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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회사 생활 - 출산, 육아 휴직
    캐나다에서의삶 2020. 12. 9. 07:44

    예이! 드디어 육아 휴직 시작이다. 몸이 무거워지기 시작하면서 손꼽아 기다려온 휴직이었는데 지난 주에는 진짜로 1년 일을 놓는다고 생각하니 약간 우울해지면서 새벽에 괜시리 maternity leave blues 따위를 검색해봤었다. 내 인생에서 1년이나 쉼표가 주어진 적이 있었나, 어떻게 보내야 할까 (아기와 함께 정신없이 지나가겠지만서도). 하지만 막상 금요일에 컴퓨터를 끄고 나서부터 근 2주간 나를 괴롭히던 두통도 사라지고 잠도 잘 오고 날아갈 것 같다.ㅋㅋㅋ 임신 관련 소화 불량과 두통일 거라고만 여겼는데 인수인계 때문에 신경을 너무 써서 머리가 지끈지끈 했던건가. 카메론이 떠날 때, 조직 개편으로 새 브랜드를 맡게 되었을 때 그 누구도 나한테 이토록 자세히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았는데. 이렇게까지 해줘야하나 싶은 생각도 아주 조금 들었지만 J 말대로 다들 그만큼 나를 의지한다는 거니까 기분 좋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첫 출산인지라 캐나다는 물론 다른 나라에서의 경험도 전혀 없지만 출산, 육아 휴직에 대해 알게된 내용을 살짝쿵 정리해본다. 

    • 휴가 기간: 위에는 육아 휴직이라고 뭉뚱그려 얘기하긴 했지만 사실 내 1년의 육아 휴직은 17주의 출산 휴가와 35주의 육아 휴가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출산 휴직은 아기를 직접 낳은 엄마만, 육아 휴직은 커플 중 아이를 낳지 않은 쪽이나 (아빠라고 쓰기엔 동성 커플도 많아서..) 입양한 커플 모두 신청할 수 있다. 내가 다니는 회사를 기준으로 작성했지만 캐나다의 다른 회사들도 비슷할 듯. 나는 총 1년 쉴 계획이지만 1년 반을 쉴 경우 최대 61주까지 육아 휴직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급여/혜택에 대해서는 아래 더 적어보기로. 
    • 급여/혜택: 캐나다에서 제공하는 고용 보험에 따라 출산 휴가 기간 중 15주동안 급여의 55%, 최대 주급 573 CAD를 받게 되는데 내가 다니는 회사의 경우 출산 휴가 17주에 대해 나라에서 제공하는 금액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즉 45%를 추가로 top up 해준다. 핵이득! 육아 휴가 기간에 대해서도 급여의 일부를 받게 되는데 위에 적었듯 35주 기본형, 61주 연장형 중 선택할 수 있지만 길게 쉰다고 해서 더 받는 건 아니고 같은 금액을 긴 기간동안 나눠서 받게 된다. 한 주 기준 기본형은 55%, 연장형은 33% 정도의 급여를 받게 되는 듯. 참고로 2020년 기준 각각의 상한액은 573 CAD/week, 344 CAD/week 이다. 두 사람이 육아 휴직을 나눠서 쓸 경우 기본형의 경우 추가 5주, 연장형의 경우 추가 8주의 혜택이 주어진다고 한다. 신청 및 해당 기간은 출산 혜택의 경우 출산 12주 전부터 17주 후 이내, 육아 혜택의 경우 기본형은 출산 1년 이내, 연장형의 경우 출산 1년 반 이내이다. 
    • 신청 방법: 마지막 급여 지급일 이후 회사에서 Record of Employement (ROE)를 온라인으로 Service Canada에 보낸다고 한다. ROE가 있다고 자동으로 혜택을 받는 건 아니고, Employment Insurance (EI) Benefits을 내가 직접 신청해야 한다. 내 경우 일을 지난 주에 마무리 짓긴 했지만 남은 연차를 쓰고 공식적인 휴직은 12월 10일부터이니 다음 주에 온라인으로 EI 신청을 하면 될 듯 하다. Top up 해주는 부분의 경우 고용 보험에서 제공하는 15주 혜택을 전부 받고 나서 그 화면 스크린샷을 인사팀에 보내면 나머지 금액을 채워준다고 하더라. 약간 아날로그적인듯..ㅎㅎ  

