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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쿠바 여행 (2017.12.21 ~ 28) - 1. 바라데로
    여행블로거인척 2020. 4. 20. 01:15

    사실 이전까지 여행기는 여행 중에 기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다 담아낼 수 있을 테니까. 불완전한 기억력이 많은 것을 멋대로 편집해버릴테고, 그 기억에 의존한 불완전한 기록은 본래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작년 겨울에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을 여행하며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는데, 책에 보면 오히려 추후에 기록하는 것이 (책에서는 타인를 통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부에 함몰될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일리가 있다. 그래서 이전의 기록들에 대해 짧게나마 끄적여볼까 한다. 우선 쿠바!

     

    17년 여름 페루, 칠레 신혼 여행을 마치고 캐나다에 정착한 후 처음 다른 나라로 떠난 여행. 캐나다에서는 많은 이들이 겨울에 따뜻한 남쪽 나라로 여행을 간다. 자메이카, 도미니칸 공화국, 멕시코, 푸에르토 리코, 쿠바 등 카리브 해에 위치한 섬나라에 올인클루시브 리조트 + 비행기 패키지로 많이들 가는 모양. 위 나라들로 런던에서는 겨울 시즌 한정 직항도 많이 뜬다. 쿠바도 그 중 하나로, 런던에서 휴양지인 바라데로로 가는 직항이 있었다. 꽤 일찍 예약한 덕분에 그리 비싸지 않게 살 수 있었던 걸로 기억. 나는 아바나에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에 패키지로 예약하진 않고 비행기와 숙박을 따로 예약했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적자로 여행 목적으로 쿠바 방문 시 비자가 필요 없지만 여행자 카드는 구입해야 한다. 캐나다에서 출발하는 항공편의 경우 대부분 비행기표 살 때 포함되어 있고 쿠바로 가는 비행기 안에서 비자를 준다. 참고로 출국할 때 두꺼운 겨울 외투를 외투당 5불에 런던 공항에 맡길 수 있다. 런던에서 바라데로까지는 3시간 정도가 걸리고, 시차는 없다. 

     

    바라데로에서는 올인클루시브 호텔에 2박을 묵었다. 바라데로 공항에서 호텔까지 어떻게 이동했더라..? 호텔에서 픽업왔나? 기억이 잘 안 나네. 다행히 쿠바 여행 내내 날씨가 매우 좋았다. 호텔 수영장을 따라 조금만 걸어나가면 바로 나오는, 옥색과 짙푸른색을 동시에 가진 카리브 해가 멋졌다. 프라이빗 비치였던 건지 사람도 별로 많지 않고 좋았다. 밝은 색의 따듯하고 고운 모래를 맨발로 밟으며 해변을 걸었다. 쿠바 휴양지 대부분의 호텔은 쿠바 혁명 전 미국에 의해 세워진 것으로, 굉장히 낡았다. 바라데로에서 우리가 방문한 곳은 수영장, 연결된 바닷가, 식당 뭐 대체로 나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이틀 묵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다시 방문하진 않을 듯. 많은 올인클루시브가 그렇듯 매일 매 끼니 부페가 제공되고, 호텔 내 몇몇 레스토랑은 예약으로 운영된다. 우리는 이틀만 묵었기 때문에 모든 레스토랑을 시도해보진 못했다. 수영장에서도, 호텔 안에서도 무한으로 술을 제공한다. 사진을 보니 모히또를 많이 마셨던 모양. 모히또는 쿠바의 전통 칵테일로 럼과 라임즙에 민트를 넣어 만든다. 쿠바가 럼이 유명해서 그런가, 쿠바의 유명한 칵테일은 럼을 베이스로 한 것이 많다. 아.. 사진 보니까 다시 가고싶다. 우리는 목요일에 저녁에 도착해 이틀밤을 묵고 토요일에 리조트를 떠났다. 금요일 밤에는 수영장 근처에서 공연을 하더라. 대체로 학예회 느낌이긴 했지만 마이클 잭슨 모창을 하던 사람은 꽤나 비슷했음. 묵는 동안 수영장에서 수영하고 바닷가에 나가 볕 쬐면서 책 읽고 먹고 마시고 그 외에는 달리 한 일이 없다. 오히려 신혼여행 때보다 더 신혼여행 같았달까ㅎㅎ 리조트 밖을 산책하듯 조금 걸어봤는데 쿠바답게 다양한 올드카가 길을 오가며 호객행위를 한다. 바라데로에서 아바나까지는 차로 두 시간 정도 거리라 리조트에서 아바나 도심으로 데려다주는 버스가 매일 있다. 리조트에서 다른 지역으로 하루, 이틀 방문하는 패키지도 판매하는 듯 했다. 참고로 인터넷은 거의 안 되고, 로비에서만 쓸 수 있었다. 와이파이 이용권을 구매하면 몇 시간 쓸 수 있었던 듯. 쿠바 가면서 인터넷 거의 못할 건 예상하고 갔으니까 큰 불편함은 없었다. 캐나다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소 지친 마음을 이틀만에 충분히 달래준 바라데로. 겨울이 한국보다 상당히 길기 때문에 겨울에 한 번쯤은 이렇게 남쪽 나라로 피한 오는 게 정신 건강에 이로운 것 같다.

    밤에 보는 리조트 풍경.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불 켜진 곳은 술과 식사를 제공하는 곳으로, 그 주변을 어른용 아이용 수영장들이 둘러싸고 있다.
    낮에 보는 리조트 풍경. 멀리 수평선이 보인다. 육지에 가까운 곳은 에메랄드 색, 수평선에 가까운 곳은 짙은 푸른색을 띄고 있다.
    여행 갈 때 종종 하듯이 이번에도 발톱 색을 쿠바 국기 컬러로 칠해봤다. 파랑, 빨강, 그리고 하양. 
    리조트에서 해변으로 나가는 길에 바라본 하늘. 평화롭다.
    하늘에 구름 한 점 없네. 물이 참 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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