미팅을 한 번 하려고 하는데 이번 주에 티나가 휴가라나? 자기가 가장 최근에 들은 건 L비자를 영사관에 신청해야 한다는거라 영사관에 연락해보라고. L비자 얘기는 처음 들어서* 혹시 관련 이메일을 포워드해주실 수 있냐고 해서 받아읽어보니 회사 HR과 변호사 측은 진작 내게 L비자가 필요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고 (내가 필에게 워킹 퍼밋이 필요하다는 소식을 전한 6/21보다 앞선 5월말 6월초에!!), 다만 내가 캐나다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니 국경에서 인터뷰가 불가하여 영사관에 신청을 해야한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찾아보니 L비자가 나오는 데 2~4개월이 소요된다는 듯 하여 정말 뛸 듯이 기뻤다. 와, 이제 내가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둘 수 있다. 남편이 다음주 학교 일로 미리 방문할 때 혼자 살 집 말고 같이 살 집 구경할 수 있겠구나. 

     

    몇 가지 궁금증이 생겨 필한테 물어보니 직접 연락해도 된대서 (제시카는 HR이나 리더십 직책 사람들과 직접 대화를 주도했기 때문에 혹시 몰라 확인했다. 내가 지금 좀 마음이 꽁해서 그런지 몰라도 제시카의 방법이 리더로서 옳다고 여겨진다.) HR에 직접 문의를 넣고 다시 이전 이메일 체인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트랜스퍼 관련 총 비용이 10~15K가 예상되며 이게 승인 나면 회사에서 청원을 넣어주고, 청원이 허가가 나면 내가 영사관에 가서 인터뷰를 하면 되는 순서인데, 거의 승인이 난 상태에서 세부사항 몇 가지를 확인하던 중 구조조정으로 인해 최종승인권자가 달라져서 아직 승인이 나지 않은 상태인 거다. 필도 더 큰 직책 맡게 되어 정신없이 바빴을거라고 이해해주고 싶은데 솔직히 이 메일을 몇 주간 그냥 썩히고 있던 필한테 너무 화가 나고 티나가 이번주 휴가라서 얘기를 못하니 8월말 9월초는 어렵지 않겠냐는 뉘앙스로 얘기하는데 그럼 여태까지는 뭐한건지 원망스러운 마음이 솟구친다. 게다가 내가 해외 재택 근무 가능 기간 관련 혹시 답변 들으셨나요? 하니 회사 규정에 보니 30일이라고 되어있는데 (그건 내가 이미 말씀드렸잖아요? 링크까지 드렸는데?) 자기는 유동적으로 더 길게 다른 지역에서 해도 OK인데 회사 방침이 어떤지 모르겠다, 확인해야 한다는 거다. 그럼 뭘 알아봤다는 거임? 미치고 팔짝 뛸 노릇? (어쨌거나 뛰긴 뛰는구나) 왜 내가 제시카 팀에 지원을 안 했지. 지원해서 그 팀에 있었더라면 이미 청원 절차 진행 중일텐데 내가 큰 실수를 한 건가. 이게 나비 효과인가 흑흑 필을 믿고 기다려도 되나? 나 육아휴직갔을 때 나를 다른 팀에 보냈던 사람인데, 사실 나를 눈엣가시로 여기고 별로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 아냐? 싶은 생각까지. 한 명을 보내야 하는데 내가 육휴 들어간 직후라 타이밍이 어쩔 수 없었다고 했고 결과적으로 내게 더 좋은 일이었지만, 그 결정을 본인 입으로 전달하지 않고 본인과 미팅이 먼저 있었음에도 후에 인사팀을 통해 듣게 했다는 것도 참 섭섭했는데. 거 참 리더로서 자질이 좀 부족한 것 아니오..

     

    내일을 위해 적당히 마음을 추스리고 자야겠지. 이메일 체인 내내 두 팔 걷고 재빠르게 여기저기 알아봐주고 내가 회사에 얼마나 필요한 사람인지 어필해준 제시카의 따뜻한 글을 생각하며 마음을 다독여야겠다. 어쨌거나 필 말대로 티나가 돌아오는 다음주까지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아예 비자 스폰서를 안해주는 것보다는 L비자를 해준다는 걸 알게 되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ㅎ ㅏ.. 감사히 생각하고 자자. 안 되면 원래 계획대로 즐겁게 갭이어를 가지자고.. 딸도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텐데 같이 시간 많이 보내주고 (사랑하는 키즈존 그만둬야해서 내가 다 슬픔 ㅠ.ㅜ 매일 친구들 선생님들 이름 얘기해먼서 마이 000이라고 하는데.), 매일 해변 조깅하고, 랍스터롤 사먹고, 일주일에 한 번씩 맨해튼 가서 뮤지엄도 가고, 낮 시간에 도서관에 처박혀서 맘껏 책도 읽고, 여기서 살짝 부족했던 인프라 누리면서 그동안 일에 육아에 바빠서 미뤄뒀던 일들 잔뜩 하고, 때로 아무것도 안 하기도 하고. 악기를 배우거나 그림을 좀 다시 그려도 좋겠고, 남편 학교에서 유명하다는 AI 수업 청강하거나 MBA나 박사 지원을 알아보며 새로운 미래를 모색할 수도 있겠지. 흑흑.. 속쓰려 필 미워.  

     

    제시카의 이메일. 나 락스타라구 빨리 처리해주라

    ---

    * 내가 더 자세히 알아봤어야 함을 쫌 반성하긴 했다. 남편 학교 변호사 측에서 나에게 가능한 옵션으로 H1, L1, O1 비자를 설명해줬는데 L1 O1 은 특수한 능력이 있거나 Executive level 이어야 한다는 것 같아 고려조차 하지 않았는데. L1이 보통 해외 지사, 주재원 관련 비자로 해당 미국 또는 글로벌 회사에서 1년 이상 일한 사람에게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비자라고 하네. 아래는 주LA 영사관의 글. 참고로 H1B는 로터리 방식인데 교수의 경우 따로 할당량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지원자가 많아 상당히 오래 걸린다는 듯 한다. 그래서 회사에서 그렇게 H1B 지원 어렵다고 잡 포스팅마다 써놨나 보다. 

    https://overseas.mofa.go.kr/us-losangeles-ko/brd/m_20470/view.do?seq=3&srchFr=&amp%3BsrchTo=&amp%3BsrchWord=&amp%3BsrchTp=&amp%3Bmulti_itm_seq=0&amp%3Bitm_seq_1=0&amp%3Bitm_seq_2=0&amp%3Bcompany_cd=&amp%3Bcompany_nm= 

     

    미국의 주요 취업관련 비자 발급 조건 및 안내 상세보기|현지취업정보주로스앤젤레스 대한민국

    이전 자동재생 정지 다음 오늘 하루 이 창 닫기 팝업 닫기

    overseas.mofa.go.kr

     

    댓글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