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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일상 - 런던 빅토리아 병원 출산
    캐나다임신출산육아 2020. 12. 20. 06:21

    예정일 한 달 앞두고부터는 매주 산부인과에 방문했는데, 12월 8일 화요일에도 오전에 의사선생님을 만나뵈었다. 배둘레, 아가심박수 등 다 정상이었고 첫 내진을 했는데 엄청 아팠다.ㅠㅠ 내가 주륵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 지난 주에 세 번 정도 짧게 있었다고 하니 의사 선생님이 초음파 기계를 가져와서 바로 초음파 검사를 했다. 내진과 초음파 검사 결과 자궁 경부는 아직 닫혀있고 양수도 새는 곳이 없었지만 다음에 또 그렇게 새는 느낌이 들면 바로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

    그날 밤 새벽 1시 반, 자다가 갑자기 배가 싸르르한 느낌에 잠이 깼는데 또 주륵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 났다. 일어나야하나, J를 깨워야하나 생각하는데 이번에는 한 번 살짝이 아니라 또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 거듭 났다. 예정일이 2주나 남았고 전날 산부인과에서 아직 자궁경부 하나도 안 열렸다고 해서 아니겠지 생각하면서도 혹시 모르니 대충 싸놨던 출산가방을 비몽사몽 챙겨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매번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을 만나러 가는 건 5층이고 아가 낳으러 가는 곳은 4층인데 코로나 때문에 미리 구경을 못 해본 터라 한 번쯤 미리 가봐도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다.

    코로나로 인해 나 혼자만 우선 들어갈 수 있어서 J는 차에 있고 나 혼자 트리아지, 4층 환자 분류하는 곳에 갔다. 이름이나 왜 왔는지 등을 설명하면 간호사가 방으로 안내한다. 누우라고 해서 누워있는데 계속 액체가 흐르는 느낌이 났다. 검사할 것도 없이 간호사가 보더니 양수 터진 거 맞다고 남편한테 연락해서 짐 챙겨서 들어오라고 하라고 했다. 충격.. 진짜 나 아기낳는건가.. 곧 분만실로 이동하게 될 거라고, 진통이 별로 없고 내진했는데 경부도 아직 거의 안 열렸으니 복도를 걷고 오라길래 한 시간 정도 걷고 돌아가니 분만실로 안내해줬다.

    코로나 때문인지 대부분 통로가 막혀있어서 이 길만 하염없이 걸었다.
    분만실 풍경. 수술실 같은 느낌은 아니고 그냥 병실 같은 느낌. 분만실에 가고 나서는 맑은 액체류만 먹을 수 있다길래 사과쥬스를 달라고 해서 받아마셨다.
    분만실에 있는 아기 침대
    화장실에 욕조도 있긴 한데 나는 활용하지 않았다.

    새벽 4시쯤 분만실에 가서 아기심박수와 자궁수축 모니터링하는 기계를 부착하고 좀 누워있었는데 진통이 잘 안 왔다. 양수 터진 후에 시간이 넘 오래 걸리면 감염 위험이 있다고 해서 옥시토신을 맞고 유도분만을 하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병원 방침이라며 코로나 테스트도 처음으로 해보게 되었다! 진짜 듣던대로 뇌까지 찌르는 느낌 ㅡㅜㅋㅋ 오른쪽 콧구멍을 찔렀는데 오른쪽 눈에서 나도 모르게 눈물 한 방울이 주륵 흘렀다. 결과는 따로 알려주진 않았는데 집에 와서 온라인으로 확인해보니 역시나 음성. 간호사들이 보호자는 테스트 안 하고 환자만 테스트하는 거 넘 웃기다고 방침에 불만을 토로했다.

