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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여행 (2017.12.21 ~ 28) - 1. 바라데로여행블로거인척 2020. 4. 20. 01:15
사실 이전까지 여행기는 여행 중에 기록해야 한다고 믿었다. 그래야 보고 듣고 느낀 것을 그대로 다 담아낼 수 있을 테니까. 불완전한 기억력이 많은 것을 멋대로 편집해버릴테고, 그 기억에 의존한 불완전한 기록은 본래의 의미가 퇴색할 것이라고. 작년 겨울에 멕시코 플라야 델 카르멘을 여행하며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를 읽었는데, 책에 보면 오히려 추후에 기록하는 것이 (책에서는 타인를 통한 경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세부에 함몰될 위험이 줄어들 수 있다고 하였다. 그렇게 생각해 본 적 없었는데, 일리가 있다. 그래서 이전의 기록들에 대해 짧게나마 끄적여볼까 한다. 우선 쿠바! 17년 여름 페루, 칠레 신혼 여행을 마치고 캐나다에 정착한 후 처음 다른 나라로 떠난 여행. 캐나다에서는 많은 이들이 겨울에 따뜻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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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 19이 바꿔놓은 일상하루하루기록 2020. 4. 13. 12:23
재택근무를 시작한 지 한 달이 흘렀다. 원체 겁이 많은 성격이라 그야말로 두문불출하고 있다. 장을 보러 두 번, 산책하러 한 번 정도 나갔나. 계란도 우유도 버터도 다 떨어져서 내일은 장을 보러 4번째 외출을 해야할 듯 하다. 캐나다의 총 확진자 수는 2만 5천 명을 바라보고 있고, 런던시의 확진자 수는 오늘부로 2백 명을 넘어섰다. 회사도 식당도 헬스장도 공원조차도 다 문을 닫는데 확진자는 왜 계속 늘어만 가는지.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작년 이맘때엔 스트랫포드에 갔었는데. 카콕이는 회사에서 잘렸다고 한다. 코로나 때문에 임시 해고라고 하는데, 말은 임시지만 돌아갈 수 있는건지, 있다면 언제인지 모르는 상태이다. 다행히 긍정적 마인드로 신디사이저를 사서 작곡을(...) 하고있는 듯하다.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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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FH 2주차하루하루기록 2020. 3. 30. 06:15
집에서 온전히 2주를 보냈다. 분리수거 하러 잠시 내려가니 날씨가 꽤나 따뜻해진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어느덧 3월 말, 4월이 코 앞이다. 기존에 안내된 재택근무 기간은 3주, 다음주까지인데 아무래도 연장되지 않을까 싶다. 원격회의(?)를 위해 쥼을 많이들 쓰는 것 같던데 울 회사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 팀을 쓴다. 이번 주에는 미팅이 많았다. 카테고리 담당자들과 잡아 두었던 월간 회의가 3개도 그 중 일부. 할 말도 딱히 없는 것 같아 미팅을 취소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마음을 진정하고 따져보니 사실 체크할 내용이 많았다. 미리 회의에서 커버하고 싶은 내용을 보내고 회의를 진행하니 흐름이 순조로웠다. 필이 팀 미팅을 소집해서 화상채팅이나 보이스채팅을 종종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메시지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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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테이스팅 - 2018 Inniskillin Late Autumn Riesling하루하루기록 2020. 3. 22. 05:54
애슐리가 인스타그램에 Social distancing wine #1이라며 스토리를 올렸길래, 나도 격리 기간 동안 와인 테이스팅이나 해야겠다며 DM으로 와인 추천을 받았다. 이니스킬린 리슬링은 애슐리가 추천해 준 세 가지 와인 중 하나. 이니스킬린은 캐나다 나이아가라 지역의 유명한 와이너리인데, 특히 아이스와인이 유명하다. 내가 이번에 마신 건 아이스 와인은 아니고, 리슬링이라는 청포도 품종으로 만든 화이트 와인이다. 꿀, 과일향과 맛을 느낄 수 있고 살짝 달달하다. 과일 샐러드나 구운 생선, 향신료가 강한 인도, 태국 요리와 잘 어울린다고 하는데 안주 없이 마시거나 비스킷과 먹어도 좋았다. 초콜렛 류는 같이 먹으면 별로인 듯. 도수는 12.5도, 보통 750mL에 14불, 1.5L에 26불 정도이니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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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id 19하루하루기록 2020. 3. 16. 12:35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전세계가 흔들리고 있다. 한국에서 신천지 때문에 감염자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실시한다 할 때 걱정은 됐지만 그저 감기 같은 거라고 하던데 싶었다. 동생이 감염자와 간접 접촉을 했다고 하니 그제서야 마음이 덜컹, 실감이 나더라. 동생을 비롯한 가족들의 평소 건강에 대해 되짚어보게 되고 온갖 생각에 잠이 안 오더라니까. 한국 감염자 그래프가 평평해지고 있는 지금에서야 미국과 캐나다는 난리가 났다. 요 근래 한 달 정도는 회사에서 팀원들과 잡담할 때 하루에 한 번 이상은 코로나가 주제로 떠올랐다. 처음에는 아무래도 우리 업무와 관계가 있으니까, 그리고 나중에는 여러 상황 변화에 따른 걱정 어린 이야기들. 1월 말 갑자기 치솟은 마스크 판매량과 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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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12하루하루기록 2020. 2. 13. 13:00
