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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캐나다 회사 생활 - 풀타임 전환
    캐나다에서의삶 2018. 11. 27. 12:21

    정식으로는 1월 7일부터이긴 하지만, 오늘 공지 메일이 떴다. 앞으로 어느 팀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될 거고, 그간 어떤 성과를 이루었는지에 대해. 

    얼마 전 토론토 가기 전 날 마크가 잠깐 얘기할까? 하더니 회의실에서 너는 앞으로 엘리스 팀에 가게 될 거야. 풀타임으로 전환되는 것도 같이 진행이 될 거고. 너를 잃는 건 아쉽지만 너에게 잘 된 일이지- 라고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자세한 얘기는 엘리스가 따로 불러서 해 줄거야. 라고 했다. 마크 넘 좋은데 이제 내 보스가 아니라니.. 순간 넘 아쉬워서 살짝 눈물이 핑 돌 뻔 했다. 원래 내가 헤어지는 순간에만 좀 감정이 과하다. 스티브가 떠날 때에도 엄청 아쉬워하더니 아직 연락 한 번 안 함ㅜㅜ; 급 반성. 아무튼 나도 너무 아쉽지만 앞으로도 계속 같이 일할테니까. 그렇죠? 라고 함. (선택적 존대 번역ㅋㅋㅋ) 

    토론토 다녀온 다음 날 엘리스가 불러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마크한테 들었겠지만 우리 팀으로 오게 될 거야. 이제 우리 팀에 세 명이 이커머스 담당이니 우리 팀의 꽤 큰 부분이 된 셈이지. 내년에 이커머스 성장에 주력할 계획이고 너도 잘 부탁해. 라고. 회사 HR 체계에 대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팀의 팀원 대부분은 레벨 7-9이고, 너는 9로 설정되었으니 나쁘지 않지? 풀타임으로 전환되면서 연봉은 이만큼 받게 될 거고, 인센티브도 성과에 따라 대략 몇 프로 받는데 이커머스 쪽은 성장률이 좋으니 기대해도 좋을 거야, 휴가는 며칠이고 자세한 내용은 HR팀에서 조만간 너에게 연락이 갈 거야. 이런 식으로 뭐랄까 전환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쭉 해줬다. 물론 바라던 바고 엄청 기쁘긴 하지만 여러모로 부담이 된다. 내 주변에 앉은 모두가 알다시피 내 옆 자리에 앉은 샘은 3년을 컨트랙으로 일하다 마지막 며칠에 겨우겨우 전환이 되었다. 그런 케이스가 같은 층만 해도 몇 명이다. 얘는 뭘 잘했길래 이렇게 빨리 전환이 되었나 누군가 가시돋힌 시선으로 바라보진 않을지 두렵다. 

    컨트랙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것이지만 사실 컨트랙은 외부 회사를 통해 진행했던 것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나는 외부 지원자인 셈이다. 설명을 듣기로는 그렇다. 그래서 회사에 잡 포스팅이 뜨면 나는 지원서를 내고, 인터뷰 등을 생략한 채 바로 오퍼 메일을 받게 되며 그 후 서류 처리 등 절차를 밟게 된다. 캐나다의 모든 회사가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컨트랙일 때에는 시급으로 시간을 계산해 주급을 받았고, 풀타임은 연봉이 정해져 있고 2주마다 받는다고 한다. 컨트랙이라고 한국에서 비정규직 대하듯 돈을 덜 주고 그런 건 아니라고 들어서 연봉 인상은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동일 시간 (주 40시간) 일한다는 전제 하에 계산해보면 20% 정도 더 받게 되었다. 기대하지 않던 부분이라 개이득. 컨트랙 대비 풀타임의 장점이 연금, 보험, 스톡옵션 등 혜택이 톡톡하기 때문이라고 들었는데 이건 뭐 직접 경험해봐야 알겠다. 

