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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따스한 기억들
    캐나다임신출산육아 2020. 12. 29. 06:40

    런던에 온 지 3년이 넘었지만 우리 부부는 이 곳에 아는 사람이 적은 편이다. 각자 학교, 회사를 제외하고는 딱히 동호회, 취미 생활이나 종교 생활을 하지 않았고 그런 삶에 대체로 만족하고 있었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야 깨달은 점은 내가 임신, 육아에 대해 직접적인 경험은 물론 간접적인 경험도 매우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이른 나이에 결혼한 건 아니지만 친구들이나 비슷한 나이의 형제, 사촌들 중에서는 결혼을 빨리 한 편인 데다가 결혼하고 나서 바로 캐나다로 왔기 때문에 아기를 가졌을 때, 낳았을 때 뭐가 필요하고 어떤 게 유용한지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거의 없었고 때문에 상당히 무지했다. 아기를 낳고 키우는 것은 오롯이 우리 둘의 몫일 거라고, 지금은 무지하지만 하나씩 찾고 공부하며 해나가야할 거라고 (어느 정도는 맞는 얘기지만) 여겼는데, 생각지도 못하게 주변에서 많은 선물과 도움을 받게 되었다. 참 감사한 일이다. 시간이 좀 지났지만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그간 받은 것에 대해 대해 적어본다.

    시댁에서 아기용품들과 수유복, 미역, 멸치, 북어 등 건어물, 육아관련 서적 등을 보내주셨다. 부치셨다는 걸 듣고부터 오매불망 기다리던 소포. 선편으로 9월 21일에 부치신 걸 런던에서 11월 3일에 받아볼 수 있었다. 누나가 아기를 낳은지 1~2년 밖에 되지 않아 우리도 몰랐던 딱 필요한 것들을 보내주셨다. 아기 것만 보내주신 게 아니라 내 옷도 보내주셨는데 진짜 매일매일 입는 중. 3월 중순부터 내내 재택근무를 했기 때문에 화상 회의를 종종 한다고는 해도 복장에 큰 제약이 없었다. 그래서 딱히 임부복이나 수유복을 따로 사지 않고 원래 있던 옷 중 루즈한 옷을 입고 지냈었다. 하나 산 건 마터니티 레깅스? 입을 수 있는 바지가 없는데 날이 추워져서 더이상 원피스로 버틸 수가 없어서 가격은 좀 있지만 후기 제일 좋은 걸로 찾고찾아 샀는데도 그리 편하지 않아서 좀 입다 말았다. 그런데 와.. 한국에서 보내주신 옷을 입어보니 진짜 편했다. 진작 한국에서 주문할 걸. 임부/수유복 전문 온라인 사이트에서 사서 보내주신 건데 가격은 아마도 내가 샀던 레깅스의 1/5정도 되려나? 한국 최고. 출산 한 달 전부터 지금 수유하는 기간에도 엄청 잘 입고 있다. 수유복도 안 보내주셨으면 어쩔 뻔 했나 싶다. 아기옷, 가제수건, 속싸개 등도 많이 보내주셨는데 전부 손빨래해서 볕에 말린 뒤 지퍼백에 넣어서 보내주셨다. 나 역시 우리집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이건 좀 다른 장르의 사랑이랄까.. 놀랍고 감사했다. 그렇게 귀하게 받은 것들을 우리는 손세탁이라고 적혀있어도 전부 세탁기로 돌리고 있는 건 비밀..ㅋㅋㅋ

    빈틈없이 꽉꽉 채운 상자ㅋㅋ 감사합니더
    멸치, 표고버섯 그리고 동요책
    내 건 빼고 아기 것들만 소파에 늘어놓고 찰칵

     

    회사에서 예전에 같은 팀이던 안젤라한테 연락이 왔다. 손자손녀가 쓰려고 샀던 것들인데 거의 쓰지 않아 상태가 좋아서 혹시 내가 관심 있는지 물어보려고 연락했다고. 지금은 같은 팀도 아니고 최근에 회사를 그만두셨기 때문에 정말 생각도 못했던 연락이었다. 아무것도 준비하기 전이라 주시는 거 다 감사히 받아왔다. 댁에 가서 마스크 낀 상태이긴 하지만 얼굴 보고 얘기 나누니까 좋았다. 나 배 나온 거 보고 넘 뷰티풀하다고ㅎㅎㅎ 요즘에도 내 상태는 괜찮은지, 아기는 잘 있는지 종종 문자를 주신다. 참 따뜻한 분이다. 

    래똥이가 이 배시넷을 참 좋아한다.