    코로나 검사 결과


    처음에는 에밀리, 그 다음 아침 6시?부터는 멜라니라는 간호사가 와서 계속 내 상태를 봐줬다. 진통이 얼마나 오는지, 에피듀럴을 맞고 싶은지 물어봤다. 고통의 정도가 0에서 10까지 중 어느 정도냐고 물어보는데 10을 경험해보지 않아서 대답하기가 넘 어려웠다ㅡㅜ 나는 결국 제일 아팠던 순간에도 6 정도로 얘기함..ㅋㅋ 소심.. 고민하다가 조금 시간이 지난 뒤에야 에피듀럴을 요청했는데, 막상 요청 후 놔주러 오는데까지 시간이 꽤 걸려서 진짜 맞게 될 때에는 진통+무서움으로 몸이 덜덜 떨렸다. 등에는 에피듀럴, 팔에는 정맥주사, 배에는 심박수와 수축 모니터, 아래는 카테터까지.. 주렁주렁 이것저것 달고있자니 이 느낌을 다신 겪고 싶지 않아 앞으로 건강 챙기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ㅠㅠ

    내진을 해보니 3센티정도 열렸다고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해서 누워있는데 약이 잘 안 받는지 왼쪽으로 누울 땐 좀 괜찮은데 오른쪽으로 누우면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어느 순간 갑자기 넘 아팠는데 레지던트가 오더니 10센티 열렸다면서 갑자기 사람들이 들어오고 수술모드 돌입ㅋㅋ 침대를 재조립하고 다리를 올릴 수 있게 한 다음 수축이 오는 순간에 푸시를 하라고 했다. 잘 하고 있다고 계속 격려해주고 소리 낼 힘까지 전부 밀어내는데에만 쓰라고 해서 소리 없이 끙 힘을 5번 정도 줬는데 아가가 뿅 태어났다. 12월 9일 오전 11시 34분 2.81키로의 몸무게로 출생. 엄마 힘들까봐 예정일보다 2주나 먼저 찾아와준 친구:) 에피듀럴 맞고 복부 진통은 느껴졌던 반면 하반신은 약이 잘 들었는지 신기하게도 살이 찢어지면서 아기가 나오는 느낌은 전혀 안 났다. (캐나다 병원에서는 한국에서 3대 굴욕?이라고 불리우는 제모 관장 회음부 절개를 하지 않는다. 회음부 절개는 꼭 필요한 경우, 아기의 안전을 위해 분만 속도를 올려야 하는 경우에만 한다고 함.) 나중에 J한테 얘기를 들어보니 우선 핏덩이들이 엄청 쏟아졌다는데 그 느낌도 없었음. 아기가 나오고 남편이 탯줄을 자른 뒤 대충 닦아 바로 스킨투스킨을 하게 해준다. 아기가 나온 순간, 그리고 아기를 안아든 순간 뭔지 모를 감정에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나는 그간 닥터 크럼리와 만났었는데, 출산일에는 크럼리가 일하는 날이 아니라 테일러라는 다른 의사 선생님이 아기를 받아주었다. 사실 큰 의미는 없는 게 대부분의 과정을 레지던트가 진행하더라. 2주나 아기가 먼저 태어났기 때문에 크럼리와 3주분의 예약이 남아있었는데, 연락해보니 자동으로 취소되었다고 안 와도 되고 이제부터 패밀리닥터한테 다시 가면 된다고 했다. 딱히 감사 인사도 몬하고 이렇게 크럼리쌤과는 바이바이..ㅎㅎ

    의사가 상처를 꿰매주고 나서 우리가 신청한 병실 자리가 나기를 분만실에서 두 시간 가량 기다렸다. 멜라니가 피넛젤리 토스트를 가져다줘서 배고팠던 나는 우걱우걱 먹었다. 그치만 아임스틸헝그리..

    우리는 추가 비용을 내고 묵는 특실을 예약했는데, 뭐 특별한 건 없고 다른 병실보다 조금 넓고 혼자만 쓰는 병실로 화장실이 따로 있고 소파 베드와 전자렌지, 냉장고가 구비되어 있다. 비용은 나갈 때 내는 게 아니라 퇴원하고 나면 집에 우편이 온다. 은행에서 지불하거나 체크를 보내거나 온라인으로 카드결제를 하면 된다. 나는 카드결제를 한 뒤 (수수료를 떼긴 하지만) 회사 보험에 변제 요청을 할 예정.