    공지가 뜬 다음 날이었나, 오전에 카콕이와 메신저를 하는데 카콕이가 신기한 일이 있다고 했다. 우리 회사 잡 포스팅이 뜰 경우 자동으로 알림이 오도록 설정해놨는데, 자기가 있는 팀의 자기 자리에 대한 설명으로 공지가 떴다는 거다. 마크도 엘리스도 조용히 하고 있으라고 했지만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모르는 척 할 수가 없어서 사실 내가 너네 팀으로 가게 되었다고 말했다. 카콕이는 이해는 잘 못하는 상태로 어쨌든 축하해줬다. 그 날 카콕이가 카메론한테 이런 공지가 떴는데 뭐지? 나 지원해볼까? 라고 말했더니 바로 오후에 잠시 대화를 나눌 시간을 잡았단다. 그러고 카콕이는 말 없이 집에 갔다. 다음 날 카콕이랑 둘이 일 때문에 미팅이 있었는데, 카콕이가 배드뉴스가 있다고 했다. 아.. 뭐지.. 카콕이는 전환 안 되고 나만 된 건가 마음이 무거웠다. 그래도 카콕이는 6개월 계약 연장해서 내년 8월까지로 계약되어 있으니까 그 사이에 좋은 소식이 있어야할텐데, 생각하는데 갑자기 '나 다음 주 금요일까지만 나오고 끝이야' 라고 하는 거다ㅠㅠ 넘 깜짝 놀라서 뭐냐고 그럴 수가 있냐고 하니까 카메론한테 듣기로 자기 대신 에릭이라는 애가 새로 오기로 했단다. 아니 이건 뭐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이렇게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튼 나는 어색하게 풀타임이라고는 똑부러지게 말 못하고 너네팀으로 간다고만 얘기한 상황에서 카콕이는 계속 다른 층 면접을 보고 떨어지기를 반복.. 나한테도 이거 너 지원하면 좋을 것 같은데- 라며 포스팅도 건네주고ㅡㅜ 근데 나 너네팀으로 가는 거 풀타임으로 가는거야 라고 말이 안 나오는 거 ㅜㅜ 에휴.. 카콕이때문에 계속 마음이 무거웠다. 다행인지 카콕이는 같이 일하던 다른 팀에서 갑자기 개인적인 사정으로 못 나오는 분이 생겨서 잠시 그 분을 대신해 일하기로 되었다. 그 분이 돌아올 때까지가 언제까지일지는..

    지난 주 목요일에 갑자기 엘리스가 마크, 카메론, 나, 카콕이를 소집했다. 마크가 승진했으니 같이 토론하며 점심을 먹자고. 설마했는데 다 모이자마자 공지할 게 있다며 카콕이는 옆 팀으로 가게 되었고 나는 풀타임 베이스로 팀에 오게 되었다고! 이런 ㅠㅠ 어제라도 똑바로 말할 걸 생각하느라 무슨 논의를 하는지 집중을 통 몬하고 있는데 카콕이가 먼저 시덥잖은 얘기로 말 걸어주더라.ㅠㅠ 미팅 끝나고 내가 명확하게 얘기 안 해서 미안해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말하기가 어려웠어 라고 하니 우리 잘못이 아니라며 오히려 위로해줬다. 다른 사람이었으면 기분이 나빴을 수도 있지만 너가 잘 하는 거 아니까 오히려 기분이 낫다고. 상황이 이상했던거지 미안해할 필요없다고. 나보다 훨씬 성숙한 카콕이자식..ㅠㅠ 

    이게 다 며칠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니, 지난주가 참 길었다. 금요일에는 엘리스가 나에 대해 공지에 쓸 수 있게 디테일 좀 적어달라고 해서 보냈고, 그 공지가 오늘 뜬 거다. 메일이 날아들자마자 맞은 편에 앉은 안토니나가 일어나서 축하한다고 넘 잘 되었다고 해 주고, 안젤라도 와서 허그 한 번 해 주고. 점심 먹고 오는데 자크도 축하한다며 허그해주고 아누자도 허그해줬다. 걱정만 많았는데 넘 따스해서 행벅했다. 다들 well deserved라고 해 줘서 말뿐일지라도 고마웠다. 매들린도 메일로도 축하해주고 말로도 축하해주고. 브랜든, 샘, 아르살란, 모도 축하해줬다. 입사 서류 스캔하는데 매트가 오더니 하이파이브 하면서 너 잘 될 줄 알았어~ 축하해 메일 받고 나도 엄청 신나더라 라고 해줬다. 이거 엄청 빨리 전환된거야, 3년 걸린 사람도 있는 거 알아? 라고 함 ㅡㅜㅋㅋㅋ 이짜식아 나도 안다고요ㅜㅜㅋㅋㅋ 암튼 내가 좋아하는 많은 이들의 축하를 받으니 무거웠던 마음이 좀 덜어지는 것 같았다. 

    오늘은 카콕이를 대신하는 에릭의 첫 출근날이기도 했는데, 에릭은 이 모든 걸 알려나. 3M은 처음이지만 아마존 관련 경력은 나보다 훨씬 길고 나이도 나보다 꽤나 많은 듯.. 여러모로 배울 게 많을 것 같다. 에릭 볼 때마다 카콕이 생각이 나고 약간 넘 잘하면 나랑 비교될까봐 견제도 살짝 되지만 그런 마음은 감추고 배움의 자세로 잘 지내봐야지. 점심에 엘리스가 우리 내려가서 지금 밥 먹을건데 같이 가자고 하길래 이미 반은 먹은 샌드위치를 들고 내려가서 같이 먹었다. 에릭은 와이프가 12/7이 출산 예정일이라고 한다..ㅋㅋㅋ 오늘 하루가 어떻게 갔나 모르겠다. 정말로.. 다시 입사 첫 날 같기도 하고 정신 없는 하루였다. 내일도 에릭 포함 웬 회의가 잔뜩 잡혀있는 걸로 보아 내일도 역시 데이원느낌일듯.. 다음 주에도 미국 3M에서 사람들 와서 내 일 할 시간 별로 없을 텐데 이번 주에 정신 똑띠 차리고 할 일 잘 하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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