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캐나다에서 출산 후 3주, 천천히 회복 중
    캐나다임신출산육아 2021. 1. 2. 04:25

    입덧도 없고 크게 아픈 곳 없이 대체로 순조롭게 보낸 임신 기간에 비해 출산 후 회복은 생각만큼 수월하지는 않았다. 집에 온 다음날 아침부터 얼굴이며 손, 발 다리가 땡땡 부어서 얼굴은 어디가서 얻어맞은 듯 하고 빙글빙글 돌아가던 결혼반지는 꽉 끼어 손가락에 자국을 남기고 칼발이라 징그러울 정도로 늘 선명하게 보이던 핏줄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병원에서 일러준대로 타이레놀 두 알과 애드빌 두 알을 6시간마다 복용했는데 깜빡 시간이 조금 늦어지면 회음부 쪽이 타는 듯 아팠다. 모유수유 자세 잡는 것이 서툴러 유두는 상처가 나고 딱지가 앉았다가 다시 상처가 덧나기를 반복했다. 출산 과정을 위해 분비된 호르몬 때문에 인대는 늘어나있는데 아기는 안아야 하니 손가락과 손목 관절이 시큰시큰 쑤셨다. 출산 후 일주일쯤 지났을 때 며칠간 밤에 식은땀을 많이 흘려 축축한 채 깨어났다. 때때로 명치 아래께가 시린 느낌이 든다. 

    한의학에서는 산후풍이라는 말 아래 이 모든, 이것보다 더 다양한 많은 증상을 포함시켜 얘기하고 있다. 서양의학에서는 산후풍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글들이 보이지만, 그건 사실이 아닌 것 같다. 단지 한 단어로 묶어서 부르는 말이 없고 찬바람이 들어가면 안된다거나 하는 "풍"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을 뿐, 여기에서도 출산 후 다양한 증세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각각의 증세에 대해 부르는 말이 있다. Sore nipples, cracked nipples, mommy’s wrist, night sweat, postpartum chills 등등. 하루만에 퇴원이라니 퇴원하고 바로 밖에 돌아다니다니 역시 서양언니들이 강하다고 얘기들 하지만, 산후 어느 정도의 쉼과 보살핌은 누구에게나 어느 나라에서나 필수일 것이다. 

    다행히 지난 주부터는 붓기도 다 빠지고 진통제를 그렇게 쏟아붓지 않아도 견딜 만하다. J가 한 솥 가득*2 끓여준 미역국이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고, 병원에서 받아온 간이 비데(?) 같은 걸 화장실 갈 때마다 이용한 게 도움이 된 것 같기도 하다. 퍼블릭널스가 다녀간 이후로 모유 수유도 거의 아프지 않다. 손목은 여전히 자고 일어날 때마다 시큰거리지만 잘 때마다 회복용 나이트 손목 보호대를 착용하고 있으니 나아지리라 믿어본다. 명치께는 아직도 시리다. 이건 딱히 해결 방법을 모르겠다. 수유 때문에 가슴을 대체로 열고 있지만 (수유패드를 하자니 화한 느낌이 들어서 자꾸 안 하게 된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더 챙겨입고 뜨끈한 물로 씻어 몸을 따뜻하게 해주려고 하고 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평균적으로 산후 회복에 6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 같은데 3주 지나고 이 정도면 양호하지 싶다. 

    하루만에 퇴원하고 집에 가는 것에 대해, 그리고 그 하루도 모자동실(모녀동실)로 아기와 하루종일 같이 있으며 3시간마다 혹은 아이가 배고파할 때마다 아기에게 젖을 물려야하는 것에 대해 한국의 주변 사람들은 뜨악했고 나 역시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다. 하지만 겪고 보니 캐나다에서 아기를 낳아서 다행이다 싶기도 하다. 한국에서 아기를 낳았으면 아마도 다른 선택지를 생각해보지 못한 채 당연히 조리원에 갔을 것이다. 다들 조리원 천국이라고 하는 걸 보니 그랬다면 내 몸 상태는 물론 지금보다 나을 수도 있겠지만, 이 시기에 아기가 얼마나 작고 소중하고 예쁜지. 이 시간을 빼앗기지 않고 온전히 누릴 수 있어서 얼마나 다행인가 생각한다. 조리원에 가서 하루에 불과 몇 시간만 아기를 만났다고 생각하면 아찔해진다. 

    한국에서 부모들이 조리원을 선택하는 게 좋다, 안 좋다고 얘기하려는 건 아니다. 곧 사회로 복귀해야 할 산모가 빨리 회복하는 게 급선무니까, 그리고 많은 경우 아빠가 엄마와 같은 수준으로 육아에 함께 참여할 수 없으니까 지금과 같은 형태의 산후조리원이 생겨난 것일테고, 그게 많은 이들에게 최선의 선택일 것이다. 내가 지금 아기와 24시간 함께 밀도 있는 시간을 보내며 다행이라고 여길 수 있는 건, 1년의 휴직 그리고 당장 회사로 복귀하지 않아도 되게끔 육아 혜택이 뒷받침 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저.. 내가 의도하고 결정한 게 아닌데도 아기와 함께 이렇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참 행운으로 느껴진다. 행복하고 감사하다.

    댓글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