     

    회사에서 알게 된 한국인 언니가 다이퍼지니와 아기 책, 장난감 등을 선물로 줬다. 어쩐지 늘 받기만 하는 느낌.ㅠㅠ 11월 중순에 날이 반짝 좋은 기간이 있었는데 언니네 집 뒷마당에서 만나 거리를 둔 채로 앉아 잠시 얘기를 나눴다. 콘도에 살아서 하우스에 사는 사람에 비해 쓰레기 버리기 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다이퍼지니 넘나 유용한 것. 래똥이가 나~중에 기저귀를 떼더라도 레체 화장실 쓰레기통으로도 쓸 수 있을 듯ㅋㅋ

    레체 점프 직전! 귀여운 풍선까지.. 고맙습니더

     

    같은 회사를 다니는 다른 한국인 언니가 코로나가 점점 심해지던 12월 초 우리 집 앞에 드라이브스루ㅎㅎ로 들러서 주고 간 선물. 선물 안 줘도 된다고 했는데도 꼭꼭 이렇게 챙겨주고 내가 보답하려고 이사 간 주소 알려달라니까 안 알려주고 그런다 참 ㅠㅠ 정도 많고 세심한 언니. 참고로 런던 본사에 한국인은 나 포함 이렇게 셋이 끝이다. 외국에 나와 살면서 마음 맞는 한국 친구 사귀기 어렵다는 말 많이 들었는데 회사에서 알게된 한국 사람들이 다들 넘 좋은 사람이라 내가 인복이 참 많구나 다시금 생각한다. 

    크리스마스 카드와 귀여운 아기옷세트 & 기프트카드

     

    아기 예정일에 정확히 맞춰 도착한 한국 친구들의 선물. 한 친구가 필요한 거 없냐고 묻기에 필요한 건 다 있고 정 그러면 외로우니까 편지나 써달라고 했는데 뭐가 잔뜩 왔길래 뭐지? 하고 열어봤는데 다른 친구들과 같이 선물과 편지를 보내준 거였다. 예상 못했던 이름들을 편지에서 보니 눈물이 갑자기 펑펑 났다. 나는 외국 나와서 잘 만나지도 못하고 챙겨준 것도 없는데 내가 이렇게 받아도 되나 넘 고맙고 고마웠다. 편지에 적어준, 나조차 잊어버린 내 어린 시절을 멋지게 기억해주는 것도 고맙고. 귀여운 아가옷들 조만간 하나씩 입혀서 인증샷 보내줘야지. 

    래똥이모들 고마워요ㅠㅠ

     

    예정일에 또 도착한 울 언니의 소포. 돈도 부쳐줬는데 선물까지 보내주다니. 역시 내리사랑인가.. 나는 언니한테 뭐 준 것도 별로 없는데. 임신 초중반에 언니랑 카톡하면 웬 연예인 팬클럽 얘기만 하고 몸은 괜찮은지 한 번 물어봐주지 않아 내심 서운해 했던 게 속 좁게 느껴졌다. 주변에 물어물어 보냈을 아이템 하나하나가, 그 마음이 참 고마웠다.

    아기띠와 달력 그리고 아기옷들:)

     

    아마존 애드버타이징의 미치가 크리스마스 선물을 보내왔다. 이미 휴직 상태인데 고맙게도 빼먹지 않고 나까지 챙겨 보내줬다. 스카치 플렉스앤씰로 포장하는 센스까지ㅋㅋ 카드에 적힌 내용을 보니 아기 축하한다며 부디 잠을 좀 잘 수 있길 바란다고.ㅎㅎ 이 친구와 같이 일한지도 벌써 2년 반. 카메론 없이 내가 처음으로 회의를 이끌어야 했을 때 전화로 버벅거렸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한데 이 친구도 나도 각자의 자리에서 승진을 하고 계속 같이 일하고 있다니 새삼 신기하다. 시카고 출장 때도 내가 발표할 때 추가로 코멘트를 덧붙여 더 풍성하게 만들어주고 내가 0이던 시절을 아는 사람이라 오히려 같은 회사 사람보다 같은 팀 사람보다 더 팀원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에코닷 에코쇼 파이어스틱에 이어 파이어7까지. 아마존 에코시스템 구축 완성이고요. 

     

    아직 도착은 안 했지만 대학원 언니가 내 인스타를 보고 미역을 보내주겠다며 연락을 해왔다. 대학원 졸업한 지 6년이 넘었는데.. 외국 생활하면 건어물 같은 거 구하기 어렵지 않냐며, 좋은 미역을 잘 구할 수 있는 곳을 안다고 미역과 함께 이것저것 같이 부쳤다고 한다. 이 따스함은 뭐지 ㅠㅠ 보답할 길이 있길 바랄 뿐이다. 

    J와 같은 과정에 포닥으로 오신 한국 분이 음식은 어떻게 해 먹는지, 아기는 둘이서 보는지 물어보시며 베이비시터 구하는 법, 데이케어 관련 등등 자세히 알려주셨다. 어디에서 구할 수 있는지, 얼마 정도가 적정 금액인지, 면접볼 때나 계약할 때 어떤 내용을 포함시켜야 하는지 등등. 아직 우리는 코로나 때문에 조심스러워서 위험 부담을 하며 집에 다른 사람을 들일 생각이 없지만 아마도 조만간 상황이 좋아지면 고려해볼 것 같다. 3년 전 처음 뵈었을 때 만삭이셨는데 시간이 참 빠르다. 기쁜 소식과 함께 곧 런던을 떠나시는데 앞으로도 좋은 일만 가득하시길..:)

    그리고 전에도 올렸던 울 팀원들의 서포트와 선물까지. 나 자신을 이방인이라고만 생각하고 소속감을 못 느끼던 때도 있었는데. 이제는 어느덧 런던이 제 2의 고향이 되었네:)

    + 이후에 대학교 동기가 아기옷 세트, 중학교 친구들이 바운서를 보내줬다ㅠㅠ 아기 잘 키울게요 감사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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