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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회사 생활 - 점심
    캐나다에서의삶 2018. 11. 5. 01:46

    처음에 캐나다에서 회사를 다니면서 한국과 가장 다르다고 느꼈던 건 워라밸이나 플렉서블한 출근시간 같은 것보다도 점심 문화였다. 

    내가 한국에서 여러 회사를 다녀본 게 아니라 일반화하긴 어렵지만 한국에서는 도시락을 싸 오는 사람들보다 밖에 나가서 사 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회사에서 꽤 괜찮은 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나가서 먹곤 했다. 회사 근처에는 적당한 가격, 다양한 메뉴의 식당들이 줄지어 있었다. 팀끼리, 동기끼리, 마음 맞는 동기끼리 회사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커피도 마시고. 주어진 점심시간 1시간에 맞게 시간이 있으면 산책도 하다 들어오곤 했다. (나는 때때로 혼자 대충 먹고 숨어서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기도 했지만) 매일 메뉴 아이디어를 내는 게 막내의 일 중 하나인 때도 있었다. 을지로에서 일할 땐 근처에 맛있는 식당이 많아 팀 내에 팀점을 위한 제비뽑기 통이 있었다. 보라매에서 일할 때 기분 전환을 하고 싶은 날 공원을 건너가 평소와 다른 메뉴를 먹었던 기억, 판교에서 일할 때 날씨 좋은 날 식사 후 커피 한 잔 들고 금토천을 걸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지금 내가 있는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사람이 도시락을 싸온다. 1층에 카페테리아에서 샌드위치 등 항상 구비해놓는 음식 외에도 케이터링 업체를 통해 매일 다른 따뜻한 메뉴를 제공하지만 인기는 별로 없는 듯 하다. 내가 보기엔 대체로 나쁘지 않은데 어떤 날은 매우 창렬함. 그런 메뉴들 외에도 화요일, 목요일에는 샐러드바를 7불에 먹을 수 있고, 매주 수요일에는 근처 식당에서 인기 있는 메뉴를 가져와서 10불 내외에 제공한다. (Paramount Shawarma, King of the pigs 포르투갈 스타일 닭 요리, Thuan Kieu 누들 등을 파는데 맛있음.) 샐러드바나 외부 음식점 메뉴들은 그래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듯. 어쨌거나 대부분 도시락을 싸오고 안 싸온 경우 밑에 내려가서 사 먹는데, 그 경우에도 카페테리아에서 먹기보단 산 것을 들고 자리로 와서 먹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좀 당황스러웠다. 첫 주에는 마크가 날 위해서 한 주 내내 같이 식사를 하며 사람들을 소개해줘서 몰랐는데 둘째 주에 보니 두둥. 다들 자리에서 후다닥 먹고 일하고 있는 것 ㅡㅜ 아마도 식사 시간은 페이에 안 들어가서 그냥 빨리 먹고 빨리 일하고 가겠다는 마음가짐인 듯 하다. 먹는 시간도 제각각. 11시쯤에 먹어버리는 사람도 있고 1시쯤 느지막이 먹는 사람도 있고. 난 그게 약간 어색해서 사람들이랑 약속을 만들어서 카페테리아에서 먹고 했는데 이제는 익숙해졌다. 나는 늘 일찍 배가 고파서^^; 11시 반쯤 밥을 먹는데 나쁘지 않은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가끔씩 점심 약속을 잡는다. 밥을 먹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하면서 친해지는 게 코리안웨이니까..?ㅋㅋ 일한 지 이제 7개월이나 되었는데 가장 가깝게 일하는 카메론과 이번 주에야 처음으로 밥을 같이 먹었다. 그간 늘 일 얘기만 같이 했는데 밥 먹으면서 각자의 결혼 준비 얘기도 하고, 마데이라 섬의 호날두 동상 (mady by an anti-fan) 얘기도 하고 재밌었다. 전에도 적었는지 모르겠지만 카메론은 바로 한 기수 위 선배같은 느낌이라 마크보다 대하기 더 어려운 경우도 있었는데 전보다는 좀 편해진 느낌이다. 다음 주에는 캐리와 약속이 있고 (무려 회사 밖으로 나가서 먹기로 함! 두둥), 다다음주에는 라나와 약속을 잡았다. 내가 여기에서 언제까지 일할지도 모르는데, 좋은 사람들과 좀 더 알아가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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