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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회사 생활 - 입사 초기 (전화)
    캐나다에서의삶 2018. 10. 9. 06:22

    입사 첫 날 바짝 얼어있을 때 옆 자리의 제니퍼가 고맙게도 전화 자동응답 셋팅하라며 메일을 보내줬다. 

    Hello, you have reached the voice mail of (name), (title) for the (department you work in) at 3M Canada. I am either currently on my phone or away from the desk and can't take your call right now. Please leave your name and number with a detailed message and I will get back to you as soon as I can. Thank you! 

    부서 한 바퀴 인사 돌고 얼어붙은 상태에서 전화기를 들고 목소리를 내기가 몹시 망설여졌으나 셋팅을 하긴 해야 하니.. 전화를 들고 저걸 그냥 따라 읽었다. 그 무렵 따라부르던 가사 때문인지 나도 모르게 get you back이라고 한 건 함정-_-

    업무 특성 상 모르는 곳에서 내 자리에서 전화를 쓸 일이 드물다. 제니퍼나 브랜드팀의 경우 미국 본사와 통화할 일이 많은 반면 나는 아마존과 통화를 할 때에도 보통 회의실을 잡아 컨퍼런스콜용 전화기로 정해진 시간에 팀이 함께 통화하기 때문이다. 스카이프 미팅이 있더라도 나는 자리에서 통화하기가 조금 부끄러워서 작은 회의실에 들어가서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결국 전화선을 뽑아버리기에 이르렀는데.. 그건 바로 내가 입사하기 전 내 번호를 쓰던 PR업무 담당 캐서린 덕분(?)이다. 처음에는 캐서린이 누군지도 모르겠는데 음성메시지가 50통 정도 와 있고, 자꾸 캐서린을 찾는 전화가 와서 잘못 거셨다고만 했다. 거듭 걸려와서 확인하니 캐서린은 은퇴했고, 리앤 헤이워드라는 사람이 그 업무를 이어받아 하고 있다는 거다. 그럼 좀 안내를 하고 퇴사하시지..ㅜㅜ 암튼 우여곡절 끝에 리앤 헤이워드의 연락처를 알아내 그 번호로 안내했지만, 문제는 그 분이 전화를 잘 받지 않는다는 데 있었다. 내가 받는 대부분의 전화가 '3M에서 이런 상품을 작년에 기증받았었는데요, 올해도 받을 수 있을까 하고요'라는 내용이 많다. 그래, 그런 부서니까 문의와 요청이 늘 쇄도하리란 건 이해하지만 짜증나는 건 어쩔 수 없다. '리앤이 오피스를 자주 비운다고 들어서요, 메일로 연락하는 편을 훨씬 선호한다고 하네요'라고 덧붙여 안내하는데도 다시 나한테 전화해서 알려준 연락처로 왜 아무도 연결이 안 되느냐고 화내는 사람 등장ㅡㅡ 나는 나의 최선을 다했건만.. 역시 가만히 있으면 가마니로 보고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로 보는 것이다.. 내게 언성을 높이며 화내는 사람을 두 번째로 마주한 뒤 진이 빠져 전화선을 뽑았다. 내 업무에는 아무 지장이 없고 나는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나는 왜 이런 약간의 죄책감을 느껴야 하는가. 으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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