     

    회사에서 같이 협업하던 사람들 중 미국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데 화상 회의로 임신과 휴직 사실을 알릴 때 내가 1년 쉰다고 하니 다들 부러워했다. 미국의 경우 몇 개 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 출산 유급 휴직이 보장되지 않으며 미국 본사가 위치해 있는 미네소타 주 역시 12주의 무급 휴가만을 보장하고 있다. (미국 진짜 최악..) 텍사스에 있는 친구 역시 큰 글로벌 회사에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쉬는 사람이 거의 없어 눈치가 보여서 더 쉴 수 없었다고.

    궁금해서 한국의 경우도 찾아보니 최대 90일의 유급 출산 휴가가 주어지고, 만 8세 미만의 아이를 가진 부모는 급여의 일부를 받으며 1년의 육아 휴직을 쓸 수 있다는 것 같다. 보장되는 급여는 첫 3개월은 80%, 나머지 9개월은 50%. 상한액이 첫 3개월 월 150, 남은 9개월 월 120이라고 하니 좀 빠듯할 수는 있겠지만 뭐 캐나다도 비슷한 수준이다. 오잉 근데 한 아이에 대해 엄빠 각각 1년씩 쓸 수 있는 듯..? 와우. 진짠가?? 심지어 두 명이 모두 육아휴직을 쓰는 경우 두 번째 쓰는 사람의 급여를 첫 3개월동안 100%, 상한액 월 250까지 보장해준다는 것 같다. 캐나다는 육아 휴직을 아기 낳고 1년 또는 1년 반 이내에 쓰도록 하고 그 기간을 두 명이 나눠서 써야 하는 데 비해 한국은 각자 8살 전에만 쓰면 되니 캐나다보다도 더 선택의 폭이 넓은 셈이다. 실제로 얼마나 쓸 수 있는 분위기, 문화일지는 회사마다 천지차이겠지만 그래도 한국의 제도 자체는 상당히 좋은 듯. 

    임신 사실을 팀에 상당히 일찍 알린 편이고 대체 인력을 뽑기 위해 인터뷰도 전부 진행했지만 회사 상황이 안 좋아지면서 대체 인력을 뽑지 못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임신은 모두의 축복을 받았고 휴직에 대해서도 눈치볼 필요가 없었다. 나보다 3~4개월 뒤에 임신을 한 다른 팀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팀장은 인력 보충을 못하게 된 건 회사의 결정이고, 그 결정에 대한 책임은 회사에 있으니 내가 신경쓸 부분이 아니라고 했다. 3년이 조금 못 되는 기간동안 회사를 다니면서 본 출산, 육아 휴직 케이스를 나열해보자면, 1) 어떤 분이 아이를 입양하고 육아 휴직에 들어갔는데 돌아올 무렵에 불이익은 커녕 큰 승진을 하게 되었다. 2) 또 다른 어떤 분은 1년 출산/육아 휴가를 마치고 돌아왔는데 두 번째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두 번째 휴직을 1년 보내고 돌아왔는데 역시나 더 큰 책임을 맡게 되었다. 3) 아빠들은 아기가 태어나고 8주의 휴가를 쓰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인데, 그 이유는 8주만큼의 육아 휴직에 대해 고용 보험에서 보장하는 55%를 제외한 나머지 45%를 회사에서 채워 100% 급여를 지급하기 때문이다. 반 년 이상의 긴 기간이 아니라 8주, 두 달이기 때문에 커버할 다른 계약직이나 풀타임을 뽑지는 않고 기존의 팀원들이 빈 자리를 커버하는데 이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런 걸 미리 알거나 염두에 두고 캐나다로 온 건 아니었고 J가 미국에서 박사를 하는 것도 우리의 옵션 중 하나였는데 지금 생각하니 미국이 아닌 캐나다로 와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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