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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감이 있지만 다이어리에 분기마다 잘한 점과 아쉬운 점을 수기로 적어놓은 걸 바탕으로 살짝 올려본다.
1분기에는 미국으로 이사와서 적응하느라 분주했다. 잘한 일은 딸 데이케어를 옮긴 것, 마음에 드는 차를 산 것, 동네 친구들을 꽤나 사귄 것, 여기저기 근처에 제법 잘 놀러다녔다는 것이고 아쉬운 점은 플루에 걸려 거의 인생 최고로 아팠던 것, 미국 생활을 시작하며 멍청비용을 꽤나 지출했다는 점 정도..? 이번 겨울에는 다시 아프고 싶지 않아서 10월에 플루샷을 맞았다. 멍청비용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일단 보험 - 올해 접어들며 교통정리를 했으니 푼돈일지언정 매달 손에 들어오는 돈이 조금 늘어나기를 기대해본다.
2분기에는 5월말~6월초 한국에 다녀와서 오랜만에 엄마가 차려주는 생일상도 받고 참 좋았다. 미국에 돌아온 뒤, 한국에 가서 알게 된 임신이 불과 몇 주 만에 끝났다는 말을 듣고는 솔직히 한국에 그 때 다녀온 게 잘한 일인가 싶기도 했지만.. 의사 선생님 말씀도 그렇고 나의 그 어떠한 행동 때문이 아닐 거라고 생각하려 애썼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나보다 조금 더 길게 휴가를 낸 동료가 있었는데, 그 동료의 휴가도 커버하면서 내 휴가는 공백이 느껴지지 않게끔 해놓고 갔다고, 알게모르게 그 동료와 비교되며 인정을 받았던 2분기^^;
3분기는 나와 남편 둘 다 출장이 있어서 순식간에 지나갔다. 유산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몸에서 배출되기까지 기다려야했는데 어떻게 딱 출장가는 날 아침에 피가 쏟아졌다. 응급실에 가서 확인한 다음 (다행히 출발 시간이 약간 지연된) 오후 비행기를 잘 타고 출장을 다녀왔다. 출장을 취소해야하나 병원에서 고민했지만 다녀온 덕분에 마음을 금방 추스를 수 있었고 출장 자체도 워낙 즐거웠기에 가길 잘 한 듯. 출장가서 그랬으면 어쩔 뻔 했냐며, 우리는 마지막까지 효를 다한 뽀기에게 고마워했다. 한동안 쉬었던 듀오링고를 다시 시작했고 딸이 한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세컨드카를 장만해서 나와 남편 모두 보다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회사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다른 분야에 있는 멘토로부터 새로운 조언을 받아 좋았다. 아무리 정신이 없었다지만 엄마 생신 선물을 너무 지나고 나서야 보내서 반성. 설 선물은 미리미리 챙겨야지. 3분기 마지막에 짧게 다녀온 뉴헤이븐-보스턴 여행 좋았다!
4분기에는 가벼운 마음으로 방문한 병원에서 뜻밖에 조직검사를 해야한다는 얘기를 듣고 심각한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 없다고 해서 한시름 놨다. 번아웃이 와서 회사 일 하는 게 종종 괴로웠고 크리스마스 연휴에 턱이 잠기기도 하고. 여러모로 건강이 아쉬웠던 2024년의 마지막 분기. 딱히 희생적 이타적으로 산 건 아닌데, 남편이 본인과 딸만 챙기느라 내가 스스로를 잘 못 챙긴 것 같다며 눈시울을 적실 땐 나도 왠지 코끝이 시큰했다. 그래도 아침을 건강하게 잘 챙겨먹기 시작한 건 잘한 점. 딸 생일에 처음으로 친구들을 초대해 파티를 했는데 무사히 잘 마쳐서 기뻤다. 12월초 시티에 놀러온 캐나다 동료와 브런치도 먹고 크리스마스 연휴에는 사촌을 집에 초대해 식사 대접도 하고 인간답게 살았달까.. 그러고보니 4월과 7월에도 한국에서 놀러온 친구를 각각 그랜드 센트럴 부근, 윌리엄스버그 부근에서 만났네. 어쩐지 나이를 먹을수록 타인에게 내 시간을 내어놓는 일에 전보다 더 기꺼운 것 같다. 그들이 기꺼이 내어주는 시간에도 감사하고.
2024년을 돌이켜보면 좋은 사람들을 참 많이 만난 한 해였다. 감사하게도. 미국에서 이제 딱 1년 지났는데 캐나다에서 6년간 알고 지낸 사람들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마음을 열게 됐다. 붙임성이 좋은 딸 덕분인가..?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잘 가꿔나가야지. 딱히 취미랄 건 없지만 웹툰은 꾸준히 봤고 새로운 괜찮은 작가들도 접했다. 줄곧 하늘바라기였지만 2024년엔 좋은 기회로 멀리 가지 않고 동네에서 일식, 월식, 오로라, 혜성까지 볼 수 있어서 특별히 행복했다. 내 기분, 멘탈을 좋게 하는 게 무엇인지 유심히 살펴 가까이 두어야겠다는, 그때 그때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공부하면서 세상의 해상도를 조금씩 높여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멘토링이며 여기저기 조언을 구했지만 앞으로 어떻게 커리어를 쌓아가야겠다는 계획도 뭘 하고 싶다는 꿈도 도통 생기질 않아서 그저 게으른건가 괴롭던 중.. 현재에 만족하고 안정을 추구하는 게 나쁜 게 아니라는 챗지피티의 위로를 듣고 2025년에는 스스로를 좀 덜 괴롭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디서 본 말인데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한 인간을 작년보다 성장시켰다는 것만은 틀림없으니까. 그걸 생각하면 분명하게 뿌듯한, 뿌듯하지 않을 수 없는 2024년.
2025년 일단 가장 큰 관심사는 집을 사고 이사를 하는 것이다. 드디어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니 설렌다! 마음에 쏙 드는 집이 우리 예산 범위 안에서 적절한 타이밍에 나와주기를.. 나는 운이 좋으니까! 하핫. 요즘에는 건강이 좋은 날보다 안 좋은 날이 더 많은 것 같아서 식단도 좀 건강하게 바꾸고 운동도 열심히 하려고 한다. 정신 건강을 위해 명상도 하고 성경(!)도 좀 읽어볼까 한다.ㅎㅎ 쓰다보니 너무 개인적인 얘기를 많이 써서 포스팅하기가 조금 스스럽네. 모쪼록 2024년보다 더 나은 2025년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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