    오후 2시쯤 애매한 시간에 병실로 이동하게 되어 점심을 못 먹은 터라 먹을 걸 좀 달라고 하니 참치 샌드위치, 크래커와 진저에일을 줬다ㅋㅋ 역시나 우걱우걱 먹음. 햇반, 비비고 미역국이랑 전복죽을 싸갔는데 병원밥이 생각보다 괜찮아서 전복죽만 추가로 먹고 미역국은 집에 도로 가져왔다.

    Mother & Baby Care Unit (MBCU) Suite 풍경.
    병원밥 1. 엄마가 사진 보고 산모용 식사는 아니라고 했지만 난 맛있게 먹었다ㅎㅎ
    병원밥 2. 치즈오믈렛 이것도 맛있었음:)

    캐나다에서는 자연분만의 경우 출산 후 24시간 정도 지나면 퇴원을 한다. 그 시간동안 전담 간호사가 산모와 아기 상태를 수시로 검사하러 오는데 나는 오로를 쏟아내며 에피듀럴에서 조금씩 깨어나고 아기는 기본 검사들을 받는다. 아기의 OHIP 신청서를 병원에서 작성하면 대신 제출해주는데, 이름을 아직 못 정한 경우에는 따로 전화를 해야한다고 하더라. OHIP 카드가 올 때까진 신청서에서 잘라낸 종이를 임시로 이용하면 됨. 하루 자는 건데도 급하게 챙겨간 가방에 샴푸와 비누 넣는 것을 깜빡해 찝찝해서 얼른 집에 오고 싶었다. 신촌 세브란스에는 편의점도 있고 식당도 엄청 다양한데 여기는 병원 안에 생필품을 살 곳이 마땅치 않은 모양. 코로나 때문에 밖에 왔다갔다도 못 하게 하고.. 그래도 팀홀튼은 있음!ㅋㅋ 모든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고 우리는 오후 2시쯤 퇴원했다.

    아기와 함께 퇴원하기 위해 J가 차 안에 있는 카시트를 가지러 갔다가 다시 병원에 올라오려는데, 입구에서 못 들어오게 했다. 코로나 때문에 리스트에 있는 사람만 들어갈 수 있다나 뭐라나 설명을 해도 말이 안 통했다. 간호사가 입구에 전화를 걸어 방금 전까지 여기 있던 사람이라고 아내와 아기가 안에 있고 곧 같이 퇴원할거라고 설명을 해줘도 소용이 없어서 결국 일하는 분 한 분이 내려가서 카시트를 받아오고 J와는 건물 입구에서 만났다. 나는 아기를 태운 카시트를 안고 간호사 분이 밀어주는 휠체어에 탄 채로 건물 입구로 J를 만나러 갔다. 드디어 퇴원!! 역시 집이 최고다.

    분만실에서 만난 에밀리, 멜라니 그리고 MBCU에서 우리를 돌봐준 안드레아 모두 넘 친절하고 마음을 편하게 해줘서 좋았다. 다들 유니폼이 아닌 룰루레몬이나 언더아머같은 편안한 복장에 운동화를 신고 필요한 물건들을 넣을 작은 힙색을 착용하고 있었는데 제복을 안 입고 있어서 더 친근하게 느껴졌나..? 기저귀 가는 법, 속싸개 싸는 법, 모유수유 자세부터 시작해 마지막에 퇴원할 때 카시트에 바르게 앉히는 방법까지. 짧은 하루였지만 정말 많은 걸 배우고 많은 도움을 받고 나왔다.

    Day 2 신드롬이라고 아기가 밤에 엄청나게 운다는 하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작고 소즁한 아기와 함께할 미래에 마냥 설렜다. :) 래똥아 우리한테 와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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