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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일상 - 산책캐나다에서의삶 2020. 8. 24. 04:49반응형
작년 한국 다녀올 때인가 공항에서 샀지만 안 읽고 묵혀뒀던 유현준의 '어디서 살 것인가'를 읽고 있다. 다소 단정적인 어조라 공감이 안 되는 부분도 좀 있지만 우리말 책이 워낙 귀하기 때문에 소중히 읽는 중. 리디북스나 밀리의 서재로 읽을 수 있긴 하지만 적어도 내게 있어서 종이책이 주는 가치는 전자책과 다른 뭔가가 있는 듯. 전자책이 종이책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직 다 읽지는 않았지만 사람들이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열려있는 공간, 자주 찾을 수 있고 일상에 녹아들 수 있는 외부 공간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점에 동의한다. 크고 좋은 공원이라도 거리가 멀면 쓰임새가 줄어들어 1시간 걸어가야 하는 곳에 있는 몇 천 평자리 공원이 집 앞의 작은 공원과 비슷한 효과를 가진다는 점 역시 요즘 특히 피부로 느끼고 있다. 코로나가 내 삶 역시 많이 바꿔놓았는데, 그 중 한 가지는 매일 산책을 나간다는 것이다. 예외 없이 반복되는 일상. 걷다보니 알게된 것은 주변에 괜찮은 공원들이 많다는 것. 스마트폰에 남아있는 기록을 보면 3월 재택근무 시작 후 초반 평균 걸음 수가 2천 걸음이 채 되지 않는다. 1월에 헬스장 멤버십 1년짜리 끊어놨는데ㅠㅠ 이눔의 코로나.. 아기가 생기기도 했고 더 이상 운동부족 상태를 방치할 수 없어서 매일 걸으러 나가기 시작. 그 후부터는 매일 5천 걸음 이상 걷는 것을 소소한 목표로 하고 있다. 여름이라 아침이나 해질녘에 주로 나가서 걷는데, 집 근처 동네를 걷기도 하고 가까운 공원을 걷기도 하고 차를 타고 근처 새로운 공원에 가서 걷다 오기도 한다. 걷고 걸으면서 그 주변 동네를 구경하고, 그러면서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집을 사게 된다면 걸어서 가까운 곳에 괜찮은 공원이 있는지가 집을 고르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로 마음 속에 자리하게 되었다. 친구들이랑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정말 나이들어서 그런건가.. 자연이 좋다ㅎㅎ
사실 생각해보면 한국에 살 때 훨씬 많이 걸었다. 일단 운전을 안 하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했고, 점심시간이면 도시락을 싸 가기보단 나가서 사먹는 날이 많았다. 점심 먹고 나면 동료들과 커피 한 잔 하러 가고, 퇴근 길에는 수도승처럼 걸었다며 여기저기 걸어다녔다. 만 보 이상 걸은 날이 많았다. 대청중 옆에 붙은 늘벗공원, 대치중 옆에 있는 독골공원 (이름을 이제 알았네), 양재천, 탄천, 보라매공원, 한강, 여의도공원, 금토천 모두 내 마음의 양분이 된 공간들. 걸으면 무거웠던 마음이 비워지기도 하고, 어지러웠던 생각이 정리되기도 하고 새로운 계획이 서기도 한다. 혼자 걸어도 누군가 같이 걸어도 좋은 [산ː책] --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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