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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urLondonFamily
    캐나다에서의삶 2021. 7. 2. 09:48

    블로그 임시저장함에는 쓰다가 만 글들이 여럿 저장되어 있다. 대부분은 시기가 지나 결국 마무리되지 못한 채 잊혀져버리지만 이 글은 그래서는 안될 것 같아서. 캐나다데이인 오늘, 짧게나마 정리해 올려본다. (최근 과거 원주민 교화학교에서 이름 없는 무덤과 아이들 시신이 발견되어 ‘캐나다데이를 취소하자’, ‘캐나다답지 못한 일이 일어났었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게 바로 캐나다다’ 라고 하는 등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이 순간 창밖에서는 불꽃놀이 소리가 들리네.)

    지난 6월 6일, 우리집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을 충격에 빠트린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가족도 늘상 지나는 길에서 네 명이 차에 치어 숨졌다는 것만으로도 충격적이었는데, 그 후 밝혀진 내용들은 훨씬 더 끔찍했다. 하이드파크 로드에서 20대 남성이 고의로 한 가족에게 달려들어 차로 들이받았고 일가족 5명 중 9살난 남자아이를 제외한 할머니, 아빠, 엄마, 누나가 사망했다. 범인은 차를 몰아 체리힐까지 도망치다 붙잡혔다. 범죄의 원인은 무슬림 혐오.. 런던은 슬픔에 잠겼고 살아남은 아이를 위한 후원 모금이 이어졌다.

    캐나다는 미국이나 호주에 비해 인종 차별을 포함한 소수자 차별이 덜한 편이라고들 한다. 한인 총격 사건이 일어나고 많은 주에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법이 속속 제정되고 있는 미국과 비교하기는 뭐하지만서도.. 캐나다에 거주한지 만 4년이 다 되어가는데 그간 크게 괴로운 경험 없이 지냈다. 일종의 인종 차별 경험이라고 하면 나를 다른 중국인 직원과 거듭 착각하는 회사 사람 정도..? 캐나다는 안전하다고 믿었는데. 어디에나 정신나간 사람은 있다고 하지만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렇게 참혹한 일이 일어나다니. 누가 누군가를 그저 그 존재 자체를 이유로 미워하고 죽이려든다는 게, 슬프다. 충격과 슬픔을 제대로 표현할 언어를 찾기 어렵다. 그저 홀로 남은 아이를 위해 기도한다.

    한 달여가 지난 지금도 집집마다 희생자를 기리고 그 가족을 지지하는 것을 표현하는 We stand with #OurLondonFamily 푯말이 꽂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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