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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일상 - 어느 보통의 일요일
    캐나다에서의삶 2019. 7. 1. 04:47

    어제 고단한 하루를 보낸 탓에 J는 12시간, 나는 9시간이나 자고 일어났다. 역시 하루에 두 건 이상의 계획을 처리하려고 들면 과부하가 걸리는 모양이다. 같이 산책하러 나가기로 하고 J가 씻는 동안 나는 다시 눈을 붙였다. 살짝 서늘할 때 이불 덮고 낮잠 자는 기분 넘 좋아! 호호 

    Springbank park나 Victoria park도 종종 가지만 우리가 제일 자주 가는 공원은 Gibbons park. 아무래도 집에서 가깝고 걷다가 다운타운에서 뭔가 사먹기도 용이해서인 듯. 산책하고 브런치 먹기로 했었는데 급 마음이 바뀌어서 오랜만에 테니스를 살짝쿵 쳤다. Gibbons park에는 무료 테니스장이 있는데 세 코트가 같이 붙어있다. 기다리는 사람이 많을 땐 1시간 정도 치고 자리를 내 주는 게 미덕(?)이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두 코트가 비어있었고 한 코트에서는 할무니 할아부지가 테니스를 치고 계셨다. 오랜만에 치니까 확실히 엄청 못 치긴 했지만ㅋㅋㅋ 그래도 재밌었다. 풀코트로 조금 치다 서비스라인까지 반코트만 써서 5점 내기를 했다. J가 많이 봐주긴 했지만 내가 이김! 케케 트렁크에 테니스채랑 공을 두고 도로 산책하러 걸어들어가는데 게임을 마친 할무니가 우리보고 그간 본 테니스 게임 중에 "shortest game ever"라고 놀렸다ㅋㅋㅋㅋ 이런..ㅋㅋㅋㅋ 옆에서 할아부지도 자고로 테니스게임이란 코트에 피를 흘려야한다고..ㅎㅎㅎ 머쓱ㅋ.ㅋ 해피캐나다데이 보내라고 하셔서 우리도 주말 잘 보내시라고 하고 걸었다. 

    공원 나무 사이로 난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다운타운에 가닿는다. 캠퍼스하이파이에 갈까 하다가 그 옆 블랙월넛카페에 가서 크로와상샌드위치, 스콘과 아이스라떼를 시켰다. 라누아제에 비하면 터무니 없이 비싸지만 맛은 늘 좋다. 어제의 괴로움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그늘로 골라 걸어 차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 씻고 각자 할 일을 조금 하고 난 뒤 점심으로 메밀국수를 삶아 양배추와 오이를 넣어 맵고 차게 비빈 뒤 계란 부친 것과 깨를 올려 먹었다. 더운 여름 날의 별미. 냉장고 재료를 털어 만든 것인데 매콤달콤새콤 맛이 좋았다. 

    J는 할 일을 마무리하러 학교로 가고 나는 새 식탁에 앉아 바나나를 곱게 갈아 만든 바나나우유를 마시며 일상을 기록한다. 옆에는 레체가 웻푸드를 내놓으라고 성화다. 조금만 움직일라치면 기대에 가득찬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졸졸 쫓아온다. 레체야 아직 좀 이르다고 생각하지 않니? 라고 말은 하지만 나는 곧 웻푸드를 꺼내주겠지. 아이가 생긴다고 해도 나는 엄격한 엄마는 되지 못할 것이다. 자애로운 엄마는 될 수 있으려나.. 특별한 약속이나 바삐 끝마쳐야 하는 일이 없는 평범한 일요일 오후. 결국 내어준 웻푸드를 다 먹은 레체가 어느새 옆에 와서 만족스러운 얼굴로 그루밍을 하고 있다. 평화롭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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