지지난밤에는 감기기운이 있어 약을 먹고 일찍 침대에 몸을 뉘었다. 밤에 불끄고 혼자 누워있는 게 오랜만이라 그랬는지 눈을 감았는데 묘하게 서울 우리집 내 방에 누워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엄마가 있을 것 같은 감각. 소파에 앉아 티비를 보고 있는 엄마, 퇴근길에 닭강정이나 떡볶이 따위를 사와 같이 먹자며 식탁에 꺼내어 놓는 엄마, 바닥에서 빨래를 개는 엄마, 전자렌지에 은행을 돌리는 엄마. 아파서 그랬나, 갑자기 눈물이 쏟아졌다. 어쩐지 이제 다시는 그 시간으로 갈 수 없을 거라는 예감이 들기도 하고. 조금 서글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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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회사 생활 - Growth summit캐나다에서의삶 2020. 2. 9. 11:33
이번주 일요일부터 수요일까지는 회사의 연간 행사인 그로스서밋이 있었다. 캐나다 전역의 세일즈, 마케팅, 엔지니어 등이 모여 2020 전략의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인데, 보통 일요일에는 웰컴 디너, 월요일에는 모든 비즈니스 그룹이 함께, 나머지 날들은 비즈니스 그룹별로 나누어서 행사가 진행된다. 월요일 저녁에는 세일즈 어워즈, 화요일 저녁에는 비즈니스 그룹 저녁 회식이 있다. 나는 9시쯤 집으로 텨텨했는데 다들 12시 2시까지 있었다고.. 체력들도 좋으셔.. 참고로 우리 비즈니스 그룹은 80년대 복장으로 런던 뮤지엄에서 회식을 했다. 런던 뮤지엄 랍스터롤도 쉬림프도 맛있었다 호호. 얼결에 캐나다 대장인 페니 와이즈랑 대화하게 되었는데, 얘기하고 디저트 맛있어 보인다길래 먹으러 간다는 건 줄 알고 "네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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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마음하루하루기록 2020. 2. 9. 11:19
가족들이 올 여름 캐나다에 오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여행지만 따지면 나는 정말 그 어디를 가도 좋다. 검색해보고 주변에 물어 몇 가지 옵션을 제시했고, 각 옵션에 포함된 여행지들은 나도 가보고 싶었던 곳이거나 또 가도 좋은 곳이었다. 그래서 어떤 걸 골라도 좋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와보니 결과보다는 과정이, 그러니까 가족들이 어떤 여행지에 가고 싶어서 오는 것이라기 보다는 내가 보고 싶어서 오는 것이길, 구경 자체보다는 나를 우선 순위로 놓아주길 바랐나보다. 결과적으로는 이미 망한 느낌. 옵션을 보더니 내가 있는 도시로 유도하려는 것 아니냐고 했고, 이제는 가족들이 런던에 온다고 해도 정말 그게 그들의 순수한 선호에 따른 것인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냥 내가 처음부터 옵션 같은 거 제시하지 말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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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회사 생활 - 면접캐나다에서의삶 2020. 2. 3. 06:10
19년 4분기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 발표 이후 인원을 감축한다고 하는데, 우리 팀에는 딱히 해당 사항이 없는 이야기인 듯 하다. 팀 개편 이후 오히려 새로 2명을 뽑으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명은 아마존 전반 분석 업무를 맡아 하며 마크한테 리포팅을 하게 될 것이고, 나머지 한 명은 나와 비슷한 업무를 하며 필한테 리포팅을 하게 될 것이다. 아마존이라는 단어가 타이틀에 들어가서인지 지원자가 굉장히 많았다. 두 포지션 다 백 명 내외의 지원자가 있었는데 HR 필터링 후 마크와 필이 각각 리뷰를 통해 인터뷰 대상자를 추려냈다. 애널리스트는 마크가 지난주 면접을 진행했고 (아쉽게도 내가 추천한 J친구아내는 면접 기회를 갖지 못했다고.. ㅡㅜ 괜히 희망고문한 것 같아서 마음이 쓰리다.) 나와 같은 포지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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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일상 - TSO 공연 (2020.01.18 작성)캐나다에서의삶 2020. 1. 21. 11:03
감동이 남아있을 때 작성했어야 하는데ㅠ.ㅜ 벌써 일주일이나 시간이 지나버렸네. 조성진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 + 앵콜로 를 쳤고, 그 날 공연의 메인은 베토벤 교향곡 7번이었다. 짧게 감상을 써 보자면, 이래서 클래식을 듣는고만.. 참 좋네. 자리가 굉장히 가까워서 오케스트라 한 명 한 명 표정이 다 보이고 언제 어떤 악기가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공연 전에 많이 예습하고 왔는데도 직접 들으니까 확실히 달랐다. + 조성진이 이래서 인기가 많구나. 피아노의 사용법을 새로이 알게 된 느낌. 피아노로 소리를, 느낌을 저렇게 다채롭게 낼 수 있구나 새로웠다. 공연을 듣다가 뜬금 없지만 든 생각이, 그저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채워나가자는 내 목표(?)가 어쩌면 무책임하지 않나-라는 것이었다..